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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경제성장 패러다임을 기존의 대기업 중심에서 중소·벤처기업 중심으로 전환한다는 큰 그림 속에 중기부를 출범시켰지만, 초대장관 인선부터 매끄럽지 못하면서 중기부 핵심전략이 차질을 빚을 것이 확실시되고있다.
31일 박 장관 후보자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편협하고 편향된 이념이나 종교적인 색채를 가지고 일한 적이 없다”면서 “세계 최고의 벤처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살아왔으며, 부족한 사람이지만 나라에 공헌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자진사퇴 의사가 없다는 것을 밝힌 셈이다. 하지만 창조론 논란에 이어 뉴라이트 사관 문제에 여당 내 분위기도 험악해지면서 당 차원에서 박 후보자를 엄호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고있다. 일단 후보자에게 해명의 기회를 줬지만, 청와대 인사검증시스템까지 도마 위에 오르고 있어 박 후보자가 부정적인 여론을 정면돌파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날 손금주 국민의당 수석대변인은 “문재인 대통령은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국정운영에 또다른 암초가 되기 전에 빠른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박 후보자에 대한 의혹이 일파만파다. 창조론, 뉴라이트, 세금탈루, 자녀 이중국적까지 어느 것 하나 국민의 상식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박근혜 시대에나 있을 법한 인사로, 정부는 즉각 지명을 철회해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중소기업계에서는 박 후보자의 인선 과정이 흔들리면서 정부의 중소기업 정책이 탄력을 잃을까 우려하고 있다. 눈앞으로 다가 온 국정감사를 비롯해 예산 시즌을 맞아 예산확보 작업도 순조롭게 이뤄질지 불투명하다. 특히 국감의 경우 여야가 추석 전인 내달 11일~30일 실시하는 데 공감대를 이룬 상황인데, 현 상황이 이어지면 중기부는 장관 후보자가 집중적으로 도마 위에 오를 수 있다.
이번 장관 인선이 흔들릴 경우 당분간 중기부의 인사공백은 물론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현안 대응과 사업추진에 빈 구멍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대통령실 중소기업비서관 임명도 아직까지 안갯속이라 청와대와 중기부간 정책 조율이 매끄럽지 못한 것도 문제다.
중기업계 한 관계자는 “새 정부가 중소·벤처기업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공정위와 중기부의 역할을 유독 강조했는데 규제 중심의 공정위의 역할이 막강해진 것과 달리 중소기업과 관련된 각종 경제정책의 청사진을 제시해야 하는 중기부는 밑그림조차 그리지 못하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업계에서는 벌써부터 중기부 출범 초기부터 거론됐던 정치권 인물을 중심으로 ‘돌아돌아 결국 정치인’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원내대표를 지낸 박영선 의원은 금산분리 입법 등 재벌개혁에 적극 앞장서고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을 만드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하면서 중기업계에서 적극적으로 추천했었다. 정책위의장 출신인 윤호중 의원도 민주당의 대표적 정책브레인으로 평가받으면서 유력한 중기부 장관 후보로 꼽혀왔다.
이번 인선은 벤처기업인을 장관으로 발탁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 의지에 따라 몇몇 벤처기업인들에게 의사를 타진했지만 모두 ‘백지신탁’ 등의 문제로 고사하고, 결국 박 후보자가 낙점된 것으로 알려진다.
중기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한 분야만 수 십년간 고민해 온 벤처기업인이 감당하기에는 중기부의 현안이 너무 다양하고 복잡하다”면서 “초기 여러 부처를 통합하고, 조직를 안정화해야하는 만큼 정치권을 포함해 다양한 인재풀을 가동해 검토해 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