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신욱 통계청장은 29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 브리핑실에서 ‘2019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결과’ 브리핑에서 “금년도 부가조사와 전년도 결과를 증감으로 비교하는 것은 불가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부가조사 결과의 시계열이 비교가 끊어진 것은 2004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
통계청은 조사 방식이 바뀌었기 때문에 시계열 비교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과거에는 기간제의 세부 항목이 없었다. 이번에는 고용예상기간 등 조사 항목을 추가했다. 통계청은 조사 항목을 추가한 조사(병행조사)를 올해 3·6·9월에 처음으로 실시했다. 이때는 지난해 일자리가 급감한 ‘고용참사’ 이후 시기다.
통계청은 국제노동기구(ILO) 권고에 따라 이 시기에 이같이 조사를 실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ILO는 작년 10월 제20차 국제노동통계총회에서 국제 종사상지위분류 개정 결의안을 채택했다. ILO는 최근 고용시장 변화로 우버를 비롯한 플랫폼노동자 등 새로운 고용형태(종사상 지위)가 등장하자, 기존 고용통계의 조사항목을 바꾸거나 세분화하도록 권고했다.
강 청장은 “통계 발전 혹은 시의성 있는 통계의 개발을 위해서는 계속적인 개선 작업이 불가피하다”며 “통계의 잦은 개편이라기보다는 좀 더 정확한 통계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으로 이해해달라”고 강조했다.
학계에선 시계열 비교가 불가능한 통계를 공표한 것에 당혹스런 분위기다. 통계청이 홈페이지에 올린 ‘2019년도 주요 업무계획’에는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결과의 시계열 단절과 관련한 내용이 없다. 통계청은 관련 시계열이 단절된 사실을 이날 브리핑에서 처음 공개했다.
심지어 이 같은 내용을 사전 논의하는 국가통계위원회 및 분과위원회 회의도 올해 한 번도 없었다. 은순현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통계법상에 엄격하게 (통계) 사전 제공 금지 등 여러 제약이 있어서 통계청의 판단으로 그렇게 진행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 교수는 “개편을 하더라도 시계열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통계청이 왜 그랬는지 알 수 없다. 선의로 했다고 하더라도 일방적으로 이렇게 데이터를 발표한 의도가 의심된다”고 말했다.
유경준 한국기술교육대 교수(전 통계청장)는 “추가 설문조사를 한 것이기 때문에 이 수치를 발라내면 비정규직 시계열 비교를 할 수 있다”며 “문재인정부의 정책 실패라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에 시계열 비교가 가능한 비정규직 통계를 공개하지 않는 것이다. 이럴수록 통계 중립성·객관성이 사라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