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경민 김형욱 기자] ‘지지율 하락에 버린 자식 취급까지’
최근 각종 추문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에 같은 당내 인사들마저 등을 돌리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지율마저 하락하며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에 밀리고 있다.
◇힘없이 미끄러지는 트럼프 지지율
10일(현지시간) NBC뉴스와 월스트리트저널(WSJ)가 지난 8일부터 이틀간 15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여론조사에 따르면, 클린턴과 트럼프 지지율은 각각 46%와 35%를 기록했다.
지난달 16일 같은 조사 때 두 후보 간의 차이는 6%포인트였지만, 이번에는 11%포인트나 더 벌어진 것이다. 첫 여론 조사가 진행됐던 지난해 8월 이후 가장 큰 차이로 벌어진 것이다. 자유당 게리 존슨, 녹색당 질 스타인 후보를 뺀 양자 구도로 보면 클린턴과 트럼프의 지지율은 각각 52%와 38%로 집계됐다.
미 여론조사기관 라스무센도 9일 지지율이 클린턴 45%, 트럼프 38%로 7%포인트까지 벌어졌다. 라스무센의 7일 결과는 43%대 42%의 박빙이었다.
정치전문매체 리얼클리어폴리틱스가 9일 집계한 각종 여론조사 지지율 평균도 클린턴 48.3%로 42.5%인 트럼프를 5.8%포인트 앞섰다. 이 차이는 지난달 중순 1%포인트 미만으로 좁혀진 바 있다.
◇트럼프 음담패설 스캔들 ‘치명타’
트럼프에 직격탄을 날린 것은 지난 7일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공개한 트럼프의 과거 음담패설 녹음 파일이었다. 2005년 녹음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파일에는 그가 방송인 빌리 부시에게 노골적인 표현과 함께 유부녀를 유혹한 경험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어 CNN이 트럼프가 과거 딸을 성적 대상으로 묘사한 미공개 방송 파일도 공개했다.
여기에 트럼프가 세금 회피 논란에 휩싸인 점도 악재다. 지난 2일 뉴욕타임스(NYT)는 익명의 독자로부터 제보받은 트럼프의 1995년 세금 기록을 근거로 트럼프가 지난 18년간 연방 소득세를 면제받았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1995년 세금신고서에서 9억1600만달러(약 1조112억원)의 손실을 신고했고 이를 통해 상당 기간 납세를 피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트럼프가 그동안 납세보고서 공개를 거부하면서 각종 의혹이 제기됐지만, 이번처럼 비교적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트럼프는 1990년대 초 애틀랜틱시티 카지노 3곳의 부실 운영과 맨해튼 플라자 호텔 매입 등으로 재정적 어려움에 빠졌다. 그러나 그는 이를 이용해 오히려 세금을 안 냈던 것으로 보인다.
◇1인 후보로 전락… 반전 가능성 ‘여전’
11월8일 대선까지 한 달도 남지 않은 가운데 같은 당 의원들도 두 손을 들며 지지 포기 선언에 나서고 있다. 공화당의 지원 없이 독자적으로 치러야 하는 1인 후보로 전락한 것이다.
공화당 권력서열 1위인 폴 라이언(위스콘신) 하원의장은 이날 같은 당 하원의원을 대상으로 컨퍼런스 콜을 열고 “앞으로 트럼프를 방어할 생각이 없다”며 “하원 다수당을 사수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이며, 의원들은 자신의 지역구에 최선을 다할 것”을 주문했다. 사실상 대선 승리를 포기하고 하원 다수당 지위를 지키는 데 힘을 집중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도 트럼프 비난 대열에 합류했다. 트럼프가 2차 TV 토론에서 버핏을 예로 들며 세금공제를 정당화하자 이에 발끈한 버핏이 자신의 납세 내역을 공개하며 트럼프와 다르다는 것을 보여줬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트럼프가 당선될 가능성을 제로(0)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로저 코언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는 “미국인은 유색인종에 대한 막연한 적개심과 워싱턴·뉴욕 엘리트 지도층에 대한 뿌리 깊은 반감에 빠져 클린턴 부부를 부패의 전형으로 보고 있다”며 “이 때문에 트럼프가 백악관을 넘볼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