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ly Edaily 피해자는 평생 고통인데 '취업제한 1년' 이 억울하다는 몰카 의사 남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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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주아 기자I 2026.03.10 11:19:02

[전문직 성범죄 솜방망이 처벌 논란]①檢 구약식 기소 ''벌금형'' 사례
''형종 상향 금지''에 징역형 차단
7년 간 성범죄 의사 1149명…변호사의 10배, 면허 취소는 ''0''
"의사 가운이 감경 요인?"…전문직 성범죄 가중처벌 목소리

[이데일리 백주아 기자] 지난해 8월 여성 A씨는 연인이던 가정의학과 전문의 B씨의 휴대전화에서 자신의 나체사진 여러 장을 발견했다. 본인이 잠들었을 때 동의없이 촬영된 사진이었다. B씨는 경찰 조사에서 “동의 하에 찍었다”고 부인했지만 포렌식 분석에서 추가 나체 사진이 더 나오며 거짓으로 드러났다. 수원지검은 B씨를 성폭력처벌법(카메라 등 이용촬영) 혐의로 기소햇지만 벌금 1000만원의 약식명령을 청구했다. A씨는 합의를 거부하고 엄벌 탄원서를 제출했지만 검찰 판단은 바뀌지 않았다. 하지만 이후 B씨는 약식명령에 따른 취업제한 1년 처분마저 과하다면서 항고했다. 수면마취가 가능한 성형외과·피부과를 운영 중인 병원 운영이 불가능해진다는 이유에서다. 불법촬영 유죄 판결을 받은 의사가 취업제한이 과하다며 법원에 구제를 요청한 것이다.



(사진=챗GPT)
의사 등 전문직 성범죄 계속 느는데…약식기소 반복

10일 이데일리가 더불어민주당 김남희 의원실에 의뢰해 확보한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4년까지 7년간 성범죄 혐의로 검거된 의사(한의사·치과의사 포함)는 총 1149명으로 연평균 164명에 달한다. 같은기간 변호사는 118명(연평균 17명), 교수 277명(40명)이 성범죄로 검거돼 전문직 중에서도 압도적으로 많았다.

검거된 의사들의 혐의를 유형별로 보면 강간·강제추행이 983명으로 가장 많았다. 뒤이어 카메라 등 이용촬영 125명이 △통신매체이용음란 33명 △성적목적공공장소침입 8명 등으로 집계됐다. 이중 B씨 사례와 같은 불법촬영은 전체의 11%에 해당하지만, 2024년에는 25명으로 7개년 중 최다를 기록하며 증가 추세로 나타났다.

앞선 B씨 사례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단 얘기다. 의사에 의한 성범죄는 비단 불법촬영에 그치지 않고 수면마취 상태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성폭행, 진료실 내 강제추행 등 권력관계를 악용한 강력 범죄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가해자가 의사 가운을 걸치고 있는 한 처벌은 범죄의 무게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반복되고 있다.

특히 법조계에서는 B씨 사건이 불법촬영 범죄 양형 구조의 근본적 문제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입을 모은다. 카메라 등 이용촬영범죄는 7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해당하는 중대 성범죄다. 그러나 검찰이 구약식 기소를 선택하면 형사소송법 제457조의2(형종 상향 금지 원칙)에 따라 피고인이 정식 재판을 청구하더라도 판사는 벌금형을 초과하는 형을 선고할 수 없다. 피해자가 엄벌을 원해도 징역형이나 집행유예는 처음부터 선택지에서 사라지는 구조다. 현행법상 피해자에게는 정식 재판 청구권도 없다.

신진희 피해자 국선전담 변호사는 “검찰이 구공판으로 처리하면 될 일을 굳이 구약식으로 처리한 것은 가해자의 의사 면허 취소 사정을 사실상 고려해준 것 아닌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자료=더불어민주당 김남희 의원실)
피해자 극단 내모는 솜방망이 처벌…“엄단 사각지대 없어야”

피해가 회복 불가능한 결과로 이어진 사례도 있다. 지난 2023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서 롤스로이스를 운전하다가 행인을 쳐 숨지게 한 가해자에게 마약류를 처방한 의사 염모씨는 수면마취 상태의 여성 환자 10여명을 불법 촬영하고 일부를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서울고법은 지난 8일 염씨에게 징역 16년과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판결 전 불법촬영 피해 여성 한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수개월간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가해자 측의 사과나 합의 노력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포된 촬영물의 회수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도 피해자의 정신적 고통과 피해를 가중시킨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따르면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로부터 이첩받은 디지털 성범죄물 가운데 실제 삭제를 요구한 것은 지난 6년간 10건(0.1%)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인터넷서비스제공자(ISP)를 통한 국내 접속 차단에 그쳤다. 2022년부터는 삭제를 요구한 사례가 단 한 건도 없다. 접속만 차단될 뿐 원본은 해외 서버에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다.

2023년 의료법 개정 이후 의사가 집행유예 이상을 선고받으면 면허가 취소된다. 하지만 벌금형에 그치면 면허는 유지된다.

김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2015~2024년 성폭력범죄처벌특례법 위반 의사면허 취소 현황’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성범죄로 적발된 의사 약 1500명 중 면허취소 사례는 단 1명밖에 없었다. 그사람도 성범죄로 면허가 박탈된 게 아니라 의료 관련 법령을 함께 위반해서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마저도 형 확정 이후에만 적용되는 구조인 만큼 개정 이후 성범죄만으로 면허가 취소된 의사는 아직 한 명도 없는 셈이다.

처벌 체계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가해자가 자신의 자격과 직업적 지위를 지키기 위해 사법 절차 안에서 선처를 구하는 동안 피해자는 평생의 고통을 고스란히 안으면서다. 특히 검찰의 구약식 기소 관행과 솜방망이 처벌이 의사 성범죄를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 의원은 “불법촬영 등 디지털 성범죄는 한 번 발생하면 피해가 장기간 반복·확산될 수 있는 만큼 보다 엄정한 대응이 필요하다”며 “성실하게 직무를 수행하는 대다수 전문직 종사자들의 명예를 지키고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료=더불어민주당 김남희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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