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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지난 6월 배임 혐의로 기소한 정재훈 한수원 사장이 이 평가서를 근거로 한수원 이사회를 속여 ‘월성 원전 즉시 가동중단’ 의결을 끌어낸 것으로 본다. 검찰은 이 의결로 한수원이 1481억 원 상당의 손해를 봤다고 보고 혐의 입증에 주력하고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대전지검의 기소 사례를 두고 서울중앙지검의 대장동 의혹 전담수사팀과 비교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월성 원전 사건으로 기소된 인사들 중 돈을 받은 사람이 없다. 대장동 의혹 사건에서도 이 후보는 사적 이익을 취하지 않았지만 수사선 상에서조차 제외됐기 때문이다.
대장동 수사팀은 유 전 본부장을 지난 1일 배임 혐의로 추가 기소하면서도 당시 사업 인허가 최종 결재권자였던 이 후보의 이름조차 공소장에 적시하지 않아 ‘면죄부 수사’ 논란을 빚었다.
배임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사무에서 임무를 저버리고 타인에게 손해를 끼친 경우를 말한다. 대장동 의혹의 경우 성남시의 사무를 처리하는 유 전 본부장이나 당시 시장이었던 이 후보가 시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닌, 자신의 이익을 위해 대장동 사업을 벌였다면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 다만 행위에 대한 고의성이 입증돼야 한다. 이 후보는 대장동 사업이 정책적인 판단이었다는 입장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배임 적용이 어렵다면 대전지검 수사팀이 꺼내 든 ‘배임 방조’ 혐의를 이 후보에게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우리 법은 부당한 짓을 저지르는 사람뿐만 아니라, 이를 방조하는 사람 또한 처벌의 대상으로 삼는다. 방조죄는 부작위에 따라 성립이 가능한데, 부작위란 마땅히 해야 할 조치가 있음에도 이를 취하지 않은 것을 말한다. 부하 직원을 관리할 직위 의무가 있는 상급자가 부하 직원의 배임을 막을 수 있음에도 방관했다면 방조죄가 성립하는 것이다. 방조죄 적용 시 금전적 이득 여부는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한 검찰 출신 인사는 “현재 수사팀 분위기대로 범의가 없었다는 이 후보에 대해 배임죄 적용이 어렵다면, 방조죄 적용 여지는 충분하다”면서도 “여당 대통령 후보가 아니라면 직속 부하인 유 전 본부장이 배임 혐의로 구속된 만큼 이 후보에게도 배임죄를 적용·수사하는 게 기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정책적인 판단을 했는지 여부는 사법부가 판단할 일”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