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한국·바른미래, 선거 패배 수습하려다 갈등만 노출

김미영 기자I 2018.06.21 17:06:17

한국당, 수렁으로…21일 의총서 혁신안은 뒷전, 친박 vs 비박 싸움만
‘비박’ 박성중 “목을 친다!” 도화선돼 폭발…김성태 사퇴 요구까지
바른미래, 당 정체성에 ‘진보’ 추가로 국민의당파 vs 바른정당파 ‘충돌’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서 참석한 의원들이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미영 임현영 기자]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6.13 지방선거 참패 수습에 나서려다 당내 갈등만 노출하고 있다. 해묵은 갈등이 터져나오면서 ‘새 출발’을 꾀하는 두 당의 발목을 잡는 형국이다. 한국당은 21일 오전 10시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선거 참패 후 중앙당 해체, 전권을 부여한 외부 혁신비대상대책위 구성 등 김성태 대표권한대행의 혁신안에 대한 의견을 모으려 했지만 실패했다.

대신 5시간 넘는 마라톤 의총은 구주류인 친박근혜계와 신주류인 비박근혜계간 계파 갈등으로 얼룩졌다.

지난 19일 언론에 보도된 비박계이자 복당파인 박성중 의원의 메모가 갈등 폭발의 도화선이 됐다. 복당파 모임 중 작성된 박 의원의 메모엔 ‘친박·비박 싸움 격화’, ‘친박 핵심 모인다’, ‘세력화가 필요하다. 목을 친다!’ 등의 내용과 일부 친박 의원들 이름이 담겨 있었다.

박 의원은 의총에서 공개발언을 저지당한 뒤 비공개발언을 통해 “여러 의원들의 발언을 메모한 것이고 ‘목을 친다’는 부분은 친박계가 비박계의 목을 칠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적은 것”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장우, 김진태 의원 등 메모에 등장한 친박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박 의원에 대한 징계, 출당 요구까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계파 갈등 조장’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친박계 화살은 김성태 권한대행으로까지 향했다. 심재철 의원 등은 선거 참패 책임, 독단적인 혁신안 발표 등을 문제 삼아 김 대행의 사퇴를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비박계이자 복당파 핵심인사인 김무성 전 대표에 대한 탈당 요구도 일각에서 제기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 대행은 의총 뒤 기자들과 만나 사퇴 요구설에 “그런 목소리도 있었지만 당이 혼돈에 빠지지 않고 쇄신과 변화 통해 흐트러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드릴 것”이라며 “당내갈등을 유발하고 분열을 조장하는 행위는 어떤 경우도 더이상 용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 대행은 의총 모두발언에서도 “계파갈등으로 분열하고 싸우는 건 제 직을 걸고 용납치 않겠다. 만일 싸우자면 이번에야말로 끝장을 볼 것”이라고 했지만, 의총 내내 갈등만 노출하고 사퇴 요구까지 받으면서 리더십에 타격을 입게 됐다는 평가다.

바른미래당은 한국당보단 상대적으로 상황이 나은 편이다. 하지만 전날 워크숍의 결과로 발표한 ‘합의문’ 문구로, 국민의당파와 바른정당파 간 이념노선 갈등이 재연되는 양상이다. 합의문엔 이전에 없던 ‘합리적 진보’라는 문구가 추가돼 논란을 불렀다. 안철수·유승민 전 대표는 지난 1월 발표한 통합선언문에서 “합리적 중도와 건전한 개혁보수의 결합”으로 당의 정체성을 규정했음에도, 이번 워크숍을 거치며 ‘중도’가 ‘진보’로 수정된 것이다.

‘진보’란 용어는 호남 중진 의원들의 강력한 요청으로 추가된 것으로 알려진다. 김동철 비대위원장은 “당 전체가 개혁보수일 수는 없다.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 양 성향이 모두 존재한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이를 두고 바른정당 출신 인사들은 “합의되지 않은 문구를 넣었다”고 불쾌해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장에 출마했다 패배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이날 새벽 귀국해 당 안팎 관심이 쏠린다. 안 전 대표는 선거 다음날인 15일 딸 설희씨의 스탠퍼드대 박사과정 졸업식 참석 차 미국으로 출국했다.당 내부에선 안 전 대표의 ‘정계은퇴’를 두고 의견이 갈린다. 대선에 이어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3위로 패배하는 등 기대 이하 성적을 낸 만큼 어떤식으로든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워크숍에서 발제를 맡은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안철수 전 대표가 당의 최대 리스크”라며 정계은퇴를 적극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안 전 대표의 정치적 역할이 아직 남았다”며 당 내 정치적 자산을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도 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