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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징계를 받으면 현 임기를 종료한 후 연임이 불가능하다. 앞으로 3~5년간 금융권 재취업도 금지된다. 두 은행을 대표하는 최고경영자(CEO)가 징계 소용돌이에 휘말렸다는 점에서 앞으로 회사의 지배구조에도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라임펀드 판매사 역대급 징계 배경은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전날 라임펀드 판매사인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신한금융지주 부문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 사전제재 통지문을 보냈다. 라임 사태가 벌어졌을 때 우리은행장을 맡고 있던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직무정지(상당),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문책경고,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주의적 경고처분을 통보했다.
징계 수위는 해임 권고, 직무 정지, 문책 경고, 주의적 경고, 주의 5단계로 나뉜다. 문책 경고부터 중징계에 해당한다.
세 기관에 대해서는 모두 기관경고 이상의 중징계 처분을 통보된 것으로 전해진다. 부당권유와 내부통제 미비 등이 징계의 근거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직 은행권 CEO의 직무정지 통보는 지난 2014년 KB사태를 불러왔던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 이후 처음이다. 손 회장은 앞서 해외 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때 내부통제를 제대로 못했다는 이유로 문책경고 처분을 받았는데, 이번 라임펀드 문제로 징계 수위가 올라간 것이다. DLF 사태 때보다 책임이 더 무겁다는 게 감독 당국의 시각이다.
우리은행의 경우 라임펀드 판매액이 은행권 가운데 가장 많았다. 우리은행의 판매액은 3577억원이었고, 신한금융투자(3248억원), 신한은행(2769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금감원은 우리은행이 라임펀드의 부실 가능성을 알면서도 펀드를 팔았다고 보고 있다. 우리은행이 금융지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수익성을 높이려고 무리수를 뒀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법률’(이하 자본시장법) 상 사기적 부당거래 및 부당권유 행위에 해당한 것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은행은 이미 DLF 사태 처리 과정에서 내부통제 미비로 손 회장이 제재를 받았다. 이번에는 다른 명분을 앞세우면 중복처벌 논란도 피할 수 있다는 점도 감독 당국은 고려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라임펀드 징계 수위가 더 높다는 건, 라임펀드 판매과정에서 문제가 DLF 때보다 더 좋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봐야할 것”고 말했다.
◇당혹스러운 은행권‥지배구조 영향 불가피
신한은행의 진 행장은 직무정지보다 한 단계 낮은 문책경고를 통보받았다. 역시 연임이 제한되는 중징계다. 신한은행이 라임펀드 판매가 많았다는 점을 지적한 셈이다.
눈길을 끄는 건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도 단계는 낮지만 주의적 경고를 받았다는 점이다. 금감원은 신한금융지주 차원의 ‘매트릭스 체제’를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은행과 신한금융투자가 복합 점포에서 라임 펀드를 판매하는 과정에 신한금융지주 CEO가 복합 점포 운영의 관리 책임이 있다고 본 것이다.
이번 징계안은 두 은행의 지배구조와도 직결된다. 직무정지(상당) 통보를 받은 손 회장은 현 회장직을 수행하는 데는 영향을 받지 않지만 연임은 제한된다. 우리금융 사외이사들은 이날 모여 고객보호, 지배구조 안정과 주주가치를 위해 손 회장이 직을 수행하는 것에 대해 뜻을 같이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손 회장은 이미 DLF 사태의 책임을 물어 ‘문책경고’를 받은 상태다. 행정소송을 통해 시시비비를 가리고 있어 회장 직무는 유지 중인데, 다시 직무정지 처분을 받는다면 타격이 클 수 있다. 금융지주 CEO가 금융당국에 연속으로 중징계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신한금융의 지배구조도 영향이 있을 수 있다. 차기 신한금융지주 회장 후보 중 한 명인 진옥동 행장에 대한 문책경고가 확정되면 임기 종료 뒤 금융권 재취업이 막히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는 지난 DLF 사태처럼 손 회장과 진 행장이 결국 행정소송에 나서지 않겠느냐고 점치는 분위기다.
익명을 요구한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권이 주도한 DLF 사태와는 달리 라임펀드의 경우 은행도 사기의 피해자 중 하나”라면서 “소비자 피해보상도 적극적으로 나섰는데 중징계 사전 통보가 되니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무역금융펀드 투자자에 대한 100% 보상안을 수용하고 라임펀드 피해자에게 원금 50%를 미리 지급하는 등 소비자 보호에 적극 나섰다는 점을 금감원의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소명한다는 계획이다. 금감원의 제재심은 이달 25일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