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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하게 준비된 탓일까요, 정책에 대한 이해 부족 때문일까요. 아니면 ‘5G 요금제에 대한 소비자 선택권을 강화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얘기에 만족해야 하는 걸까요.
14일 오후 윤두현 의원실과 국민의힘 정책위원회가 주최한 ‘5G 통신요금제 개편 소비자 권익증진 토론회’는 어떤 결론도 내지 못하고 끝났습니다.
권성동 “SKT 주장이 맞는지, 윤두현 의원이 맞는지 보겠다”
토론회에 권성동 대표 직무대행이 참석해 “SK텔레콤 주장이 맞는지, 윤두현 의원이 맞는지 보고 난제가 없다면 정부에 협의를 요청하도록 하겠다”고 인사말을 하고 떠났지만, 뚜렷한 방향성이 모아지진 못했습니다.
권 직무대행은 “원내 대책회의 과정에서 윤두현 의원이 통신사들이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해 이 세미나를 개최하게 됐다”면서 “(SK텔레콤이) 24GB를 기준으로 통신 요금을 책정하겠다고 해서 평균(5G 평균 사용자)에 미치지 못한다는 문제 제기가 있다. SKT 얘기처럼 24GB만 가능한지, 30GB나 40GB 등은 불가능한 것인지 세미나를 갖게 됐다”고 언급했습니다.
권성동 원내 대표 단일 체제로 당이 운영돼서인지, 이날 토론회에는 14명에 달하는 여당 의원들이 참석했죠. 금방 자리를 떠났지만요. 제 옆자리 의원은 “SKT 제공량이 24GB라는데, 5G 평균 사용량인 27GB와 맞지 않다”고 말하더군요.
그런데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24GB냐 27GB냐가 중요한 건 아니라는 얘기가 발제자 입에서 나왔습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출신인 김용재 한국외대 교수는 “5G 사용자의 평균 데이터 사용량이 27GB라고들 하는데, 사실 이용자 숫자로 보면 많은 이용자들이 27GB 미만에 몰려있다”면서 “중간 값을 봐야 한다. 5월 현재 5G 가입자는 2400만 명인데, 데이터 사용량 1200만 번째가 중간 값이다. 이리 보면 당연히 27GB 미만이 되고, 15GB 내외로 추정한다”고 했습니다.
성일종 정책위 의장과 윤두현 의원 발언도 온도 차
성일종 정책위 의장은 “통신에 대한 선택의 폭을 넓혀 국민의 통신비 절감 방안을 모색했으면 한다”면서 “(기업 경영은) 시장의 자유에 맡기지만 기업들이 협조해 줄 수 있는 부분은 조금 협조해주길 부탁드린다. 듣고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인사말을 했습니다.
반면, 윤두현 의원은 김용재 교수 발제가 끝난 뒤 “중간요금제 하면서 24GB만 하면 소비자를 현혹하는 행위라고 느꼈기 때문에 토론회를 한 것”이라며 “SKT가 상반기 엄청난 흑자를 냈는데 그렇게 하면 소비자 착취에 해당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토론자들도 제각각
발제자와 달리, 토론자 중에서는 24GB 월 5만 9,000원 요금제는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SKT가 내놓은 24GB에 5만 9,000원은 실망감을 느꼈다”면서 “20GB 밑의 소비자를 끌어올리는 것 외에는 소비자 편익을 느끼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5G 과장광고 등을 이유로 소비자 소송을 진행중인 법무법인 주원의 김진욱 변호사는 “5G 중간 요금제 출시가 설득력 있게 들리려면 요금제의 전제가 되는 품질, 속도, 커버리지가 충족돼야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김대중 한국소비자원 시장조사 국장은 “2년 전 요금제가 단순해 개선을 권고했지만 크게 바뀌지 않고 있다”면서 “지나친 세분화 우려도 있지만 지금은 너무 단순하다”고 지적했고,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24GB냐, 27GB냐의 문제는 상위 1%, 상위 10%의 헤비유저를 고려하면 좀 더 논의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고 해서, 24GB를 낸 SKT를 질타하진 않았습니다.
오히려 이 교수는 제도적인 문제를 제기했죠. 그는 “(이 토론회가) 좋은 취지이나 인가제를 신고제로 전환한 것에 비춰보면 예전과 똑같은 (정치권의 압박 같은)형태로 사업자들이 요금을 인하하도록 하는 부분은 제도 변경의 취지와는 맞지 않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통신사가 민간 기업이라는 점과, 법적으로도 (유보)요금신고제인 상황에서, 지난 정권과 같은 방식으로 요금을 결정하려 것은 (윤석열정부) 출범 시기와 조금 다르지 않은가”라고도 했습니다.
윤두현 의원 “가격에 개입하겠다는 것 아냐”
1시간 넘게 서로 다른 이야기가 오가자, 이 토론회를 왜 열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정부가 유보신고제 상에서 심사하는 와중에 여당 의원이 주최했기 때문이죠. 그래서 앞으로 법률 개정 등을 할 예정인지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윤두현 의원은 이에 대해 “가격 결정에 개입하겠다는 게 아니다. 착취적 이익을 가져간다고 보기 때문에 나쁜 짓을 하지 말하는 거다. 지금 법안을 만들겠다고 하는 게 아니다. 시장에는 개입하지 않지만 부당한 행위를 그냥 두면 안 되지 않나. 그래서 김진욱 변호사도 모신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또 “(통신요금을 정부가 정하는 등의 법률 개정 여부에 대해서는) 극단적으로 통신사가 부당행위를 계속한다면 그럴 수 있겠지만 오지 않은 상황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맞지 않다. 국감 때 들여다 보겠다”고 했습니다.
윤 의원은 마무리 발언에서 “시장의 가격결정에 개입을 하진 않는다. 원가를 모르지 않나”라면서 “자본주의에 싸고 좋은 것은 없다. 가격에 개입하는 게 아니라 소비자가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달라는 것”이라고 정리했습니다.
하지만, 토론회가 진행된 2시간 여 동안 혼란스러웠습니다. 의원실 측에서는 3주 전에 과기정통부에 자료를 요청하고 토론회 준비도 1주일 전부터 했다고 하지만, 가격에 개입하려는 게 아니라면, 여당 의원이 정부의 심사가 진행되는 와중에, SK텔레콤이 제출한 요금제 전체도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너무 급하게 토론회를 연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른 통신사들도 비슷한 요금제를 낼까봐 그랬다는데, 토론회 마지막까지 권성동 직무대행이 언급한 “누구 말이 맞나?”에 대한 답은 찾기 어려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