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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이윤화 기자] 세계 증시가 ‘시계 제로’ 상태에 빠졌다. 미국의 국채 금리 폭등과 중국의 헝다그룹 파산설 같은 메가톤급 악재가 동시에 겹치면서 조정 우려가 커졌다.
29일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1.22%(37.65포인트) 하락한 3060.27으로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 지수 3100선이 붕괴된 것은 지난달 23일(3086.81) 이후 약 한달 만이다. 장중 2% 넘게 급락하기도 했다. 코스닥 지수도 전일 대비 1.09%(11.05포인트) 내린 1001.46에 마감하면서 ‘천스닥’ 붕괴 직전에 놓였다. 이날 외국인 투자자들은 코스피 시장에서만 6700억원 가량의 순매도세를 보여 10거래일 만에 순매도세로 전환됐다.
달러당 원화 값도 1180원대를 웃돌면서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이날 환율은 장중 1188.50원까지 올라 연 고점을 추가 경신했다. 다만 종가 기준으로는 분기말 수출업체의 달러 매도 물량에 더해 역외 달러 매수 되돌림 움직임에 2.60원 하락 전환해 1181.80원에 마감하면서 7거래일만에 하락 마감했다. 그러나 앞으로 미국 연준의 긴축 기조가 이어질 것이란 점과 달러 강세는 단기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앞서 전날(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도 나스닥 지수는 하루에 2.83% 떨어졌다. 지난 3월 18일(-3.02%) 이후 가장 큰 폭이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1.567%까지 올랐다. 6월 중순 이후 석달여 만의 최고치다. 지난해 3월 팬데믹 이후 초호황을 누려 왔던 뉴욕 증시에 사실상 첫 조정 국면이 다가왔다는 평가다.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9월 들어 3.76% 하락했다.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 지수는 4.67% 떨어졌다. 특히 연방준비제도(Fed)가 빠른 긴축을 시사한 이후 국채금리가 갑자기 뛰면서 지수 낙폭은 더 커졌다.
골드만삭스 출신의 증시 해설가 짐 크레이머는 “공급망 병목 현상 등으로 인플레이션은 예상보다 크고 오래 지속할 것”이라며 “증시는 지금 어려운 국면에 있다”고 말했다.
미국만이 아니다. 중국은 예기치 못한 헝다발(發) 악재에 직면해 있다.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는 전날 이사회를 통해 자회사인 헝다난창이 보유한 성징은행의 비유통주(일종의 보호예수) 지분 19.93%를 국영기업인 성징파이낸스에 매각하기로 했다. 이자를 내지 못할 정도로 유동성 경색이 심각한 만큼 이를 타개하려는 시도다. 다만 빚과 이자를 다 갚고 정상화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가 더 많다. 중국 상해종합지수와 심천종합지수는 헝다발(發) 악재에 연일 하락 흐름이다. 이날도 전장 대비 각각 1.83%, 2.29% 가량 하락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