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관료·전문가 “러-우크라 전쟁, 교착 가능성” 한목소리

방성훈 기자I 2022.03.21 16:33:02

“우크라, 초기 공격 잘 막아내…러 목표 달성 실패”
“서방 군사지원 강화…우크라 저항 지속 가능"
“러, 병참문제 해결하면 언제든 전황 뒤집을 수 있어”
“앞으로 2주가 중요…교착시 민간인 사상자 급증 우려”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교착상태에 빠져 장기전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러시아군이 초기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채 막대한 사상자가 발생한 데다, 보급난·장비 손실 등까지 겹치면서 진격에 애를 먹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다가올 2주가 향후 전쟁 판도를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공격하던 러시아 탱크가 20일 좌초돼 있는 모습. (현지시간) AFP)


◇“우크라, 초기 공격 잘 막아내…러 목표 달성 실패”

워싱턴포스트(WP)는 20일(현지시간) 미국 등 서방 국가 관료들 및 군사전문가들을 인용해 “서방 정보당국은 러시아군 사상자가 하루에 많게는 1000명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그보다 더 많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사상자 발생, 장비 손실 등 현재 입고 있는 피해 규모를 고려하면 러시아군은 조만간 지속 불가능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러시아군은 이미 일주일 넘게 거의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신속하게 보급선을 개선하고 병력을 증강하는 등 충분한 보급품, 인력, 탄약을 공급해 지상군의 사기를 북돋우지 못한다면 목표 달성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소셜미디어(SNS)에는 불타버린 탱크와 버려진 호송대·보급대 등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나 영상이 지속적으로 올라오고 있다. 이러한 게시물들에는 죽은 러시아 군인, 항복하는 러시아 군인, 굶주린 러시아 군인이 지역 농부들에게서 닭을 훔치는 장면 등이 담겨 있다.

이와 관련, 미 정부 관료들은 “전쟁이 시작된 지 3주가 지났는데도 러시아가 똑같은 병참 문제를 안고 있다는 점은 이례적”이라며 “최소 4개 방향에서 우크라이로 진격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해방군으로 환영받을 것이라고 예상해 장기전엔 대비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진격 방향 등을 고려하면 러시아군의 초기 목표는 수도인 키이우, 제2의 도시 하르키우, 동부 돈바스 지역과 남부 크림반도를 잇는 항구도시 마리우폴과 오데사 등을 장악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3주가 지난 지금까지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러시아 국경에서 불과 몇㎞ 떨어지지 않은 하르키우조차 완전 포위에 실패했다. 그나마 시내 진입이 이뤄진 마리우폴에서도 한참 동안 발이 묶이면서 포위 후 무차별 포격을 가하는데 그쳤다.

미 전쟁연구소(ISW)는 전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의 초기 공격을 패퇴시켰다”면서 양국군의 충돌은 이제 교착상태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굶주린 러시아군 병사들이 3월 2일(현지시간) 우크리이나 식료품점에서 음식 등을 훔치는 모습. (사진=라디오 프리 유럽 방송 캡쳐)


◇“서방 지원 강화, 우크라 유리” Vs “러, 언제든 전황 뒤집을 수 있어”

현 상황은 우크라이나의 ‘방패’가 러시아의 ‘창’보다 유리한 국면이라는 견해가 제기된다.

미 워싱턴 소재 유럽정책분석센터(CEPA)의 벤 호지스 전 중장은 “러시아의 공격 능력과 우크라이나의 방어 능력이 모두 정점에 달했다. 이들 두 능력 간의 경쟁”이라며 “러시아는 현재의 상황을 장기간 유지할 만한 인력, 시간, 탄약 등이 부족하다. 반면 우크라이나군은 서방이 군사적 지원을 계속 강화하면서 저항을 지속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서방은 러시아군이 최소 7000명 사망하고 2만여명이 부상을 입었을 것이라고 보고 있는데, 우크라이나에 투입된 러시아군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로 “쉽게 대체할 수 없는 손실”이라고 한 미 정부 관료는 말했다. 이 관료는 “새로운 징집병을 데려오거나 예비군을 더 소집할 수 있겠지만 전체 병력은 약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적지 않다. 예를 들어 러시아가 현재 포위하고 있는 마리우폴을 완전 점령해 해당 도시에 있는 병력을 다른 지역으로 보내 공세를 강화하면 전세가 뒤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싱크탱크인 ‘앨펀 그룹’의 의장인 줄리안 린들리 프렌치는 “러시아군은 규모와 장비 면에서 우크라이나군을 압도하고 있다. 인력과 보급품만 보충되면 전황을 되돌릴 수 있다. 지금 당장은 불가능하지만 상황을 개선할 수 있다. 러시아가 이 전쟁을 지속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큰 오산”이라고 경고했다.

미 일부 관료들 역시 “러시아가 기존 병력을 유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면서 “추가 지원군을 찾는다거나 병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는 명백한 징후가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중국에 군사지원을 요청하고 시리아 용병을 모집한 바 있다. 다만 아직 추가·신규 병력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 구급대원과 자원봉사자들이 3월 9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파괴된 마리우폴의 산부인과에서 부상당한 임산부를 들것으로 실어나르고 있다. (사진=AP통신)


◇“앞으로 2주가 중요…교착시 민간인 사상자 급증 우려”

앞으로 2주 동안이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영국 국방·안보 싱크탱크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잭 와틀링은 “2주 안에 전쟁이 끝나진 않겠지만 다가오는 2주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러시아 지상군 진격이 둔화할수록 포격 등의 공세가 강화하고 잔혹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민간인 사상자 수가 급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와틀링은 “모든 징후가 러시아가 공격을 늦추기보단 배가할 것으로 나타난다. 속도는 더 느려도 우크라이나에는 더 치명적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ISW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더욱 압박하려고 포격에 더 많이 의존할 수 있다. 이는 매우 끔찍한 유혈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 정부 관계자 역시 “러시아의 정밀 미사일이 거의 고갈되고 있다”며 “이는 유도식이 아닌 재래식 폭탄을 민간인 지역에 무차별적으로 투하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뜻”이라고 우려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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