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시모 자네티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이하 경기필) 음악감독이 18일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밝힌 퇴임 소회다. 자네티 음악감독은 오는 23일과 25일 경기아트센터 대극장,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공연하는 ‘베르디 레퀴엠’을 끝으로 4년 임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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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티는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인 지휘자로 2018년 9월부터 경기필 음악감독을 맡아왔다. 2년 임기로 2019년 한 차례 임기를 연장해 올해까지 경기필을 이끌게 됐다. 취임 이후 모차르트, 브람스, 슈만, 베토벤, 드뷔시 등 다채로운 레퍼토리를 선곡해 경기필의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4년간 경기필의 가장 큰 성과로는 “오케스트라에 유동성을 줬다”는 점을 꼽았다. 자네티 음악감독은 “경기필을 맡으면서 의도한 것은 ‘우리만의 연주법’을 만드는 것이었다”며 “경기필과 함께 언제 같이 숨을 쉬고 프레이즈(음악의 작은 악절)를 만들어야 할지를 다양한 시대의 작곡가 작품들로 시도했고, 그 결과 오케스트라가 더 투명한 음색을 갖고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만들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경기필과 함께 한 지난 4년 동안 음악적인 어려움은 없었다”며 “음악을 넘어 인간적인 끈끈함을 형성한 4년이었다”고 경기필에 대한 애정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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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임 공연으로 죽은 사람의 영혼을 위로한다는 뜻을 담은 베르디의 레퀴엠을 선곡한 것이 의미심장하다. 자네티 음악감독은 “원래 2020년 연주를 계획했으나 팬데믹으로 연기한 것으로 의도적으로 퇴임 전 마지막 공연으로 선곡한 것은 아니다”라며 웃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브람스, 슈만, 모차르트의 레퀴엠은 ‘인류가 죽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부각시켰다면, 베토벤, 베르디의 레퀴엠은 ‘죽음은 인류가 받아들여야 하는 운명이 아닐 맞서 싸워야 하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는 점에서 팬데믹, 전쟁, 경기침체, 기후위기 등을 겪는 지금 시기적절한 곡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자네티 음악감독은 경기필을 떠난 뒤에도 한국 무대에 설 기회가 있다면 언제든 돌아오겠다는 뜻을 밝혔다. “늘 저와 경기필을 지지해준 한국 관객에게 감사합니다. 관객과 함께 경기필이 발전한 모습을 오래 기억할 것이고요. 미래에 다시 경기필과 다시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언제든 같이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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