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쉿!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PB 상품의 비밀>①
유통 마진 줄인 착한 가격이 최대 강점
경쟁력 갖춘 제조·농축산업체 찾으려 '발품' 노력
물가 상승에…품질까지 인정받은 매출 1위 여럿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1990년대 후반 국내 유통시장에 처음 등장한 PB(Private brand, 자체 브랜드) 상품은 한동안 ‘싸구려’라는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기존 NB(제조사 브랜드) 상품 대비 저렴한 가격은 분명 장점으로 꼽히지만 그만큼 품질은 낮을 것이란 부정적 인식 또한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 ▲홈플러스 모델들이 서울 등촌동 홈플러스 강서점에서 ‘홈플러스 시그니처 물티슈’를 선보이고 있다.(사진=홈플러스) |
|
이 같은 ‘선입견’을 깨고 ‘가격과 품질’ 모두를 확보해 소비자들의 손길을 잡아 끈 대표적 사례가 바로 ‘홈플러스 시그니처 물티슈(개당 100매·1000원)’다. 해당 상품을 기획한 권지혁 홈플러스 바이어는 통상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방식으로 생산하는 물티슈의 특성상 중간 유통 마진이 존재하는 만큼 PB상품의 직거래 방식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 봤다.
품질 경쟁력을 갖춘 제조사만 찾아 설득하면 될 일. 권 바이어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물티슈 단일 품목으로 의약품 품질관리 기준인 CGMP 인증을 획득한 ‘물티슈 명가’로 소문난 제이트로닉스를 찾았다. 과감하게 ‘1000만개 판매’를 목표로 제시해 ‘사기꾼’이라는 오해까지 받았다. 우여곡절 끝에 세상에 나온 이 물티슈는 출시 2년여 만인 지난해 말 기준 누적 판매량 2608만여개라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
|
9일 업계에 따르면 과거 ‘저렴한 가격에 찾는다’던 PB 상품이 최근에는 품질·상품력까지 확보하면서 유통업계에 ‘효자 상품’으로 거듭나고 있다. 사실 PB 상품은 2010년대 중반 이후 매년 ‘전성시대’라 불리며 줄곧 시장 규모를 키워온 터지만 최근 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와 물가 상승, MZ세대를 중심으로 한 ‘가치소비’ 확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더욱 그 성장 가능성을 높이는 모양새다. NB 상품 ‘뺨치는’ PB 상품을 내놓기 위한 유통업계 숨은 노력이 계속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①PB 주무기는 역시 ‘가격’
PB 상품은 유통업체가 자신이 기획한 상품을 제조업체에 생산을 위탁·납품받아 유통업체 자체 브랜드를 부착해 자사 매장에서 독점적으로 판매하는 상품을 말한다. 대체로 동종 NB 상품 대비 15~20%가량 가격이 저렴한 것은 널리 알려진 장점이다. 제조업체가 중간 유통단계 없이 곧장 유통업체로 상품을 납품·판매하기 때문에 마진 최소화로 저렴한 가격 확보가 가능하다. 유통업체 자체 브랜드를 활용하는 만큼 패키징은 물론 광고·마케팅에 들여야 할 비용 또한 줄일 수 있다.
| ▲이마트 PB 브랜드 ‘두부’. (사진=이마트) |
|
PB 상품의 가격 경쟁력은 최근 거세지는 장바구니 물가 상승과 겹치며 더욱 장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단적인 예로 1모당 1000원대인 이마트 PB 노브랜드 ‘두부’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94% 증가했다. 지난해 초 풀무원·CJ제일제당 등이 가격을 10%안팎 인상하면서 노브랜드 두부(300gX2입·3280원)는 이들 대비 최대 35% 정도 저렴해졌기 때문이다.
◇②파트너 찾고, 시스템 구축하고…‘발품’ 기본
제조업체를 발굴하고 생산 및 납품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 또한 저렴한 가격과 품질을 확보하는 핵심 비결로 꼽힌다.
지난달 12일 PB 계란인 ‘HEYROO(헤이루) 계란득템(대란 15구·4900원)’을 선보인 CU는 HACCP(식품안정관리인증) 인증 계사를 발굴하고 선매입 방식으로 국내산 대란을 확보해 합리적 가격에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한다.
| ▲CU PB계란인 ‘헤이루 계란득템’.(사진=CU) |
|
같은 대란 15구 기준 다른 대형마트 가격이 6000원에 육박하는 것과 비교해 19%가량 저렴하다. 마켓컬리는 정육 MD들이 전국에 있는 13개 한우 경매장을 돌며 직접 매주 2~3마리를 경매 받아 축산물 전문 기업 태우그린푸드의 정형 작업을 거친 PB 상품 ‘PPUL(뿔)’을 내놓아 주목을 받기도 했다.
GS프레시몰은 지정농장에서 갓 짜낸 원유를 2시간 내 HACCP 인증 공장으로 보내 곧장 가공하는 프로세스를 도입해 지난해 6월 PB상품으로 ‘순백목장 우유(1.8ℓ·3780원)’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 제품은 시중 일반 상품 대비 20% 이상 저렴하면서도 신선도를 확보해 지난해 GS프레시몰 우유 카테고리 내 최고 매출 1위를 차지했다. GS25 PB 원두커피인 ‘카페25’는 대당 가격이 1300만원대인 스위스 전자동 커피머신을 도입한 결과 누적 판매 2억잔 이상을 기록했다.
◇③‘품질’ 확보 못하면 가격도 무의미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펼쳐졌던 가치소비 문화가 소비자 전반으로 확산하면서 PB 상품도 품질 확보는 기본이 됐다. 특히 최근 PB 상품 저변 확대에 또 다른 기폭제가 된 RMR(레스토랑 간편식)은 맛집 그대로의 품질을 확보했는지가 승부처가 된다.
대표적으로 이마트의 대표 PB인 피코크는 2015년 8월 출시한 ‘초마짬뽕’이 출시 4년만 100만봉을 판매, ‘밀리언셀러’로 등극했다. 지난해까지 145만봉을 넘어섰는데 이 같은 판매량의 비결은 다름 아닌 ‘정성’이었다. 초마는 서울 3대 짬뽕으로 불리는 경기 평택 영빈루의 3대손이 서울 홍대에 연 중식당이다.
피코크는 초마짬뽕의 핵심인 ‘화끈한 불맛’을 구현하기 위해 일반적인 가공식품처럼 간편한 불맛 소스를 사용하는 대신 직접 의뢰·제작한 가로·세로 2m에 달하는 초대형 웍을 사용했다. 고기와 야채 등 재료를 넣고 300~350도의 열을 쬐어 주어 고명을 볶는 방법으로 불맛을 성공적으로 구현했다고 한다.
| ▲조은비 롯데마트 개발MD가 최근 RMR ‘요리하다 다리집 떡볶이’ 출시를 기념해 함께 손잡은 부산 유명 맛집 ‘다리집 떡볶이’ 사장님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롯데마트) |
|
롯데마트는 지난달 부산 맛집인 다리집 떡볶이와 함께 출시한 PB 상품 ‘요리하다 다리집 떡볶이’는 1주일만에 롯데마트 전체 HMR(가정간편식) 매출 1등을 차지했다. 롯데마트는 연구원과 개발MD, 제조사가 부산에 내려가 다리집 업주와 함께 수개월간 함께 상품 레시피를 끊임없이 수정 개발하는가 하면, 부산식 떡볶이의 특징인 가래떡을 구현하기 위해 금형을 자체 제작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