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이창용 한은 총재 "원화, 다른 나라 통화보다 덜 떨어졌다"

최정희 기자I 2022.04.25 16:00:00

이창용 총재 출입기자단 상견례
"원화 절하 우려되지만 아직 절하폭 심하지 않아"
"금리 어떤 속도로 변화 줄지, 방향 바꿀지는 데이터 보고 판단"
"고령화 중에 성장률 빨리 안 떨어지도록 ''장기 비둘기''되겠다"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원화가 절하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지만 다른 나라 통화에 비해 절하폭이 심한 편은 아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25일 취임 후 처음으로 출입기자단과 상견례를 갖고 “원화는 미국 달러인덱스가 올라간 만큼 하락했다”며 이 같이 말했다. 5월 또는 7월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해서도 “통화정책이 정상화되는 방향으로 가는 기조가 계속되는데 금리 인상 속도가 어떻게 될지는 데이터를 보고 결정해야 할 것 같다”며 “어떤 속도로 금리를 변화시킬지, 방향 자체를 바꿔야 할지는 그때그때 금통위원과 상황 판단하에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취임사 때 밝혔던 ‘장기 저성장’에 대한 우려도 내놨다. 그는 “고령화 진행 중에 경제성장률이 빨리 안 떨어져서 국민의 삶의 질이 올라가도록 노력하고 싶다”며 “그런 측면에선 장기적으론 ‘비둘기(성장 중시)’가 되고 싶다”고 설명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상견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출처: 한은)
다음은 이 총재와의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환율이 1250원 가까이 올랐다. 최근 원화 약세 압력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기준금리 조정으로 약세를 방어할 수 있을까?

△ 달러가 강세 추세를 보이고 있고 미국 금리가 올라가는 상황이다. 이에 다른 나라 통화들도 절하되고 있다. 특히 일본은 수익률곡선제어(YCC)를 하고 있어 금리 격차 커져서 환율 절하폭이 큰 편이다. 아직 원화를 보면 1월이든, 2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든 달러인덱스 오른 것과 비슷하게 떨어졌다. 다른 이머징마켓, 유럽 등 다른 기타 통화에 비해 원화가 크게 절하되진 않았다. 미국 금리가 올라가면 절하 압력이 더 커질 수 있다. 다만 금리 정책을 할 때 환율까지 고려하진 않는다. 환율은 정책 변수가 아니라 시장 변수다. 쏠림이 있거나 변화가 클 때는 조정할 수 있지만 환율 자체 움직임을 타깃해서 금리를 조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원화 절하 속도가 우려되긴 하지만 아직까지 절하폭은 심한 편이 아니다.

-총재께선 성장과 물가 간의 정교한 균형을 잡으면서 통화정책을 운용해야 한다고 했는데 인플레이션과 경기 둔화 중 어느 것에 더 신경을 써야 할까요?

△ 4월까지 지표를 보면 성장도, 물가도 우려되는데 성장보다는 물가가 더 우려돼 물가에 방점을 찍고 금리를 인상했다. 데이터를 더 봐야겠지만 오늘까지 봐서는 물가가 조금 더 우려되는 상황이다. 통화정책 정상화되는 기조는 계속되는데 금리 인상 속도가 어떻게 될지는 데이터를 보고 결정해야 할 것 같다. 5월에 금리를 올릴 것인지, 7월인지 한 방향으로 얘기하기 어렵다. 개인적으로 성장면에선 해외 요인이 우크라이나 사태에 유럽 경제 성장률도 떨어지고 국제통화기금(IMF) 경제 전망도 보면 성장률이 떨어져 부정적인 영향이 크다. 다만 거리두기가 완화되고 소비가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성장이 어떻게 될지 봐야 한다.

물가는 유가, 곡물 등이 어느 정도 영향을 줄지, 4월 4%를 넘은 물가가 더 올라갈지 봐야겠다. 5월 결정 전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정책금리를 50bp, 그 이상으로 올릴 지를 살펴봐야 하고 이에 따른 자본유출, 환율 움직임도 봐야 한다. 전반적인 기조로 봐서 지금까지 물가가 더 걱정된다. 다만 앞으로 어떤 속도로 금리를 변화시킬지, 방향 자체를 바꿔야 할지는 데이터를 보고 그때그때 금통위원과 상황 판단하에 결정하겠다.

-지금은 물가를 고려해 금리를 올리고 앞으로는 성장도 균형있게 봐야 한다고 했는데 메시지에 혼란이 있다. 성장이 어느 정도 수준이 되면 성장 우려가 있는 것인가?

△ 성장률은 국내외 요인이 있을 수 있는데 어느 정도의 성장률을 맞추자는 것은 위험한 생각이다. 취임사에서 성장률 걱정을 많이 했다던데 중장기적으로 성장률을 많이 얘기해서 생긴 혼란 같다. 단기 성장과 장기 성장률 문제는 다른 것인데 혼재돼 논의되는 것이 당황스럽다. 다만 고령화가 진행되면 20년 후에 성장률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논란은 많다. 하도 매파, 비둘기파 얘기하는데 장기적으론 비둘기가 되고 싶다. 고령화 진행 중에도 성장률이 빨리 안 떨어져서 국민들의 삶의 질이 올라가도록 노력하고 있다. 공공 섹터에 대한 믿음도 있고 우리가 노력함에 따라 성장 프레임 워크를 바꿔가면 잘 할 수 있고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취임사에서 저성장을 뛰어넘는 정책이나 구조 개혁 필요성을 언급했는데 기재부 등 부처에서 해야 할 일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은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나?

△ 취임사에서 그런 얘기를 했더니 한은이 그런 얘기해도 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단기 정책과 중장기 이슈로 나눠 보고 싶다. 단기적으로 금리 정책, 재정 정책 등 부처마다 역할이 다르다. 단기 재정 정책, 금융시장 규제 정책은 각자 소임에 따라 사전 조율할 수 있지만 서로 존중하고 협력해야 한다.

다만 한은은 국민 경제 안정이라는 큰 임무가 있다. 한국 경제라는 큰 배가 있고 이쪽으로 가기 위해 그쪽으로 뛰고 있는데 그 각도가 1도 기울여져 있으면 다른 곳에 도달하게 된다. 한은의 역할은 큰 배가 움직이는데 그 각도가 맞는지, 지금은 살살 뛰고 다음에 뛰는 게 효율적인 것은 아닌지 등을 살피는 역할이 필요하다. 중장기적으로 한국 경제라는 배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지, 뛸 때 별문제가 없는지도 얘기해야 한다. 재정, 규제 완화 등에 대해선 의견을 제기하고 적극 참여해야 한다.

- 취임사에서 빅피쳐를 제시해주셨는데 ‘지친 말을 새 말로 갈아타야 한다, 민간 주도로 창의적으로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고 했는데 부연 설명을 듣고 싶다.

◇ 우리나라는 2000년초까지 빨리 성장한 유일한 나라다. 그 성공이 너무 세서 그 틀에서 벗어나는 게 정말 어렵다. 새 시대에는 새 말을 갈아타자고 했는데 그러면 뭘 하자는 것이냐는 질문이 나올 수 있는데 어려운 일이다. 다만 IMF에서 국장으로 있을 때 한국 경제에 대해 직접적인 평가는 못하지만 한국팀 직원에게 한국 정부의 정책을 평가할 때 관심을 갖고 봐달라는 세 가지가 있었다.

일단 한국은 국민들이 무슨 문제가 생기면 다 정부가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부 주도 하에 산업 정책을 해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IMF 입장에서 정부가 할 일과 못 하는 일, 이에 따른 부작용을 지적해주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국회에서도 한은에 고용 안정을 정책 목표로 도입해야 하다고 하는데 고용 창출은 정부가 아니라 민간이 해야 하는 일이다. 두 번째는 우리 정책의 많은 부분들이 공급자 위주로 결정됐다. 이제는 수요자 편의에도 어느 정도 기여하는지 물어보고 균형을 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규제 완화를 한다고 하면 기업이 사업하기 편하게 해야 한다. 새로운 기업이 사업을 할 수 있게 해서 그 편의가 소비자한테 가는지 봐야 한다. 예컨대 ‘타다’ 서비스가 수요자를 위한 정책이라면 기존 공급자에게 보상을 해주더라도 해야 한다. 경제뿐 아니라 교육도 마찬가지다. 대학생의 입시제도를 어떻게 바꿀 수 있을 것인지 역시 교수나 교사, 교육부 사람들을 위한 정책인지, 학생인 수요자를 위한 정책인지 살펴봐야 한다.

과거엔 우리나라는 성장과 분배가 같이 일어났지만 지금은 기술 변화로 양극화가 문제가 되고 있다. 중산층을 타깃해서 인기는 있지만 효과가 없는 정책을 하는 것은 아닌지, 하위 30%를 보호해주고 끌어올리는 정책인지 등을 살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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