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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 원전' 회계사의 '배임 방조죄'…대장동 수사에 적용 가능할까

하상렬 기자I 2021.11.04 18:38:51

檢,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서 작성 회계사 기소
유사한 배임 수사인 ''대장동 의혹''과 비교 입방아
"정책적 판단" 배임 적용 어렵다면…방조죄는?
"적용 여지 충분…다만, 수사 ABC는 배임 적용"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검찰이 대장동 의혹 사건 수사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 대해서도 배임 또는 방조 혐의로 수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대전지검이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에 관여한 회계사를 ‘배임 방조’ 혐의로 기소한 사건과 대장동 의혹 사건이 비슷한 궤를 지니고 있어서다.

대전시 서구 둔산동 대전지검.(사진=연합뉴스)
대전지검 형사4부(부장 김영남)는 지난 1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배임 방조) 및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회계사 A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A씨는 지난 2018년 5월께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으로부터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용역을 받아 계속 가동 경제성을 1700억원대로 평가했다. 한 달 뒤에는 200억 원대로 낮춘 최종 평가서를 작성해 한수원 측에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지난 6월 배임 혐의로 기소한 정재훈 한수원 사장이 이 평가서를 근거로 한수원 이사회를 속여 ‘월성 원전 즉시 가동중단’ 의결을 끌어낸 것으로 본다. 검찰은 이 의결로 한수원이 1481억 원 상당의 손해를 봤다고 보고 혐의 입증에 주력하고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대전지검의 기소 사례를 두고 서울중앙지검의 대장동 의혹 전담수사팀과 비교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월성 원전 사건으로 기소된 인사들 중 돈을 받은 사람이 없다. 대장동 의혹 사건에서도 이 후보는 사적 이익을 취하지 않았지만 수사선 상에서조차 제외됐기 때문이다.

대장동 수사팀은 유 전 본부장을 지난 1일 배임 혐의로 추가 기소하면서도 당시 사업 인허가 최종 결재권자였던 이 후보의 이름조차 공소장에 적시하지 않아 ‘면죄부 수사’ 논란을 빚었다.

배임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사무에서 임무를 저버리고 타인에게 손해를 끼친 경우를 말한다. 대장동 의혹의 경우 성남시의 사무를 처리하는 유 전 본부장이나 당시 시장이었던 이 후보가 시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닌, 자신의 이익을 위해 대장동 사업을 벌였다면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 다만 행위에 대한 고의성이 입증돼야 한다. 이 후보는 대장동 사업이 정책적인 판단이었다는 입장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배임 적용이 어렵다면 대전지검 수사팀이 꺼내 든 ‘배임 방조’ 혐의를 이 후보에게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우리 법은 부당한 짓을 저지르는 사람뿐만 아니라, 이를 방조하는 사람 또한 처벌의 대상으로 삼는다. 방조죄는 부작위에 따라 성립이 가능한데, 부작위란 마땅히 해야 할 조치가 있음에도 이를 취하지 않은 것을 말한다. 부하 직원을 관리할 직위 의무가 있는 상급자가 부하 직원의 배임을 막을 수 있음에도 방관했다면 방조죄가 성립하는 것이다. 방조죄 적용 시 금전적 이득 여부는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한 검찰 출신 인사는 “현재 수사팀 분위기대로 범의가 없었다는 이 후보에 대해 배임죄 적용이 어렵다면, 방조죄 적용 여지는 충분하다”면서도 “여당 대통령 후보가 아니라면 직속 부하인 유 전 본부장이 배임 혐의로 구속된 만큼 이 후보에게도 배임죄를 적용·수사하는 게 기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정책적인 판단을 했는지 여부는 사법부가 판단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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