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CO홀딩스(005490) 법무팀장을 지낸 김영종(사법연수원 23기) 변호사(현 코리그룹 부사장)는 22일 여의도 한국경제인협회에서 열린 ‘경제활동 보호와 법질서 확립을 위한 경제형벌 제도의 혁신과 과제’ 세미나에서 “노란봉투법은 근로자의 쟁의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해 노동권을 강화하는 취지에서 출발했지만, 기업 경영진의 법적 책임 범위에서는 불평등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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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변호사는 노란봉투법 시행 후 나타날 수 있는 입법적 불균형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근로자는 정당한 쟁의행위로 판단되면 단체행동 과정에서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고 인정돼도 민사책임은 줄어들고, 결과적으로 업무상배임 책임도 배제될 가능성이 높다”며 “반면 경영자 또는 임원은 정당한 절차를 밟았다고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면 공모해 업무상배임으로 책임이 가중되는 불평등한 결과 책임을 낳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단체행동으로 인한 기물 파손 등 손해 발생 시 노사 협상 과정에서 일방적으로 노조 편을 들어 회사에 손해가 발생하면, 근로자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은 제한되지만 경영자의 업무상배임 문제는 여전히 남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변호사는 현행 업무상배임죄가 손해 개념의 모호성, 경영판단 원칙과의 충돌, 양형기준의 불명확성 등 여러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실질적인 재산 손해만 포함하는지, 아니면 기회 손실까지 포함하는지가 불분명하다”며 “결과적으로 정상적인 경영상 판단조차 사후적으로 손해가 발생하면 범죄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업 경영은 위험을 감수하는 행위인데, 실패가 곧 형사 처벌로 이어진다면 경영자들이 과감한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동일하거나 유사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검사와 판사의 재량이나 이념 여부에 따라 결론이 크게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며 “이는 기업과 사회 모두에 법적 불확실성을 높인다”고 비판했다.
김 변호사는 수사기관의 기업 경영에 대한 이해 부족도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 수사기관은 법률적 전문성은 갖추었지만, 기업 경영과 산업 구조에 대한 이해는 부족하다”며 “그 결과 복잡한 국제거래를 단순 범죄 구조로 해석하거나, 업계의 합리적 관행과 리스크 관리 절차를 무시한 채 고의성을 추정하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대기업 총수가 회사에서 제공한 차량을 집에서 사용한 사례가 있다고 하여 압수수색까지 하면서 렌터카 비용을 손해액으로 계산해 업무상배임으로 기소하는 사례도 있었다”며 과도한 수사 사례를 제시했다.
배임죄 전면 폐지는 “위험하다”
그는 다만 최근 정치권에서 제기된 배임죄 전면 폐지론에 대해서는 △신뢰 기반 사회질서 붕괴 △민사·행정제재 한계 △경제·금융 질서 불안정 △소수자·약자 보호 침해 △국제적 기준과의 괴리 등 이유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김 변호사는 “변호사·회계사·신탁관리인 등이 고객 돈을 마음대로 사용해도 민사적 책임만 지면 그만이라는 것은 국민들이 수긍할 수 없다”며 “회사 임원이 회사 재산을 자기 마음대로 사용해도 단순 민사 문제로만 귀결된다면 투자자·주주의 신뢰가 급격히 약화되고, 기업 지배구조는 붕괴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민사소송은 시간·비용이 많이 들고 강제력이 약하며, 특히 피해자가 약자인 경우에 실질적 구제가 곤란하다”며 “배임죄는 기업으로 본다면 사실상 소수주주·소규모 회사·조합·신탁 관계에서 약자를 보호하는 핵심 장치”라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미국, 독일, 일본 모두 ‘신임관계 위반’은 어떤 형태로든 형사 처벌을 유지한다”며 “한국만 전면 폐지를 할 경우 투자 환경이 악화하고 신뢰도가 추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해외는 경영판단 ‘보호’, 악의적 행위 ‘엄벌’
김 변호사는 해외 입법례를 통해 개선 방향을 제시했다. 미국의 경우 “경영판단의 원칙(Business Judgment Rule)을 철저히 적용해 합리적 절차를 거친 의사결정은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형사책임을 묻지 않는다”며 “다만 사기·횡령에 해당하면 형법으로 처벌한다”고 설명했다.
일본은 특별배임죄를 규정하지만 실제 적용은 극히 제한적이다. 독일은 이사·경영진의 주의의무와 충실의무 위반을 주로 민사·행정적 수단으로 다루고, 형사처벌은 예외적으로만 적용하도록 제도를 설계해 왔다.
김 변호사는 업무상배임죄의 합리적 개선을 위한 방안들을 여럿 제시했다. △구성요건의 명확화 △경영판단 원칙의 법제화 △양형기준의 세분화 △형사책임 외 실질적 제재 강화 △수사기관의 책임 강화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의 명확한 해석 △정당한 형량을 선고받을 권리의 헌법상 기본권 승격 등이다.
그는 “법률상 손해를 실질 손해와 기회 손실로 구체적으로 구분하고, 고의의 범위를 명문화해야 한다”며 “기회 손실은 외국 사례처럼 형사 처벌이 아닌 민사적 구제로 다루는 방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상법에 ‘이사가 충분한 정보에 기초하여 합리적인 조사와 검토를 거쳐 회사의 이익을 위하여 선의로 한 결정이라면, 그 결정으로 회사에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이사는 그 손해에 대하여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는 조항을 신설할 것을 제안했다.
특히 김 변호사는 “적절하고 정당한 양형은 단순히 판사의 자유재량이 아니라 헌법 제27조 제1항이 규정한 ‘법관으로부터 재판을 받을 권리’에서 파생되는 기본권으로 이해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사 균형 위한 차등적 규율 구조 필요”
김 변호사는 “기업 경영과 노동권은 대립 관계가 아니라 균형의 문제”라며 “노란봉투법이 노동자의 권리를 강화한다면, 업무상 배임죄의 합리적 완화는 기업 경영의 안정성을 보장하는 장치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도 이제는 국제기준에 맞추어 정상적 경영은 보호하되, 고의적 범죄는 더욱 엄격히 다스리는 차등적 규율 구조를 확립해야 한다”며 “악의적이고 조직적이며 공공의 이익에 반하는 업무상배임 행위에 대해서는 현행보다 더욱 양형기준을 강화해 중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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