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내용은 재개발·재건축 등 재정비사업 활성화와 청약제도 규제 완화로, 시장에 투자 수요 유입까지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대규모 택지개발 방식은 없애 주택 공급 과잉 문제를 푼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시장이 활기를 띠려면 투자 수요가 어느 정도 따라 붙어야 하는 만큼 시장에 반향이 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부는 서울 등 수도권 재건축·재개발시장 활성화를 위해 각종 규제를 완화하거나 폐지키로 했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주택시장 과열기에 도입된 재정비사업 관련 규제를 풀어 입주민들의 주거 불편과 도심 내 신규주택 공급을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9·1대책 중 가장 굵직한 규제 완화는 주택 재건축 연한을 최장 40년에서 30년으로 10년 단축하기로 한 부분이다. 수혜 대상은 1987~1990년 전국에 지어진 아파트 총 92만1404 구다. 서울에만 양천구 목동과 노원구 등 24만8000가구가 밀집해 있다.
재건축 연한이 되지 않더라도 주민 불편이 크다고 느껴질 경우 재건축이 가능하도록 안전진단 기준도 완화된다. 재개발 임대주택 의무건설비율도 수도권은 20%에서 15%로 완화됨에 따라 사업성이 그만큼 좋아질 전망이다. 다만 1990년대 이후 지어진 아파트들은 용적률이 200%를 넘어 재건축에 따른 수익을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도심 재정비사업 규제 완화가 부동산시장 활성화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면 택지개발촉진법 폐지는 공급 물량 조절에 주안을 둔 방안이다. 정부는 인구 감소와 노령화 등 시장구조 변화에 부응해 34년만에 택촉법을 폐지하기로 했다. 대신 지역 맞춤별 공공택지나 용도지역별 1만㎡ 이상 부지에 소규모 개발형태로 주택을 공급할 계획이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공공분양 물량을 후분양으로 전환하는 것도 공급 조절 차원이다. 수요는 늘리되 공급 물량은 줄이겠다는 전략으로, 이미 지정된 공공택지는 사업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시장 살리기를 위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는 청약제도 규제 완화에서도 확인된다. 정부는 청약통장에 가입한 지 2년이 돼야 주어지는 수도권 청약 1순위 자격을 1년으로 완화하고, 유주택자 감점제도 폐지하기로 했다. 국민주택 입주자 선정 절차도 6개 순차(무주택 기간, 청약통장 저축액 또는 납입 횟수, 부양가족 수 등)에서 2개 순차(무주택기간 및 부양가족)로 통합하는 등 청약시장 진입 장벽을 낮추기로 했다.
지역·면적별로 16개 종류가 있는 청약예금 예치금도 단순화하고, 예치금을 변경할 때 청약 규모 변경도 즉시 가능토록 했다. 아울러 무주택 ‘세대주’로 제한하고 있는 국민주택 청약 자격이 세대주 여부와 관계없이 1세대 1주택인 경우 ‘세대원’에게도 허용된다. 또 4개로 나뉜 청약통장((청약저축, 청약예금, 청약부금, 청약종합저축)이 내년 7월부터 청약종합저축으로 일원화된다.
청약제도 개선으로 유주택자 등 신규 분양시장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특히 시세 차익을 기대할 만한 곳은 청약과열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방의 경우 6개월로 1순위 자격을 완화한 이후 1~2순위에서 마감되는 단지가 크게 증가했다. 일부에서는 수요가 신규 분양시장으로 몰릴 경우 상대적으로 기존주택 시장은 침체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다행히 그동안 문제로 지적돼 온 관련 방안의 시행 시기가 이번에는 빨라질 전망이다. 이번 9·1 대책 대부분이 시행령과 시행규칙 변경만으로 가능한 것들로 채워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대책의 관련 법안들이 국회에서 발목이 잡혀 처리되지 못한 것을 감안했다는 게 국토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실제로 이번 대책을 통해 추진되는 42개 과제 가운데 국회를 통과해야 하는 법 개정 사항은 11개뿐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주택 분야에서 풀 수 있는 규제는 거의 다 푼 셈”이라며 “사실상 ‘완결판’에 가까운 이번 대책의 경우 이른 시일 안에 실행 가능한 내용 위주로 짜여져 부동산시장 회복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