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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정현 콘텐츠미래융합포럼 의장(중앙대 교수·한국게임학회장)이 3일 ‘차기 정부 메타버스 정책 어떻게 가야하나?’란 주제로 개최한 12차 정책토론회에서 기존 정부의 메타버스 정책을 강하게 비판하며 꺼낸 한 마디다. 기존 중복·모호했던 정책들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고 실현 가능한 분야에 ‘선택과 집중’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과거 정부의 메타버스 산업 정책을 보면 실패했다. 정책간 혼선은 물론 정책적 우선순위와 추진체계가 부재했다”며 “노무현 정부때 조금씩 메타버스 정책이 만들어지고 집행되다가 이명박 정부 들어 4대강 정책에 치중하며 우선순위에 밀려 소멸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 몇년간 정부 정책을 보면 각 부처간 예산 소진에 급급하고, 기계적으로 추진하는 경향이 컸다”며 “현재 양당 대선후보의 메타버스 산업 공약은 더 취약하다. 전체적으로 선언적 문구만 있고 구체적으로 어떤 방향성이 필요한 지 결여돼 있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정부도 올초 ‘디지털뉴딜 2.0 메타버스 신산업 선도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위 교수는 “양당 대선후보 공약보다는 체계적”이라면서도 “그럼에도 산업체계와 내용이 모호하고 우선 순위도 없고 VR 같은 기존사업의 명칭만 변경한 경우가 많다. 부처간 중복사업도 여전하다”고 꼬집었다.
때문에 차기 정부의 메타버스 정책이 더 중요하다고 위 교수는 강조했다. 그는 “현실적으로 의미 있는 성과가 나올 만한 VR·AR·XR 등에 기술적인 집중도를 높이고 소비자향(B2C) 분야를 통해 실현가능한 부분에 집중해야 한다”며 “메타버스 주요 요소를 구성해주는 기술적인 플랫폼 구축도 중요하고, 무엇보다 기존 게임산업의 노하우를 기반으로 메타버스 모델의 진화를 꾀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기술적으로 정부와 민간간 정확한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우운택 카이스트 교수는 이날 “현재 2세대 메타버스는 글로벌에서 2억~3억명이 활용하고 있는데, 당장 10억명 이상이 사용하는 시기가 오기엔 아직 근본적 한계가 있다”며 “10대 비중이 70~80%인 현 상태에서 나머지 세대까지 메타버스를 광범위하게 활용하기 위해선 안경형 디스플레이를 통해 가상세계를 활용할 수 있는 3세대 메타버스가 와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교수는 “인프라의 경우 민간기업이 잘하는 영역이고, 정부는 사회간접자본(SoC)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모든 사람들에게 메타버스에 대한 접근 기본권만 보장하고 이곳에서 일어나는 일을 공정하고 조율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안경형 디스플레이 등 3세대 메타버스에 필수적인 차세대 디바이스 개발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현재 애플, 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들은 물론 중국 IT업체들도 증강현실(AR) 글래스 등 차세대 디바이스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김효용 한성대 교수는 “3세대 메타버스로 진화하면 역설적으로 디바이스가 더 중요해지는데, 현재 민간이 따라가기엔 리스크가 상당히 크다”며 “정부 주도하에 신속히 디바이스 개발에 나서지 않으면 우리 메타버스 생태계가 상당히 약화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법 제도 측면에서도 메타버스 산업을 게임과 동일시해 규제의 대상으로만 바라보지 말아야 한다는 경고도 나왔다. 이승민 성균관대 교수는 “우리 법 규제 차원에선 게임이냐 아니냐가 큰 차이가 있는데, 정확한 룰을 찾아야 한다”며 “메타버스가 게임으로 취급되면 등급 분류를 받아야 하는 황당한 경우도 생길 수 있다. 글로벌 표준에 맞는 규제와 가이드라인 필요하고, 무엇보다 메타버스는 아직은 규제보다 육성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