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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릭 장관은 가스 대금 결제일인 오는 5월20일까지 약 6주간의 시간이 있고,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와 상의하겠다면서도 가스 수입을 중단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슬로바키아는 가스 총 수요의 85%를 러시아에서 받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국가들이 러시아 중앙은행이 해외에 예치한 외환보유액을 쓰지 못하게 하는 등 제재를 가하자, 이에 대한 반발로 가스 결제 시 루블화만 받겠다고 선언했다. 가스 공급량의 약 40%를 러시아에서 받는 유럽으로서는 현실적으로 거부하기 어려운 제안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비우호국 구매자들이 지난 1일부터 러시아 가스 구매 대금 루블로 결제하도록 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
EU 집행위의 공식 입장은 러시아 원유 수입 결제 조건이 애초 달러 혹은 유로였다며 루블 결제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등 발트 3국은 4월부터 러시아 가스 수입을 아예 중단한다고 지난 2일 밝혔다.
다이니우스 크라이비스 리투아니아 에너지부 장관은 “우리는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 가스프롬에서 가스를 공급받아온 EU 국가 중 처음으로 독립한 나라”라고 말했다. 리투아니아는 2014년 항구도시 클라이페다에 터미널을 건설하고 미국과 노르웨이 등 여러 국가에서 액화천연가스(LNG)를 수입하고 있다. 리투아니아는 클라이페다 터미널을 통한 가스 수입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러시아는 루블화 결제를 가스 외 제품까지 확대하겠다며 유럽을 더욱 압박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1일 자국 항공사들이 비우호국 기업들에서 리스한 항공기 임차 비용을 외화가 아닌 루블화로 결제하도록 하는 대통령령을 발령했다. 지금까지 러시아 항공사들은 리스 비용을 유로나 달러 등 외화로 지급했으나 이제부터는 루블화로 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날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국영 로시야1 TV와의 인터뷰에서 “장래에는 (루블화 지급이) 새로운 제품 그룹에도 확대될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의 대외 무역 관계에서 루블화가 갈수록 더 많이 사용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