주한일본대사관에 따르면 원전 사업자인 도쿄 전력이 지난 25일부터 후쿠시마 제1원전 앞바다 약 1km 해역에 후쿠시마 오염수 희석 방출 설비를 설치하기 위한 환경 정비를 시작했다. 원전 건설 전 사업자가 부지에서 바닥을 평평하게 만드는 작업을 하는 것처럼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의 인허가 이후에 실시하게 될 본격적인 공사에 앞서 사전 환경 정비 작업을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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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내년 상반기부터 해상 방류 추진
앞서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정화한뒤 저장탱크에 보관해 왔다. 하지만 저장탱크 용량이 한계에 이르면서 내년 상반기부터 해저터널을 통해 해상 방류하기로 결정했다. 약 1km의 해저 터널을 건설하면 직접적으로 연안 지역에 방출하는 것과 비교해 오염수의 해양 확산이 쉽고, 양식장 피해를 줄여 주민 반발을 무마하겠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이번에 도쿄전력의 환경 정비는 일본 규제 당국의 검토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당장 해저터널 공사를 위한 인허가 작업을 받지는 못한 상황이다. 절차상으로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에서 다음달 초께 심사 초안을 공개하면 한달 동안 일본내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이후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 전체 회의에 안건으로 상정돼 최종 인허가를 받으면 도쿄전력이 터널 본체 건설 등 본격적인 건설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사업자가 환경 정비에 돌입했고, 일본 정부가 해상 방류를 추진하고 있어 빠르면 6~7월께 최종 인가를 받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일본대사관은 “방수 터널 굴착 등의 본격적인 공사는 앞으로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의 희석 방출 설비 설치 관련 실시 계획 인가 이후로 예정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과학적 책임 따지기 쉽지 않아..원안위 “심사 초안 보고 대응”
문제는 후쿠시마 오염수에 64종의 방사성 물질이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다핵종제거설비로 삼중수소와 같은 일부 방사성물질이 제대로 걸러지지 않고, 오염수 70%는 방사능 농도가 일본 정부 허용 기준을 넘으면서 그동안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한국, 중국 등 일본 주변국이 반발하고 있고, 일본 내 어업인 등이 반대하고 있지만 해상 방류를 막기에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제법에 저촉될 가능성도 따져볼 수 있겠지만 과학적 피해사실을 입증하기도 쉽지 않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과학적인 관점과 국제사회적 판단을 구분해서 접근하며 대응을 해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동욱 한국원자력학회장은 “과학적으로 후쿠시마 피해를 입증할만한 논리나 증거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면서도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로 우리나라가 추가로 해상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등 추가 조치를 하는데 비용, 시간이 드는 등 피해가 이미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본 정부가 사과하고, 앞으로의 절차들도 투명하게 공개해 과학적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회장은 “현재 일본의 주장은 일본 자료에만 근거하고 있고, 정확한 현지 상황을 파악하기 어려운게 현실”이라며 “일시적이 아니라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국내 전문가 파견을 통한 검증이 이뤄져야 하며, 과학적인 결과들이 보고돼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원자력 규제 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의 심사 초안이 나오는대로 국무조정실 TF 등을 통해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원안위 관계자는 “환경 정비 사업의 경우 일본 규제당국의 검토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사업자가 절차에 돌입한 것이며 일본 규제 당국의 심사를 주시하고 있다”며 “심사 초안이 공개되면 국조실 TF 차원에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