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지난해 4월 모 운용사의 롱숏펀드에 적립식으로 가입한 어기상(39)씨. 절대수익률을 추구한다기에 가입했지만 증시가 오를 때에도 펀드 수익률은 좀처럼 마이너스를 벗어나지 못했다. 최근 코스피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연일 갈아치우자 그제야 본전을 찾고 겨우 3%대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증시 좋을 때에도 수익을 제대로 못 냈으면서 심지어 손실이 났는데도 운용보수와 판매보수는 꼬박꼬박 떼어가 울화가 치밀었다. 차라리 주식에 직접투자하는 게 낫겠단 생각이 들었다.
이 씨처럼 펀드 수익률과 상관없이 보수를 떼어가는 펀드 때문에 속앓이를 했던 투자자들이 성과에 연동해 수수료를 받는 이른바 양심 펀드에 눈을 돌리고 있다. 목표한 수익률에 도달하지 못하면 운용보수나 판매보수를 적게 받겠다거나 아예 받지 않겠다는 금융상품이 잇달아 선보이면서 선택의 폭도 넓어졌다.
배아픈 수수료는 내지 말자…착한 상품에 돈 몰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과 KB증권이 이달 5일부터 12일까지 판매한 ‘미래에셋배당프리미엄펀드 2호’와 ‘NH-Amundi 중소형주 펀드’는 각각 모집한도 400억원을 채웠다. 이 펀드는 투자 후 6개월 내에 목표수익률을 달성하지 못하면 판매보수를 50% 낮추고, 1년이 지나도 여전히 목표 수익률을 밑돈다면 또 한차례 반으로 낮추면서 운용보수도 50%만 받는 착한 펀드다.
지난 3월 처음으로 이같은 수수료 구조의 착한 펀드 2종을 선보였을 때만 해도 각각 20억~30억원 가량 유입되는데 그쳤지만 목표수익률을 달성한 펀드가 나오면서 입소문을 타고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 지금까지 총 7종을 출시했다.
우리은행도 지난 4월 목표전환형 고객성과연동펀드 4종을 선보였다. 수수료에 불만이 많았던 고객들이 관심을 보이면서 총 140억원어치 판매됐다. 우리은행은 앞으로 개방형 펀드에도 성과연동형 체계를 적용하기 위해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다음 달 시스템을 갖추면 성과와 수수료를 연동한 금융상품을 줄줄이 출시할 예정이다.
펀드뿐 아니라 신탁상품에도 착한 상품 바람이 불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3월 은행권 최초로 수익률과 보수를 연동한 착한 신탁을 선보였다. 6개월 내 투자수익률이 3%에 도달하면 약속한 수수료를 받고, 목표달성에 실패하면 절반만 받기로 했다. 착한 신탁 시즌 1은 8억원어치 판매됐고 4월에 내놓은 시즌2는 25원어치, 이달 13일에 출시한 시즌3는 50억원 가량 팔렸다.
신한은행도 지난 4월 기존 신탁상품의 절반 수준으로 보수를 낮추고 목표수익률을 달성하면 성과보수를 받는 ‘동고동락 신탁’을 내놓은 결과 이달 16일 기준 가입금액 3157억원으로 1차 목표인 3000억원을 돌파했다. 우리은행은 5월에 인도네시아와 미국 고배당 상징지수펀드(ETF) 신탁에 성과연동 보수를 적용한 ‘고객성과연동 신탁’을 판매했다.
성과보수 공모펀드도 합류
금융당국이 초과 수익을 올렸을 때 운용사가 성과보수를 받을 수 있도록 공모펀드 요건을 완화하면서 이달 초 본격적으로 성과보수 공모펀드 시장이 열렸다. 이달 1일 트러스톤과 삼성자산운용, 신한BNP파리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일제히 출시했고, 5일에는 KB자산운용도 새 펀드를 내놓으면서 현재 5개의 성과보수 공모펀드가 나온 상태다.
성과보수 공모펀드는 고객 수익률에 따라 운용회사가 받는 운용보수를 결정하는 구조다. 기본 운용보수는 0.07~0.2%로 기존 펀드에 비해 절반 이하에 불과하다. 20~30% 수준으로 낮은 대신 목표 수익률을 달성하면 초과수익의 일부를 운용사에 보수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아직 자금유입이나 수익률 면에서 눈에 띄는 성과는 없다. 제로인에 따르면 19일까지 5개 성과보수펀드로 총 99억원이 유입됐다. 설정 후 수익률은 0.72%에서 -0.07%로 아직 미미하다. 하지만 출시 한 달이 안된 만큼 수익률은 좀 더 지켜봐야 하고, 합리적인 보수체계를 원한 투자자들이 많은 만큼 자금유입도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처럼 착한 금융상품이 줄줄이 나오는 것은 그동안 수익률과 상관 없이 미리 정해진 수수료를 내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이다. 성과에 따라 보수를 받아야 자산운용사의 펀드 운용에 대한 책임감도 커지고, 수익률 관리에 좀 더 신경을 쓸 수 있을 것이란 계산도 깔렸다.
실제 은행권이 내놓은 착한 신탁은 성과가 나쁘지 않다. 국민은행의 착한 신탁 시즌1은 운용 1주일 만에, 시즌2는 3영업일 만에 목표수익률을 달성해 조기 상환됐다. 착한 펀드도 일부 목표수익률에 도달해 채권형으로 전환됐다. 여기에 판매사 입장에서는 자산관리(WM) 강화를 위해 고객 중심적인 사고방식으로의 전환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상품을 한번 팔면 그만이라는 생각에서 앞으로는 고객의 수익을 책임지고 관리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금융 서비스의 개념이 바뀌고 있다”며 “금융권이 자산관리(WM)에서 수익원을 찾고 있는 만큼 이같은 착한 상품이 계속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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