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일 지자체와 충청 정치권에 따르면 충청권 4개 시·도지사는 이달 9일 대전시청에서 육사 이전 유치와 충청권 우주청 유치 공동선언식을 진행하기로 했다. 충청권 4개 시·도지사가 ‘세(勢) 과시’에 나서기로 한 것은 이재명·윤석열 후보의 대선공약 때문이다. 이 후보의 육군사관학교 경북 안동 이전 검토 발언은 진작부터 육사 유치전에 뛰어들었던 충청권의 즉각적인 반발을 가져왔다. 국방대와 육군훈련소를 기반으로 국방 클러스터를 꿈꾸던 충청권에선 여야를 불문하고 이 후보의 공약에 반대하고 나섰다.
충남과 대전권은 일찌감치 선점해온 핵심 의제 중 하나가 육사 유치라고 강조한다. 대전·충남은 이 두 가지 현안에 대해 대선 공약 반영을 촉구해 왔다. 육사 문제의 경우 이 후보가 관련 공약을 거둬들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전과 충남은 이를 뒤집으려 결집력을 강화하고 있지만 정치적 구호에 끝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안동도 육사 이전 공약으로 지역정치권과 지역사회가 벌집을 들쑤셔놓은 듯한 상황이다. 국민의힘이 희망고문, 허언이라며 이 후보를 공격하자 민주당과 시민단체가 사죄하라고 반발하고 있다. 전통적인 보수지역인 만큼 민주당과 시민단체를 바라보는 지역 내 시선이 곱지 않은 상황이다. 안동지역은 약 40만평 규모의 예전 36사단 부지로 이전하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리라는 기대감이 있지만 보수색채가 강한 만큼 지역 민심은 이 후보에 대한 반대 여론이 강하다. “이미 육사를 보유한 고장에 또 무슨 육사냐”라는 말까지 나온다. 안동은 이육사 시인의 고향이다. 안동지역 시민단체들은 야당의 비판에 ‘비판’을 가하고 나섰다.
|
윤 후보가 항공우주청 설립을 경남 공약으로 발표한 데 이어 이 후보도 경남 설립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모양새를 보이자 그간 우주청 설립을 준비해온 대전과 경남이 유치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며 ‘세 대결’을 예고하고 있다. 경남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을 보였던 이 후보가 우주전략본부의 입지와 관련 최종 결론을 유보했는데 우주항공 국가기관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는 대전·충남권 등 타 지역의 반발을 의식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역 정가에선 우주청 대전 설립에 대한 회의적인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대전에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국방과학연구소,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카이스트(KAIST) 등 40개가 넘는 연구ㆍ개발 기관과 민간 업체들이 몰려 있다. 경남에는 한국항공우주산업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항공ㆍ우주 사업 관련 사업체의 약 60%가 집중돼 있다. 대전은 윤 후보 공약을 강하게 비판하며 유치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대전과 경남 지역사회에서는 각각 연구ㆍ개발 밀집지역에 우주개발 전담 기구를 설치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유치에 사활을 걸 것을 주문하고 있다.
조재호 울산대 교수는 “구체적인 예산 조달 방안이나 사업 타당성 검토 없이 내놓는 대선 공약은 지역 갈등과 사업 부실화 등 온갖 부작용으로 나타날 수 있다”며 “대선 공약을 발표할때는 선택과 집중으로 공약의 실효성을 높이는 데 좀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신희권 충남대 자치행정학과 교수는 “대선후보들이 표심을 극대화하기 위해 여러 지역에서 원하는 정책사업을 한 곳에 주면 반발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이러한 정책사업은 국가 정책을 관장하는 싱크탱크에서 합리적 안을 만들어 정책화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후보 보좌진은 지역공약을 만들 때 불필요한 갈등과 혼선을 초래할 부분이 없는지 자세히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