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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미래·민주평화·정의당 등 야3당이 예산안과 선거제도 개편을 연계 처리할 것을 거세게 요구했으나 민주·한국당은 끝내 받아들이지 않았다. 가까스로 정기국회 회기 내에 예산안 처리에 성공했으나 정국에 만만치 않은 영향이 예상된다. 당장 야3당은 강력한 투쟁을 선포하는 등 후폭풍이 이어질 전망이다.
◇ 여야, 일자리·남북경제협력 예산 5조원 감액..아동수당 확대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5시30분께 잠정 합의안을 발표했다. 예산안은 실무진의 시트작업을 거친 후 7일 본회의에서 최종 처리될 예정이다.
야당이 요구한 남북경제협력·일자리 예산 등의 감액규모는 최종 5조원 규모로 결정됐다. 그 외 경찰·집배원 등 국가직 공무원의 경우 정부 증원 요구인력보다 3000명 줄였다. 아울러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확대 조정키로 했다.
아동수당 확대 등 복지정책도 합의했다. 만 5세 이하 하위 90%소득 가구에만 지급하던 아동수당을 내년 1월부터 소득수준과 관계없이 지급하고 9월부터는 만 7세 이하 아동에게 월 10만원을 지급키로 했다. 아울러 출산장려금·난임치료 확대 등 출산지원 방안도 추진한다. 9·13 주택시장 안정대책에 포함된 조정대상지역 내의 2주택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부담 상한을 300%에서 200%로 완화하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 예산안 부수법안도 함께 처리키로 했다.
야당의 반발을 불렀던 ‘4조원 세수 부족’의 경우 일단 국채를 발행해 메우기로 했다. 다만 올해 발행된 국채 규모를 감안해, 연내에 4조원 규모의 국채를 조기 상환키로 했다. 동시에 내년도 국채 한도는 기존 정부예산안보다 1.8조원만 추가 확대한다.
◇ 야3당, 끝까지 ‘선거제 개편’노렸으나 ‘불발’..후폭풍 불가피
앞서 여야 3당 원내대표는 오전부터 연쇄 회동하며 합의를 시도했다. 홍영표·김성태 원내대표와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함께 예산안에 대한 입장을 좁혔다. 홍 원내대표는 오전 회의에서 “예산안은 90%이상 합의를 이뤄냈다”며 전날보다 논의가 진전됐음을 암시했다.
문제는 바른미래당을 포함한 야3당이 내세운 ‘선거제도 개편’이었다. 야3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한 선거제 개편을 예산안과 함께 처리해주길 촉구했으나 민주당은 “연계 처리는 절대 불가능”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협상이 제자리를 맴돌았다. 김관영 원내대표가 막판에 선거제 개편을 담보한 중재안을 제시했으나 민주·한국당은 끝내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실상 거대 양당만의 합의로 예산안을 처리하면서 후폭풍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야3당은 이번 사태를 ‘양당의 기득권 동맹’으로 규정하고 규탄 성명서를 발표했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양당은 정치개혁을 위한 국민적 열망을 거부하고 기득권 동맹을 선택했다”며 “기득권 욕심이 정치개혁의 꿈을 무참히 짓밟았다”고 정부·여당을 맹비난했다. 한국당을 겨냥해서도 “우리 정치의 오랜 숙원인 정치개혁을 계속 모른 척해오다가 결국 여당과 야합을 했다”고 날을 세웠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양당이 예산안을 짬짜미로 합의했다”며 단식투쟁에 돌입했다. 가까스로 정기국회 회기 내에 예산안 처리에 성공했으나 정국에 미칠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바른미래당을 비롯한 군소야당도 양당제의 벽을 넘지 못하며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
민주·한국당의 경우 협치 원칙을 무시한 채 ‘거대 양당이 담합해 예산을 처리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다만 민주당이 잃은 것이 더 많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분간 야3당의 협조를 기대하기 어려워져서다. 범(凡) 여권 진영도 무너졌다. 반면 제1야당인 한국당은 대여 협상력이 더 강화되며 유리한 입지를 차지했다는 평가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이번 합의로 인해 손학규 대표가 단식까지 나서면서 야3당의 반발이 커질 것이고 정국 경색 국면이 오래 갈 것으로 우려된다”며 “여당 입장에서 선거제 개편을 쉽게 받아줄 수도 없어서 풀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