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굿즈 발암물질' 인정한 스타벅스…사죄·보상에도 후폭풍 불가피(종합)

정병묵 기자I 2022.07.28 16:20:40

'e프리퀀시 서머캐리백' 폼알데하이드 검출 인정
"캐리백, 유해물질 안전요건 대상아니라 기준 없어"
"이유 막론 고객께 죄송…재발 방지 총력"
"새 굿즈 제작 증정…무료 음료쿠폰 3장 별도"
품질관리 조직 확대 개편·국가 기준보다 엄격한 기준 마련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스타벅스코리아(이하 스타벅스)가 커피 구매 고객에게 증정하는 굿즈 ‘서머캐리백’에서 발암 물질이 일부 검출됐다는 점을 인정하고 고개 숙였다. 해당 사은품을 수령한 모든 고객에게 새 굿즈를 제작해 증정하는 보상안도 내놓았다. 23년간 초고속 성장가도를 달리며 국내 대표 커피 프랜차이즈로서 쌓은 명성에 금이 가면서 창사 최대 위기를 맞았다.

▲스타벅스코리아가 지난 5월 3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프레스센터점에서 ‘2022 여름 e-프리퀀시’ 진행을 알리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스타벅스는 28일 “이번 여름 ‘e프리퀀시’ 이벤트 굿즈 서머캐리백에서 폼알데하이드가 일부 검출됐다”며 “큰 우려와 실망을 끼쳐 드린 점, 머리 숙여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사과문을 발표했다. 스타벅스는 지난 5월 10일부터 이달 18일까지 ‘e프리퀀시’ 이벤트를 진행하고 총 17개의 e스티커를 적립한 고객에게 서머캐리백을 증정했다.

◇개봉전 제품 외피, 폼알데하이드 ‘침구류’ 검출기준 상회

스타벅스는 지난 22일 국가 공인 기관에 직접 검사를 의뢰한 결과 캐리백 개봉 전 제품 샘플 5종 6개(블랙·핑크·레드·크림 각 1개, 그린 2개)와 개봉 후 2개월이 경과한 제품 4종 5개(핑크·레드·크림 각 1개, 그린 2개)에서 폼알데하이드가 검출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개봉 전 제품의 외피에서는 284~585㎎/㎏(평균 459㎎/㎏), 내피에서는 29.8~724㎎/㎏(평균 244㎎/㎏) 정도의 폼알데하이드 수치가 검출됐다. 개봉 후 2개월이 경과한 제품은 외피와 내피에서 각각 106~559㎎/㎏(평균 271㎎/㎏), 0~23.3㎎/㎏ (평균 ㎎/㎏) 정도의 수치가 각각 나왔다.

폼알데하이드는 자극적인 냄새와 독성을 가진 물질로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는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한다. 봉준호 감독의 2006년 영화 ‘괴물’에서 주한미군이 해당 물질을 한강에 무단 방류하는 장면이 나오면서 널리 알려졌다.

가정용 섬유제품에 대한 폼알데하이드 기준은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안전관리법(전안법)에 의해, 인체에 직간접적 접촉 여부 또는 지속적 접촉 정도에 따라서 정해진다. 내의류 및 중의류의 경우 75㎎/㎏ 이하를, 외의류 및 침구류의 경우에는 300㎎/㎏ 이하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 서머캐리백의 개봉 전 제품 외피(평균 459㎎/㎏)의 경우 외의·침구류의 폼알데히드 검출 기준을 초과했다.

회사 측은 캐리백은 의류·침구류 제품이 아니라 폼알데하이드 검출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도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사과 입장을 표명했다.

스타벅스는 “서머캐리백은 직접 착용하지 않는 가방, 쿠션, 방석 또는 커튼과 함께 ‘기타 제품류’로 분류돼 유해물질 안전요건 대상 제품으로 적용되지 않아 관련한 기준이 존재하지 않았다”며 “이로 인해 시험 결과 수치의 의미를 해석하는데 시일이 지체됐고 진심으로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스타벅스 서머 캐리백 관련 익명 인증 사진. (사진=블라인드 캡처)
◇“진심 송구” 고개 숙였지만 ‘1등 브랜드’ 이미지 타격

고객 보상안도 내놓았다. 이번 여름 ‘e프리퀀시’ 이벤트 기간 중 17개의 e스티커 적립 후 서머캐리백으로 교환을 완료한 고객에게 기존에 수령한 동일한 수량으로 새롭게 제작한 굿즈를 제공한다. 현재 진행 중인 무료 음료 쿠폰 3장 교환과는 별도다.

고객이 새로운 굿즈 수령을 원치 않을 경우 역시 기존 서머 캐리백과 동일한 수량으로 스타벅스 리워드 카드 3만원을 온라인상으로 일괄 적립해 준다. 스타벅스 카드를 등록하지 않은 웹 회원에게는 대용량 문자메시지(MMS)로 스타벅스 e기프트카드 3만원권을 발송한다.

실책을 인정하고 고객 보상안을 내놓았지만 부동의 국내 1위 커피 프랜차이즈로서 쌓은 브랜드 이미지에 큰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난 5월부터 서머캐리백의 냄새 문제가 발생했는데도 두 달이 지난 시점에야 원인을 규명하고 고객 보상안을 내놓은 것은 늑장 대응이라는 것이다.

스타벅스는 “23년 전 이대 1호점 개점 당시 초심을 잃어버린 것은 아닌지, 지난 23년 동안 성장이라는 화려함 속에서 혹시 놓치고 있는 것은 없었는지 절박한 위기 의식으로 돌아보겠다”며 “젊은 기업으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해야 할 시점에 이번 이슈로 인해 심려 끼쳐 드린 모든 고객분들에게 다시 한 번 진심 어린 사과의 마음을 전한다”고 전했다.

스타벅스는 재발 방지를 위해 품질관리 조직을 확대 개편하고 전문인력을 채용해 체계적인 검증 절차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또 스타벅스 브랜드로 출시되는 모든 상품에 대해서 국가 안전 기준 유무보다 엄격한 자체 기준을 전문가들과 함께 정립한다고 발표했다.

한편 정부도 스타벅스 서머캐리백 사고조사에 착수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소속기관인 국가기술표준원(국표원)은 이날 제품 사고 조사를 실시하고 결과에 따라 제품안전 자문위원회 등 전문가 검토를 거쳐 필요한 안전조치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표원 관계자는 “조사 과정에서 불법 등 제품 결함이 확인되면 즉시 제품 리콜하고 소비자 안전사용 안내 등의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