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모산업은 국내 일반인들과 투자자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영역이다. 운모란 화강암에 많이 포함되어 있는 조암광물이다. 이 광물은 인위적 생산 및 가공 단계를 거쳐 합성운모로 거듭나는데, 주로 절연재료나 자동차 도료, 색조화장품, 인테리어 도료, 내열자재 등에 쓰인다. 2003년에 설립한 크리스탈신소재는 중국에 토대를 두고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다. 장쑤성 장인시에 본사가 있는 제1공장을 비롯해 구(舊)공장, 제2공장의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첨단시설로 품질 관리 자부
지난달 28일 오전 9시. 난징국제공항에서 차로 2시간여 거리에 있는 크리스탈신소재 본사에 도착하자 제1,3공장 등 웅장한 건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보통 오전 8시에 출근한다는 회사 직원들은 여느 날과 다름없이 각자 맡은 위치에서 합성운모 생산에 여념이 없었다.
허위에룬 크리스탈신소재 대표는 먼저 본사 건물에 있는 연구동으로 기자를 안내했다. 본사 5층에 있는 연구실 입구에는 중국 과학기술원에서 인증한 팻말이 걸려 있었다. 한 여자 연구원은 독일서 들여온 원소측정기기를 이용해 회사에서 생산한 합성운모에 불필요한 성분이 얼마나 들어 있는지 체크하고 있었다.
옆방에는 현미경 설비가 갖춰져 있었다. 연구실에는 연구원이 한 명씩 위치해 운모 원재료의 특성을 파악하거나, 합성운모에 수분 함유량을 확인하는 등 각자 맡은 임무에 집중하고 있었다.
허위에룬 대표는 공장의 생산설비 못지않게 최첨단 장비가 있는 연구실을 크리스탈신소재가 내세울 만한 강점이라고 꼽았다. 더욱이 현미경 등 고가의 장비는 장쑤성 공업단지에 있는 다른 기업들도 갖추지 못한 최첨단 시설인 만큼 품질관리 측면에서도 으뜸이라고 자부했다.
그는 연구실을 둘러본 기자를 2층으로 안내했다. 그곳에는 본사 및 공장의 생산 설비 가동현황을 폐쇄회로(CC)TV를 통해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상황실 및 합성운모 산업을 요약해 놓은 전시관이었다. 허위에룬 대표는 합성운모를 제작하는 전 과정을 한 번에 설명했다.
합성운모의 기초가 되는 합성운모플레이크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대형 항아리 모양의 전기로(가마)에 천연운모과 합성물질을 배합해 넣은 후 열을 가해 화산 폭발과 같은 과정을 거친다.
허위에룬 대표는 “합성운모는 여러 갈래로 잘 쪼개지는 데 반짝거리는 성분이 화장품이나 립밤에 쓰인다”며 “다만 화장품보다는 자동차나 인테리어 도료로 주로 쓰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크리스탈신소재는 합성운모플레이크, 합성운모파우더, 운모테이프 등 자체 개발한 3개의 설비를 갖추고 있고, 총 53개 지적재산권도 보유하고 있다”며 “특히 운모테이프는 열에 잘버텨 건자재 쪽으로 화재에 특화된 분야이며, 앞으로 이쪽 시장이 더울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
이날 오전 10시께 본사 옆에 있는 제1공장에서는 직원들이 합성운모플레이크를 생산하고 있었다. 합성운모플레이크는 △원재료 배합 △가마 투입 △가열 및 용해 △절전 및 냉각 △가마 해제 △파쇄 △포장의 과정을 거친다.
공장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합성운모 원료 배합설비였다. 예전에는 50여명의 직원이 한데 모여 일일이 손으로 원료를 배합했지만 지금은 거대한 배합설비가 자동으로 움직여 2명의 직원만 현장을 지키고 있었다. 생산된 배합원료는 마대자루에 담겨 지게차로 옮겨지고 있었다.
옆 작업장에서는 130여개 가마가 자태를 드러냈다. 가마 안에는 전류가 흘러 화산 폭발 전의 상태를 재연하고 있었다. 기자가 가마 가까이 다가가자 한증막에 온듯한 열기가 느껴질 정도였다. 가마는 3일간 가열한 후 12일 정도 온도조절을 거치면서 냉각한다. 이후 가마를 형성한 벽돌을 분리 해체하면 합성운모플레이크가 되는 것이다.
일부 직원들은 벽돌을 원형으로 한층 한층 쌓아가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벽돌을 쌓은 이후에는 철근으로 바깥부분을 고정했다.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직원들이 전동기기를 통해 생산된 합성운모플레이크를 작은 덩어리로 부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기자가 갓 만들어진 합성운모플레이크를 만져보자 다시 잘게 부서졌다. 손에는 반짝이는 성분이 남아 있었다. 이 자재는 다시 잘게 부수는 공정을 거쳐 포장된 후 관련 산업을 영위하는 기업들로 전달된다고 했다.
|
10분 거리에 있는 구공장에서는 합성운모파우더를 생산하고 있었다. 이 공장은 크리스탈신소재의 태생을 함께한 공장이다. 이로 인해 제1, 제2라는 명칭대신 구공장이라고 부른다는 게 허위에룬 대표의 설명이다.
합성운모파우더 생산 프로세스는 총 6단계를 거친다. 먼저 수력으로 합성운모를 파쇄한 후 압착을 통해 수분을 제거한다. 이후 운모를 가는 연마 단계를 거쳐 다시 물에 침전시켜 크기가 다른 것들을 걸러내고, 세척, 건조를 거쳐 파우더로 탄생하는 것이다. 생산단계를 거칠수록 입자가 얇아진다.
크리스탈신소재는 구공장에서 총 300개의 크고 작은 욕조를 통해 파우더를 생산하고 있었다. 생산된 합성운모파우더는 샘플로 제작된 후 주광을 입히기도 한다. 하지만 파우더는 보통 관련 산업 업체로 전해진 후 색을 입히는 작업은 거친다고 했다.
인근에 있는 제2공장에서는 운모테이프를 생산하고 있었다. 인쇄소를 연상케하는 운모테이프 생산설비는 쉼 없이 돌아가고 있었고 직원들이 매의 눈으로 생산 현장을 지켜보고 있었다. 테이프는 테이프모양으로 일반 테이프처럼 말린 채 생산되지만 접착력은 없다.
한쪽에서는 여직원들이 운모테이프를 업체들이 원하는 길이에 맞춰 1만m, 1000m로 연결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공장 관계자는 “운모테이프는 운모지를 뽑아서 롤 과정을 거치며 건조 단계로 넘어간다”면서 “천연운모테이프는 갈색을 띠지만 합성운모는 흰색을 띄며, 합성운모가 천연운모보다 조금 더 비싼 가격에 팔린다”고 말했다.
|
◇천연운모 대체시장으로 성장 기대
크리스탈신소재는 독과점하고 있는 운모시장이 앞으로 확대될 것으로 기대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누적 매출액은 572억7200만원으로 전년동기(525억8800만원)보다 8.91% 증가했다. 제품별 매출 현황은 합성운모파우더가 246억원으로 가장 비중이 컸다. 이어 합성운모플레이크가 194억원, 운모테이프가 131억원을 기록했다.
회사는 천연운모의 대체시장으로 합성운모의 성장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천연운모는 환경규제에 따른 채굴 제약이 있고, 미국 에스티로더와 영국 러시 등 관련 기업들이 천연운모 수입을 중단하거나 줄이고 있어서다. 또 산업재해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되다가, 중금속 성분 함유에 따른 유해성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합성운모 수요량은 지난해 11만8000톤에서 올해 14만7000톤으로 확대가 예상되며, 연간 23.4%의 성장률을 기록 중이다. 크리스탈신소재의 글로벌 합성운모플레이크 시장 점유율은 77% 정도다.
허위에룬 대표는 “2017연 합성운모플레이크 생산 능력을 1만5000톤에서 2배인 3만톤으로 늘릴 만큼 설비를 증설한데 이어 내년에는 3만톤 더 늘릴 계획”이라며 “지난해에는 운모테이프 생산능력을 8000톤으로 증설, 올해는 합성운모파우더 생산능력도 지난해보다 2000톤 정도 더 증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천연운모 대체 시장으로 반사성장이 전망되며 균형 잡힌 매출 비중으로 쏠림현상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