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북 군산 출신인 박 변호사는 서울대 법학과 4학년 때 사법고시(제23회)에 이어 행정고시까지 합격한 수재였다. 그는 서울지방법원(현 중앙지방법원) 판사로 임용 후 법원행정처 송무심의관, 전주지방법원장 등 엘리트 코스를 밟은 정통 법관이다. 서울고법 부장판사 역임 후 지난 2023년 현직 법관 최초로 우리나라 사법부 싱크탱크인 사법정책연구원 5대 원장으로 부임 후 지난 2월 명예퇴직했다.
7남매 중 늦둥이 막내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부터 지독한 책벌레로 유명했다. 박 변호사는 역사학 교수를 꿈꿨지만 ‘집안에 판사 한 명 나와야 한다’는 부모님 뜻을 따라 법조인의 길을 걸었다.
법관으로서 법전과 판결문에 파묻혀 지내던 그는 40대 중반 무렵 전환점을 맞이했다. 사법연수원 교수를 마친 후 어느 날 서점에서 고미숙의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이란 책을 만나면서다. 문학적 감수성을 되찾고 골프를 끊고 주말마다 국립도서관을 찾아 읽은 책은 1000권을 넘는다.
박 대표 변호사는 판사 시절 ‘인문학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판사’로 이름을 알렸다. 그는 지난 2009년 과도한 업무로 극단적 선택을 한 공무원 사건을 맡으면서 2013년 한국 사법사상 최초로 ‘심리적 부검(사망 원인을 심리학·과학적으로 규명하는 일)’을 도입했다.
오랜 시간 연마한 인문학적 성찰을 담은 결과물도 냈다. 인류가 되돌아볼 만한 역사적 재판을 재해석한 ‘재판으로 본 세계사(2018)’, 시민의 인권과 사회 질서의 균형을 맞추는 판사로서 느낀 점을 서술한 ‘법정에서 못다 한 이야기(2021)’ 등 그가 쓴 책에서는 인간과 세상을 대하는 따뜻한 마음과 섬세한 눈을 엿볼 수 있다.
박 대표 변호사는 “정들었던 법원을 떠나 법무법인 우승에서 새출발을 한다”며 “그동안 베풀어주신 후의에 감사드리며 변함없는 성원과 관심 부탁드린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