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오토in] 카가이 남현수 기자= 푸조가 새로운 소형 SUV를 선보였다. 2세대 2008이다. 3천만원대 초반 가격에 매력적인 디자인, 높은 연료효율 삼박자를 갖췄다. 1세대 2008은 2013년 처음 공개됐다. 국내 시판은 2014년이다. 사전계약 일주일만에 1000대가 계약된 베스트셀링 모델이다. 2015년에는 수입 소형 SUV 판매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푸조의 핵심 모델 2008이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왔다. 플랫폼은 물론 파워트레인과 디자인까지 최신의 것으로 싹 바꿔 입었다. 소형 SUV의 인기가 높아진 만큼 크기를 키워 차별화했고, 편의안전장비도 넉넉하게 담았다. 아쉬운 점도 있지만 뚜렷한 장점이 단점을 상쇄한다.
2세대 2008은 기존 대비 전장은 140mm, 전폭은 30mm씩 길고 넓어졌다. 휠베이스도 65mm 늘려 실내 공간이 넉넉해졌다. 전고는 살짝 5mm 낮게 해 보다 역동적이고 스포티한 자태를 뽐낸다.
2008의 디자인 포인트는 전면이다. 사자의 송곳니를 형상화했다는 주간 주행등이 헤드램프부터 범퍼 하단까지 길게 연결된다. LED가 적용된 헤드램프 안에 자리한 3개의 줄이 독특한 존재감을 뽐낸다. GT라인과 달린 알뤼르 헤드램프에는 3개의 주간 주행등이 빠진다. LED 안개등 역시 GT트림 전용이다. 라디에이터 그릴은 기존보다 면적을 키웠다. 그릴엔 주간주행등과 마찬가지로 세로로 뻗은 패턴이 적용됐다. 보닛 끝 단에는 2008 레터링이 자리한다. 지난해 출시한 508과 동일한 위치다. 기아차 셀토스가 2008 디자인과 흡사하다는 평가를 받는 부분이다.
B필러를 지나 C필러에 가까워 질수록 벨트라인이 위로 솟구친다. 보다 역동적인 인상을 자아낸다. 삼각 형태의 캐릭터 라인이 1열도어와 2열 도어에 모두 존재한다. GT트림 전용으로 적용되는 블랙 사이드미러와 루프는 차체가 더욱 낮아 보이는 착시 효과를 준다. GT라인과 알뤼르 모두 17인치 알로이 휠이 적용된다. 자세히 안 보면 모를 만큼 약간 다른 디자인이다. 시트로엥과 달리 상어 지느러미 모양은 찾아 볼 수 없다.
후면에는 좌우로 길게 뻗은 블랙 유광 패널이 자리한다. 전면과 동일하게 사자의 발톱을 형상화한 3줄의 테일램프를 배치했다. 전면 주간주행등과 마찬가지로 상시 점등된다. 사고 위험을 줄일 뿐 아니라 뚜렷한 존재감을 각인 시킨다. 테일파이프를 범퍼 밑으로 숨기는 최근 트렌드와 달리 작고 동그란 테일파이프가 범퍼 아래로 툭 튀어 나왔다.
실내서 가장 눈에 띄는 건 3D 인스트루먼트 클러스터다. 두 개의 디지털 클러스터가 중첩돼 입체감이 느껴진다. 사람의 눈을 인식해 3D 화면을 구성하는 것보다 입체적이다. 푸조는 일반적인 클러스터에 비해 운전자가 0.5초 빠르게 차량의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스티어링휠에 계기반이 가려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위치 조정이 필요해 보인다. 계기반 높이가 살짝 더 높았으면 어땠을까 한다.
스티어링휠은 위아래가 모두 D컷으로 잘려 있다. 직관적인 핸들링이 가능하다. 뒷 편에는 고정식 패들 시프트가 위치한다. 플라스틱 소재를 사용해 조작감이 떨어지지만 사용에 문제는 없다. 스티어링휠 왼쪽 뒷 편에는 반자율 주행과 관련된 버튼 뭉치가 있다. 처음 마주하면 조작법을 몰라 당황스럽지만 이내 손쉽게 조작할 수 있다. 7인치 센터 디스플레이는 크기와 해상도 모두 아쉽다. 자체 내비게이션은 없지만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를 지원한다. 선을 연결하면 T맵, 카카오 내비 등을 이용할 수 있다. 모니터 아래에 위치한 스위치는 토글 형태다. 푸조만의 독특한 스타일의 기어레버는 사용할 수록 마음에 쏙 든다. 한 손에 꽉 차는 그립감이 좋아 계속 만지게 된다. 스마트폰 무선충전패드, 프레임리스 룸미러, 앰비언트 라이트 등 소비자가 선호하는 인테리어 포인트와 편의장비도 잘 담아냈다.
2열은 루프 라인이 안쪽으로 말려 들어와 다소 갑갑하다. 대신 헤드룸이나 레그룸은 넉넉하다. 이전 세대보다 전고가 낮아졌음에도 헤드룸이 넉넉한 이유는 플랫폼 변화에 있다. 2세대 2008은 기존 내연기관뿐 아니라 전기차 모델의 출시를 위해 플랫폼을 바꿨다. 기존 배터리가 있어야 할 바닥 공간을 비워 그만큼 실내 공간이 넓어졌다. 2열을 위한 편의장비는 2개의 USB 충전 포트가 전부다. 2열 창문은 딱 성인 남성 한 뼘 정도밖에 열리지 않는다. 사람에 따라 갑갑하게 느껴질 수 있겠다.
트렁크 공간은 기본 용량 434L다. 트렁크 바닥 부분의 높이를 낮춰 더 많은 공간을 확보할 수도 있다. 60:40으로 폴딩되는 2열을 접으면 최대 1467L까지 공간이 확장된다.
2008은 두 가지 파워트레인이다. 1.5L 디젤과 8단 자동변속기 및 전기차 버전이다. 아쉽게도 이번엔 디젤만 시승했다. 최고출력 130마력에 최대토크 30.6kg.m를 발휘한다. 복합연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리터당 17.1km/L다. 웬만한 하이브리드 모델보다도 좋은 수치다. 실 연비는 이보다 높다. 엔진을 살살 달래가며 주행하면 리터당 25km 이상의 연비도 기록할 수 있다.
스포티한 주행은 기대하기 어렵다. 소형 SUV라는 성격을 감안하면 충분히 납득이 가능하다. 도심 주행이 많다면 적정한 수준이다. 최고출력은 낮지만 최대토크가 높아 발진 성능이 좋다. 변속이 이뤄지는 것을 알아차리기 힘들만큼 부드럽게 단을 바꿔내는 자동 변속기가 일품이다.
주행모드는 3가지다. 기본이 되는 노말부터 스포츠, 에코 모드로 나뉜다. 에코모드로 바꾸면 가속페달을 아무리 밟아도 속도계 숫자는 천천히 오른다. 스포츠 모드로 바꾸면 엔진음이 한층 부각된다. 가속페달의 반응이 좀 더 민감해질 뿐 그 이상의 변화는 없다.
승차감은 대만족이다. 노면의 진동을 잘 받아낸다. 코너에서도 주저함이 없다. 다만 높이가 높은 방지턱을 빠르게 지나면 ‘쿵’하는 느낌이 든다.
2008은 기본 트림인 알뤼르부터 차선 이탈 방지 어시스트, 액티브 세이프티 브레이크, 제한속도 인식 및 권장 속도 표시 시스템, 운전자 주의 경고 등이 장착된다. GT트림을 선택하면 앞서 언급한 장비들에 더해 정차 및 재출발을 지원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차선 중앙 유지, 오토 하이빔 어시스트, 액티브 블라인드 스팟 모니터링 등이 더해진다. 수입 소형 SUV에서 찾아 보기 드문 반자율 주행 시스템을 빠짐없이 장착했다.
2008의 마지막 매력은 가격이다. 1세대 모델에 비해 100만원 가량 가격이 상승했지만 여전히 가성비가 탁월하다. 알뤼르 3248만원, GT라인 3545만원으로 국산 소형 SUV 풀옵션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저렴하다. 도심 주행이 많고, 나만의 개성 넘치는 모델을 구매하고 싶다면 푸조 2008은 좋은 선택지다. 전기차를 충전할 수 인프라가 갖춰졌다면 e-2008을 고려해보는 것도 좋다.
한 줄 평장점 : 입이 떡 벌어지는 놀라운 연료효율, 3천만원 초반 가성비
단점 : 7인치 디스플레이가 웬말…계기반을 가리는 스티어링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