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한발자국도 물러설 수 없는 5G 전쟁…“韓 선수 키워야”

김겨레 기자I 2019.07.08 19:51:27

‘화웨이 사태’로 미중 5G 갈등 떠오른 가운데 전문가 토론회
“5G 경쟁은 디지털 산업을 둘러산 헤게모니 갈등”
"선수 없이 정부 홀로 미중 견제하는 유럽 반면교사 삼아야"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화웨이 사태’로 노출된 5세대(5G) 이동통신 기술을 둘러싼 미중 갈등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5G 기술 육성에 힘을 써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8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미·중 5G 통상·안보 분쟁과 한국의 선택’ 토론회에서 “데이터 주권 과 정보 주권은 4차 산업혁명의 진전으로 실현될 지능정보사회에서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가치”라며, 정부와 업계가 신중한 입장을 갖고 국내 선수들을 육성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앞서 유럽의 경우 미국과 중국의 정보통신기술(ICT)기업을 견제할 노텔, 모토로라, 에릭슨 등이 사라지면서 정부 홀로 디지털 경제에서 분투하고 있는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고려대 사이버법센터와 한국사이버안보법정책학회가 주관한 이날 토론회는 5G 관련 미·중간 통상과 안보 차원 분쟁의 배경을 분석하는 한편, 현황 향후 전망과 한국의 대응방안에 대해서 논의하는 자리였다.

◇ 5G 단순한 기술의 진보 아니라 패러다임의 전환

전문가들은 5G 기술이 갖는 의미와 미래에 미칠 영향력에 주목했다. 단순히 4세대를 잇는 이동통신 기술이라는 차원이 아니라 생활의 환경을 바꾸고 새로운 서비스를 가능하게 만드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가져올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경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5G는 속도가 최소 10배, 최대 100배가 빨라지고 기존에 비해 10배 이상의 기기를 한번에 사용할 수 있으며, 응답속도가 현저히 빨라진다”면서, 최고 속도가 시속 100㎞인 차가 시속 1000㎞를 달릴 수 있고 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지연시간과 제동거리가 각각 50분의 1로 줄어드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 정도의 (이동통신) 환경 변화는 기존 서비스의 효율이 좋아진다는 개념이 아니라 새로운 서비스가 가능할 것”이라며 “예를 들어 내시경 시술을 할 때 한국에 있는 의사가 중국 상하이에서 진료를 받는 환자의 영상을 실시간으로 고화질로 받아보면서 정밀한 작업을 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AFPBB 제공]
◇ 미중 양자구도 속 갈등 격화 필연적…“군사분야에도 영향”

5G가 미래 정보통신 산업은 물론 국가 안보와 관련해 핵심적인 기술인 만큼 양대 강자인 미국과 중국의 경쟁은 패권 다툼 양상을 띨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 중론이다.

이경호 교수는 “5G 시대에서 이미 각 국가는 기업과 정보기관을 통해 정보전쟁을 미리 준비해온 것이 현실”이라며 “패권국가의 안보 및 국익 차원에서 정보 틀랫폼의 거버넌스에 대한 이슈이며 절대로 주도권을 양보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진단했다.

정영진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중국이 앞으로 기술을 훔치지 않겠다, 미국의 의도에 맞는 컴플라이언스 매커니즘(준법감시 장치)을 시행하겠다고 해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미중의 경제력 발달에 따른 필연적인 갈등 구조하에서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장기적인 갈등 구조를 염두에 두고 해결 방안을 생각해 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5G 기술은 국가 안보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홍규덕 숙명여대 교수는 “5G 네트워크는 스마트 홈, 자율주행, 정밀 유기농업, 인간형 로봇 등 민간 분야 뿐 아니라 감시 및 정찰 지휘통제, 군수지원 등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며 “화웨이 5G 네트워크는 민간 뿐 아니라 군사 분야에도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 “5G 장비 국산화 필요”…화웨이 보안 우려에는 “증거는 없지만…”

미·중 갈등 심화에 대한 대응 차원을 넘어 데이터 주권과 기술 주권을 지키기 위해 한국 정부의 신중하면서도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김성철 교수는 “5G 장비 등 중국의 ICT 제품에 대한 국제적인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중국의 5G 장비를 선도적으로 구매하는 것은 최대한 지양해야 한다”면서 “당분간은 5G 서비스가 필수품이 아니고 아직까지는 ‘킬러 서비스’가 부재한 상황이라는 점을 내세워 국내 통신사들은 5G 네트워크에 한 투자를 신중 모드로 전환하고 국내 장비의 완성도를 국산화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특히 “미국의 ICT기업들이 서버를 여전히 한국의 밖에 두는 상황에서 데이터 주권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며, “한국 정부는 반기업적, 반시장적인 정책을 재고하고 국내 ICT 기업들이 데이터 주권과 기술 주권을 향유할 수 있도록 정책방향을 수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화웨이 ‘백도어’(인증 없이 전산망에 침투해 정보를 빼돌릴 장치) 논란 등 중국 업체에 대한 보안 우려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증거는 없지만 정황은 충분하는 게 중론이었다.

정명현 고려대 교수는 “그동안 발표된 보고서에 따르면 화웨이 자체의 통신 장비에 기술적인 취약성이 있다는 공개적인 증가는 없다”면서 “화웨이라는 회사가 결국 중국 기업이고 중국의 제도에 의해 관장되는 기업이라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진단했다.

이경호 교수는 화웨이가 중국 인민해방군으로부터 지원을 받아 설립됐다는 점을 지적하면 정부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을 꼬집었고, 박노형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중국 정부가 첨단 산업 분야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기업과 정부 혹은 군의 ‘융합’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화웨이 직원 2만5000명의 고용 관련 정보를 분석한 결과, 화웨이가 중국 인민해방군과 깊은 연관을 맺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