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상영 풋` 먹혔나…금리인상에 원화·채권값 모두 올랐다

이윤화 기자I 2022.04.14 17:05:03

한은 4월 기준금리 1.50%으로 만장일치 인상
'비둘기' 주상영 발언에 주목, 환율·국채 금리↓
환율 1200원대 추가 하락, 3년물 나흘만에 2%대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4%대로 뛴 물가에 대응하기 위해 4월 정기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만장일치로 인상했지만 원·달러 환율과 국고채 금리는 오히려 하락하면서 금융시장이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주상영 금융통화위원(의장 직무대행)이 1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기준금리가 1.50%로 올라섰지만, 금통위 의장대행으로 나선 주상영 위원의 비둘기(통화완화 선호)적 간담회 발언이 시장에 안도감을 주면서 이른바 `주상영 풋(Put·풋옵션에서 유래된 말로 `손실방어`라는 뜻)`이 먹혔단 분석이 나온다.

14일 한은 금통위는 총재의 부재 속에서도 6명이 만장일치로 0.25%포인트 인상을 결정했다. 지난해 8월 이후 9개월 만에 총 네 차례(1%포인트)나 올린 것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두 달째 이어지면서 국제유가가 100달러를 웃도는 등 글로벌 물가 상승이 국내로 전이되면서 지난달 우리나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1%를 기록했다. 향후 물가 상승 압력도 이어질 것으로 보이면서 연간 4% 혹은 그에 근접한 물가가 나올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그럼에도 원화 가치와 국고채 가격은 올랐다. 원·달러 환율은 이날까지 이틀 연속 1220원대에서 하락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강력한 통화정책 긴축이 예고되면서 최근 1230원대까지 올랐으나, 외환당국의 개입과 함께 한은의 금리 인상 효과가 더해지면서 원화는 엔화 등 여타 아시아권 국가 통화가 약세 흐름을 보이는 것과 달리 강세로 전환했다.

4월 1일 이후 14일까지 국고채 금리 추이 변화. (자료=금융투자협회)


국고채 금리도 주상영 위원의 기자간담회 이후 낙폭을 크게 확대하면서 그간의 오버슈팅(과도한 단기 급등) 장세를 되돌렸다. 단기 금리 지표인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일 대비 0.113%포인트 하락한 2.888%를 기록했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 11일 3.1%대까지 올랐던 지난 8일 이후 나흘 만에 다시 2%대 후반으로 내려왔다. 중·장기물 금리도 일제히 내렸다. 5년물 금리는 0.089%포인트 떨어졌고, 10년과 20년물은 0.067%포인트, 0.018%포인트 하락했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금통위 내 대표적인 비둘기로 분류되는 주 위원이 금융시장 약세를 막아설 것이라는 시장의 믿음이 실현되면서 `주상영 풋`이 작용했단 판단이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주 위원이 물가에 대응하기 위해 오늘은 금리를 올렸지만, 향후에는 경기 하방 압력도 고려할 것”이라면서 “미국과 달리 우리는 아직 중립금리 이상의 인상 필요성은 크지 않다고 발언한 영향이 컸다”고 분석했다.

다만 향후 추가 금리 인상기에도 이날과 같은 시장 안정 흐름을 동반하긴 어렵단 전망이다. 조 연구원은 “이창용 한은 총재 후보자가 19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공식 부임한 뒤에는 대내외적 변수나 통화정책 긴축 속도에 대한 메시지가 다르게 나올 수 있다는 예상도 있어 (장기적으로 봤을 땐)비둘기적 발언을 반신반의 하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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