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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시간단축법 통과, ‘18시간 회의’ 결과물…“드라마틱했다”

김미영 기자I 2018.02.27 16:56:36

환노위, 26일 오전 10시부터 다음달 새벽4시께까지
자정 넘어 큰틀 합의… 임이자, 잠자는 김성태 집에 사람 보내 ‘조율’
소위 후 전체회의까지 달음질
홍영표 “3선 동안 본 적 없는 드라마틱한 합의도출”

홍영표 환노위원장(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26일 오전 10시. 국회 본청 621호 환경노동위원회 소회의실에서 환노위 고용노동소위가 열렸다.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현행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의 2월 임시국회 처리를 위해선 이날 반드시 개정안을 의결해야 한다는 절박감 속에 소집된 회의였다.

복수의 환노위 관계자들 말을 종합하면, 여야는 이날 ‘어떻게든’ 결론을 낼 때까지 산회 없이 회의를 이어가기로 결의를 다지고 회의를 벌였다고 한다. 근로시간 단축에 관한 다음달 대법원 판결이 나기 전에 국회에서 정치력을 발휘해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는 공감 속에 회의를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그렇게 시작된 회의는 다음날 새벽3시50분께 끝이 났다. 소위의 여야 의원 11인, 그리고 더불어민주당 소속 홍영표 환노위원장 등 누구도 예상 못했던 ‘마라톤’ 회의였다.

이견이 두드러지고 대립이 격화될 즈음이면 정회를 했다. 그리고 방을 옮겨 한정애 민주당, 임이자 자유한국당, 김삼화 바른미래당 간사 등이 별도로 논의를 이어가며 열을 식히고 의견을 조율한 뒤 다시 회의를 이어가길 6차례 반복했고 차수를 변경했다. 그 사이 한국당 의원들은 오후3시 서울 청계광장에서 당 주최로 열린 ‘살인전범 김영철 도둑방한, 친북 문재인 정권 규탄대회’에도 다녀왔다. 이 때문에 민주당 의원들은 냉랭한 정국 속에 집회장에 간 한국당 의원들이 돌아오지 않을까 마음을 졸이기도 했다는 전언이다.

자정을 넘겨 27일 새벽 12시30분께. 원내교섭단체 3당 간사들이 겨우 주요내용 조율을 마쳤다. 하지만 원내지도부에 이를 알리는 과정이 필요했다. 민주당에선 홍영표 위원장이 우원식 원내대표와, 바른미래당은 간사인 김삼화 의원이 김동철 원내대표와 각각 통화를 하고 입장을 확정했다. 문제는 한국당이었다. 김성태 원내대표와의 연락이 닿지 않았다.

홍영표 위원장은 27일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발을 동동 굴렀다. 안되겠어서 임이자 의원이 김성태 원내대표 집으로 사람을 보내 자고 있던 김 원내대표를 깨웠다”며 “마지막 조율 겸 확인하는 절차를 거쳤고, 저하고도 30여분간 통화했다”고 상황을 전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큰 틀의 합의가 이뤄지자 이후엔 논의가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풀려나갔다. 소위 의결 뒤 전체회의 의결까지 달음질쳤다. 지금과는 여야가 달랐던 2012년 여야 모두 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2013년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로 선정됐지만 이후 지난한 논의 속에서 접점을 찾지 못해 표류하던 근로시간 단축법안이 국회 상임위 문턱을 넘는 순간이었다.

홍 위원장은 “3선 의원을 하는 동안 이렇게 드라마틱하면서도 모범적이고 생산적인 토론을 해서 합의 도출해 법안을 통과시킨 적이 없었던 것 같다”고 감회를 밝혔다. 그는 “이날 새벽에라도 처리하지 못한다면 산업현장에 큰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컸다”며 “당내 이견은 좁힐 수 있게 미리 전략을 갖고 회의를 시작했고, 다른 당의 이견에 회의가 뜨거워지면 바로 정회해서 다른 방에서 결론이 날 때까지 얘기한 뒤 돌아와 논의를 계속한 게 주효했다”고 평했다.

이번에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전격 처리될 수 있었던 데엔 홍영표 위원장과 김성태 원내대표간 연도 한몫했다. 지난 19대 국회에서 홍 위원장과 김 원내대표는 각각 야당, 여당 환노위 간사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이러한 인연이 있는 까닭에 홍 위원장은 개정안 논의가 막힐 때에 몇 차례 김 원내대표에 직접 협조를 구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홍 위원장은 “2013, 2014년 즈음 둘이 간사하면서 법안 처리하려고 시도했지만 정부 반대 등으로 실패했었다”며 “지난해 말 3당 합의를 어렵게 한 뒤에 불발돼 거의 좌초되는 게 아닌가 걱정이 컸다. 김성태 원내대표와 두세 차례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고 했다.

법안 처리를 이뤄낸 홍 위원장과 여야 간사들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모자란 잠에 피로가 묻은, 하지만 한결 홀가분한 얼굴로 공동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홍 위원장은 “한국당의 임이자 고용노동법안소위원장이 정말 큰 역할을 해줬다”며 “한정애, 김삼화 간사와 위원들도 사안별로 이견을 좁혀가는 어려운 과정을 거쳐줬다”고 공을 돌렸다.

한정애 의원은 “누군가 앞에 서서 총알을 맞아주지 않았다면 논의의 물꼬가 트였을까 의구심이 든다. 홍영표 위원장이 물꼬를 터줘 소위에서 충실히 논의할 수 있었다”며 “소위 위원 누구도 자릴 박차고 나가지 않고 자리를 함께 해줬다”고 만족감을 보였다.

임이자 의원은 “노사 양쪽 100% 만족할 순 없겠지만 저희는 양쪽 균형을 맞추려 상당히 노력했다는 점을 평가해달라”고 했다.

김삼화 의원도 “5년 만에 이뤄낸 타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노동시간 단축을 향해, 근로자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에 한걸음 전진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환노위를 통과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주당 법정근로시간 현행 68시간→52시간 단축 △8시간 이내 휴일 근로수당, 통상임금의 150% 명시 △관공서 공휴일의 민간 전면 확대 △근로시간 제한 없는 특례업종 현행 26개→5개 축소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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