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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수장 동시교체…김주현·이복현號 '복합위기' 넘어라(종합)

노희준 기자I 2022.06.07 18:00:03

김주현 "민간과 '원팀' 이뤄 복합위기 선제 대처할 것"
가계부채 안정화 대책 유지
가상자산업계, 관련 법·제도 이전에 자율적 책임감 가져야
금산분리 완화 가능성 시사..."BTS같은 금융회사 희망"
檢 출신 첫 금감원장 내정…금융권 사정기능 강화 전망

[이데일리 노희준 박철근 기자] 윤석열 정부의 첫 금융위원장으로 관료 출신의 김주현 여신금융협회장이 지명됐다. 금융감독원장에는 이복현 전 서울북부지방검찰청 부장검사가 취임했다. 검찰 출신의 잇따른 요직 선임에 따른 비판이 커지는 가운데 금융감독당국의 수장도 검찰 출신이 선임되면서 ‘검찰 공화국’이라는 비판은 이어질 전망이다.

새 금융당국 수장은 불안한 국내외 경제금융 환경 속에서 가계대출 규제 합리화와 소상공인 금융지원 등에 나서야 하는 중책을 맡게 됐다. 김주현 후보자는 금산분리 완화 가능성도 내비쳐 주목된다.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 내정자 (사진=금융위원회)
◇3고 환경 속 금융시장 안정 챙겨야

윤석열 대통령은 7일 금융위원원장 후보자로 정통 관료 출신의 김주현 여신금융협회장을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행정고시 25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행시 동기다. 공직 시절 재무부를 거쳐 금융위원회에서 금융정책국장,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 사무처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금융위를 나온 뒤에는 예금보험사장과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대표를 역임하고 2019년부터는 여신금융협회장을 맡아왔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김 후보자는) 소신이 있으면서도 온건하고 합리적인 분”이라며 “후배들 말도 경청하고 평도 좋아 고승범 위원장과 상당히 비슷하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우선 ‘추경호 경제팀’의 일원으로서 금융시장 안정을 챙겨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최근 시장은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 환경 속에 경기침체 우려까지 커지고 있어 불안한 상황이다.

그는 이날 지명 소감 발표를 통해 “최근 시장 불안은 글로벌 금융위기 및 코로나 상황에 따른 정책대응 후유증과 국제정치적 구도변화에 따른 파급영향이 복합돼 발생하고 있다”며 “복합위기 상황을 맞아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등 유관기관뿐 아니라 민간 최고 전문가와 ‘원팀’이 돼 선제적으로 치밀하게 대처하겠다”고 했다.

특히 가파른 금리 상승기를 맞아 한국 경제 최대 뇌관인 가계부채를 관리하면서도 새 정부의 대출 규제 합리화 정책을 실현해야 하는 고차방정식을 풀게 됐다.

윤석열 정부는 청년층과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에 대해 담보인정비율(LTV)을 최대 8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하지만 가계부채는 올해 3월말 기준 1859조4000억원까지 불어났다. 국내총생산(GDP)대비 104.3%로 주요 36개국에서 가장 높다. 그는 이런 상황을 감안한 듯 “가계부채는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게 맞다”며 “필요한 미세조정은 하겠지만 DSR을 기본으로 하는 가계부채 안정화 정책은 유지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변동성을 줄였다는 스테이블코인 테라 USD의 급락 사태를 계기로 가상자산에 대한 소비자 보호나 규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 후보자는 업계 자율규제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그는 “블록체인 기술이 금융뿐만 아니라 경제 전반에 응용돼 발전될 수 있는 여지는 충분히 있어 이 불꽃을 꺼트리지 말아야 한다”며 “지금 시점에선 가상자산 업계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것에 대해 책임있는 행동을 하겠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본적으로 법 제도를 잘 만들어야 한다”면서도 “제도 이전에 가능하다면 가상자산 업계에서 자율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을 보여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그는 이날 금융규제 혁신 추진과 관련, 금산분리 완화 가능성도 내비쳤다. 금산분리는 금융자본인 은행과 산업자본인 기업 간의 결합을 제한하는 것을 뜻한다.

김 후보자는 “지금 산업구조의 변화나 기술변화를 보면 과거 금산분리의 기본적인 적용이 맞는 것인지 개선할 필요가 없는지 검토할 시점이 됐다”며 “BTS가 해외에서 대한민국 국민의 자존감을 높이듯 국내 금융업에서도 세계적인 금융회사가 나올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 제 개인적 희망”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금산분리, 전업주의 등 기본 원칙도 보완이 필요하다면 그것까지 건드리겠다”고 했다.

◇첫 檢 출신 금감원장…자본시장 칼바람 우려

금융당국의 또 다른 한 축인 금감원장에는 이복현(50) 전 서울북부지검 부장검사가 취임했다. 이 신임원장은 소위 ‘윤석열 사단’의 막내로 불리면서 금융·조세·경제범죄 수사에 전문성을 갖춘 인물로 평가된다. 그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사법시험에 합격해 검사의 길을 걸었다. 이후 현대자동차 비자금 수사, 론스타의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 국정원 댓글 수사, 박근혜 정부 블랙리스트, 삼성바이로직스 분식회계 등 굵직한 사건의 수사 검사로 참여했다.

금융위는 이 원장 임명 제청 발표하면서 “금융회사의 준법경영 환경을 조성하고 금융소비자보호 등 금융감독원의 당면한 과제를 효과적으로 수행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첫 검찰 출신 금감원장에 대해서는 금융권에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금융권에서는 검찰출신 금감원장의 취임으로 과거 윤석헌 원장시절처럼 강도 높은 종합검사를 다시 하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정은보 전 원장은 감독·검사 체계를 정기·수시검사로 바꾸면서 금감원을 서비스 기관으로 탈바꿈하려고 했다”면서도 “하지만 검찰 출신이 금감원장으로 취임한 것은 결국 사정기능을 강화하는 것 아니겠느냐. 과거 윤석헌 원장 시절처럼 감독·검사 기능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현장검사를 진행 중인 우리은행의 횡령사건을 계기로 금융권 전반에 대한 내부통제기능을 다시 살피고 관리·감독 기능을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금감원의 한 고위 관계자는 “감독당국의 위상이 과거같지 않은 점에서 검찰 출신이 금감원장으로 선임된다면 감독 당국의 위상이 높아지지 않겠냐”고 전했다. 반면 또 다른 관계자는 “금융권에 대한 조사·감독 외에도 금감원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금융환경을 파악한 뒤 적절한 시점에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라며 “감독이나 검사 등에만 특화할 경우 금융시장 안정 및 금융산업 발전을 위한 후방 지원 역할이 후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복현 금감원장 내정자. (사진= 금융감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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