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兆 선물보따리 꾸린 아베…FTA·환율조작 성과낼까?

김형욱 기자I 2017.02.07 16:02:47

"투자 확대 통해 美서 10년내 70만 일자리 창출"
양자 무역협정 논의도…TPP 탈퇴 美 요구 거셀듯

아베 신조(왼쪽) 일본 총리가 지난해 11월1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당시 당선인)을 만나 회담한 후 악수하고 있다. AFP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미국에 연 4500억달러(약 514조원)을 투입해 10년 내 70만 일자리를 더 만들겠다.”

일본이 10~11일 양국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일 성장·고용조치(이니셔티브)`이란 이름의 협상안을 준비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이 전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만남을 앞두고 환심을 살 채비를 마친 것이다. 아베와 트럼프는 10일 백악관에서 회담 후 11일 트럼프의 별장이 있는 플로리다주(州) 팜비치에서 골프 회동한다.

◇골프 회동서 연 515조원 투자 확대 제안

대미 투자 최전선에는 일본 기업이 포진한다. 아베 총리는 이미 많은 일본 기업이 미국내 투자를 통해 일자리를 늘려 왔다고 강조해 왔다. 미 상무부는 2014년 현재 일본 기업은 미국 내에서 84만명의 근로자를 직접 고용하고 있다. 연간 투자액도 2015년 기준 4110억달러로 10년새 두 배 이상 늘었다. 아베는 “(일본 기업이) 미국 내 제조산업의 경쟁력과 생산성을 높이는 데 공헌해 왔다”며 “앞으로도 미국 내 일자리를 늘리고 경제성장을 돕는 다양한 활동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또 양국간 무역 불균형 해소를 위해 미국이 일본산 수입을 막을 게 아니라 반대로 미국이 일본에 더 많은 천연가스를 수출하는 대안을 제시키로 했다. 트럼프가 일본을 비판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경상수지 적자이기 때문이다. 일본은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을 앞세워 미국과의 무역에서 매년 약 600억달러의 흑자를 내고 있으나 일본내 미국차 판매는 극히 미미하다. 문제가 불거지면 미국은 일본이 보이지 않는 무역장벽을 세웠다고 주장하고 일본은 미국차의 인기가 낮기 때문이라고 반박해 왔다.

일본의 연간 대미 직접투자액 추이. WSJ


일본 정부는 이와 함께 미국 인프라사업에 1조5000억달러(1715조원)를 투자한다는 제안도 할 계획이다. 텍사스와 캘리포니아를 잇는 고속철 건설 등에 일본 자본을 투입하는 동시에 자사 기술력을 수출할 기회로 삼는다는 것이다. 일본은 재원 마련을 위해 한국의 국민연금 격인 연금적립금관리운용독립행정법인(GPIF)도 동원한다. GPIF의 운용 자금은 130조엔(약 1330조원)으로 이 중 5%인 6조5000억엔(약 67조원)까지 해외 인프라 사업에 투자할 수 있다. 일본 국제협력은행(JBIC)도 텍사스~캘리포니아 고속철 프로젝트에 장기 융자할 계획이다. 그 밖에도 양국이 로봇 공학과 인공지능(AI), 사이버 보안, 우주 항공 등에서 공동 연구개발을 비롯한 협력을 강화하고 아시아를 비롯한 제3국에 원자력 발전 같은 공동 인프라 프로젝트를 추진하자고 제안할 계획이다.

◇양국간 FTA 요구 거셀듯…환율조작 면죄부는?

일본은 미·일 자유무역협정(FTA)을 목표로 한 통상정책·경제협력 논의를 위해 장관급 회의 개최도 제안할 계획이다. 일본은 미국 내 투자 확대란 선물 보따리를 풀어 대일 비판 수위를 높여 온 트럼프를 달래는 동시에 미·일 FTA 협상을 최대한 유리하게 끌고 나가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협상은 만만찮을 전망이다. 트럼프는 취임 직후 미국에 불리하다는 이유로 일본을 포함한 12개국 환태평양 경제동반자 협정(TPP) 탈퇴도 불사했다. 개별 국가와 별도 무역협정을 추진함으로써 미국 이익을 극대화하겠다는 것이다. 일본은 공식적으론 “미국과 개별 무역 협상할 준비가 됐다”고 말하면서도 미국 측의 요구안이 거세질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미 브랜다이스 국제경영대학원의 피터 페트리 국제금융학 교수는 “다자간 협상이 아닌 양자간 협상인 만큼 미국은 (일본에) 더 많은 양보를 요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신 일본이 엔화를 인위적으로 낮춰 수출을 돕고 있다는 환율 조작국 경고에 대한 면죄부를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트럼프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일본을 중국, 독일과 함께 환율을 조작해 대미 무역수지 흑자를 키우고 있다며 비판한 바 있다. 또 도요타 등 미국에 진출한 일본 기업이 멕시코 등 미국외 지역에 공장을 지어 미국 내 일자리를 뺏어가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미국 수출용 도요타 차량이 일본의 한 항구에서 선적을 기다리는 모습. 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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