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이하 조사위)는 지난 16일 오후 국립5.18민주묘지에서 5.18민주화운동 당시 민간인을 사망케한 계엄군과 유가족 간 화해의 자리를 마련했다. 이번 만남은 당시 작전에 참여한 계엄군이 자신의 행위를 고백하고 유족에게 사과하겠다는 의사를 조사위에 전달했고, 유족도 가해자의 사과를 수용함에 따라 이뤄졌다.
그간 진압 작전에 참여했던 계엄군들이 자신들이 목격한 사건을 증언한 경우는 많았지만 가해자가 자신이 직접 발포해 특정인을 숨지게 했다며 유족에게 사과 의사를 밝힌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
이같은 사과에 대해 故 박병현 씨 형 박종수(73) 씨는 “늦게라도 사과해 줘 고맙다”며 “죽은 동생을 다시 만났다고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당시 25세였던 故 박병현 씨는 1980년 5월 23일 농사일을 도우러 고향인 보성으로 가기 위해 광주시 남구 노대동 소재 ‘노대남제’ 저수지 부근을 지나다가 이 지역을 순찰 중이던 7공수여단 33대대 8지역대 소속의 A 씨에 의해 사살됐다.
A 씨는 총격 당시의 상황에 대해 “1개 중대 병력이 광주시 외곽 차단의 목적으로 정찰 등의 임무를 수행하던 중이었다”며 “소로길을 이용해 화순 방향으로 걸어가던 민간인 젊은 남자 2명이 저희들(공수부대원)을 보고 도망을 하기에 ‘도망가면 쏜다’며 정지할 것을 명령했으나, 겁에 질려 도주하던 상황에서 무의식적으로 사격을 했다”고 진술했다.
또한 A 씨는 박병현 씨 사망 현장 주변에는 “총기나 위협이 될 만한 물건이 없었다”며 “대원들에게 저항을 하거나 폭력을 행사한 사실도 없고, 단순히 겁을 먹고 도망가던 상황이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