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방산업계와 관계 당국에 따르면 이날 출범한 윤석열 대통령 주관 국방혁신위원회 제1차 회의에서 방위사업계약법 제정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안건 상정이 무산됐다. 기재부 주장대로 기존 법 체계 내에서 일부 방위사업계약법 제정안 내용을 담는 것으로 입장을 조율한 것으로 전해졌다.
방위사업계약법 제정 추진은 현재의 경직된 국가계약법에 따른 방위사업 계약이 무기체계 연구개발의 실패나 시행착오를 용인하지 않고 있어 방위산업 발전을 저해한다는 방산업계 요구에 따른 것이었다. 업체가 성실하게 연구개발을 수행한 것이 인정될 경우 실패하더라도 지체상금이나 부정당업체 지정 등 각종 제재를 면해 줄 수 있도록 하는게 골자다.
|
물론 기재부 주장대로 기존 방위사업법도 특례 규정을 통해 방위사업 계약의 특수성을 일부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계약법을 근간으로 하고 있어, 계약 위반에 따른 지체상금과 입찰참가자격제한 등 과도한 제재 문제가 논란이 됐고 이에 따른 복잡한 분쟁절차도 반복되고 있다.
국방과학기술혁신촉진법의 ‘협약’을 통한 사업 수행과 방위산업발전법에 따른 ‘국가정책사업’ 지정으로 지체상금 면제 등의 특례를 줄 수도 있다. 그러나 실제 적용하기에 한계가 있는 ‘의미없는’ 제도라는게 관련 당국과 업계 주장이었다.
실제로 계약이 필요한 전력화를 전제로 하는 무기 연구개발 사업까지 업체가 일정 부분의 개발비를 분담하는 협약으로 진행하는건 현행 방위사업법과 배치된다. 국가가 필요로 하는 무기를 업체에 연구개발을 시켜 도입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부 부담이 원칙이다.
국가정책사업으로 지정되기도 까다롭다. 이에 따라 현재까지 국가정책사업으로 지정된 사례는 한국형전투기(KF-21) 사업과 소형무장헬기 사업 단 2건에 불과하다. 이같은 현행 국가계약법 체계에서 정한 법과 특례들을 실제 적용하기가 애매해 국방부와 방사청은 기재부에 사사건건 의견을 묻고 있는 상황이다.
현행법 체계 내에서 어느 정도까지 방위사업계약법 제정안 내용을 담을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방위사업계약법 제정안은 22개 조항으로, 하위법령까지 제정시 최소 100여개 이상의 조항이 필요하다. 이를 35개 조문으로 돼 있는 국가계약법에 반영하거나 방위사업법 제46조 및 하위법령에 포함시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포괄위임금지원칙에 따라 △성실수행 인정 등 지체상금 △한국산우선구매제도 △품질보증 △핵심기술 등 적용시 인센티브 △계약의 변경 △계약조정위원회 △청렴서약 △입찰제한 비밀준수의무 및 벌칙 등은 법률로 정해야 한다는게 그간의 국방 당국 입장이었다. 그러려면 방위사업법의 상당 부분을 개정해야 하는데, 누더기 법안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별도 계약법의 제정 취지가 퇴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편, 국방혁신위원회는 대통령 직속기구로, 위원장이 대통령이다. 위원은 국방부 장관과 국가안보실장, 대통령이 위촉한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 등 군사안보전문가 4명, 김인호 전 국방과학연구소장 등 국방과학기술전문가 4명 등 총 10명으로 구성된다. 위원회는 국방혁신 추진과 관련된 계획과 부처 간 정책 조율, 법령 제·개정, 예산 확보 등에 관한 사항을 검토한다. 이날 회의에는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