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1170억달러 규모의 자금을 굴리는 자산운용사 ‘아카디안’의 오웬 A. 라몬트 수석부사장이 12일(현지시간) 주주들에게 쓴 글에서 한국의 개인투자자들이 미국 주식에 대거 투자하면서 시장 물을 흐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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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몬트 부사장은 미증시 상장된 양자컴퓨팅 관련주식이 빠르게 오르고, 레버리지 단일 주식 상장지수펀드(ETF)와 가상자산ETF에 자금이 대거 유입되고 있는 것을 예로 들며 이 같이 주장했다. 한국 개미들이 미국증시에 대거 투자해 시장을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 ‘오징어게임 시장’이라고 불렀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에 나오는 한국 인물들의 특징을 주식판에 참여하는 개미들에 빗대 설명한 것이다. △평범한 한국인들 △빨리 부자가 되기 위해 큰 위험 감수 △기괴하고 폭력적인 사건 △끝이 좋지 않다는 게 비슷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최근 몇년간 미국 주식시장은 3가지 변화가 있었다고 했다. 그는 “한국 개인 투자자가 많이 늘었고, 빨리 부자가 되기 위해 큰 위험을 감수하는 모습, 기괴하고 격렬한 주가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한국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유량은 사상 최고치인 1121억달러(150조원)로, 1년 전보다 65% 증가했다. 이는 미국 주식 시가총액의 0.2% 규모다. 라몬트 부사장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한국 개미들은 일부 종목에서 상당한 플레이어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빨리 부자가 되기 위해 큰 위험도 감수?
실제 지난해 서학개미가 가장 많이 매수한 반도체·양자암호화 기술전문기업 실스크는 작년 하반기 6개월간 주가가 1007% 뛰었다. 양자컴퓨팅 스타트업인 아이온큐(IONQ)와 리게티컴퓨팅(RGTI) 등도 작년 하반기 6개월여만에 각각 주가가 546%, 1494% 뛰었다. 리게티 컴퓨팅은 현재 고점 대비 55% 떨어졌다.
라몬트 부사장은 “한국 개미들이 미국증시 변동성의 유일한 원천은 아니지만, 분명히 불에 기름을 부었다”면서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인물들처럼 빠르게 부자가 되기 위해 엄청난 위험을 감수하면서 좋지 않은 결말을 맞이한다”고 했다.
그는 한국 개미들의 투자 방식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는 “한국 개미들이 곧 폭락할 증권을 매수하는 ‘놀라운 능력’이 있다”면서 “2008년 리먼브라더스 붕괴 직전과 2018년 ‘볼마게돈’ 사태, 니콜라 사기 의혹, 실리콘밸리은행(SVB) 붕괴 등 미국 금융 역사의 재앙 직전에 한국 개미들의 관련 종목 매수가 급증했다”고 사례를 들었다.
라몬트 부사장은 지난해 6월에도 한국의 테마주와 공매도 금지를 지적하면서 서학개미들의 미 증시 투자 관행을 지적한 바 있다. 당시 “시장을 허무하게 만드는, 한국 개미들은 미국 시장에서 행진하고 있지만, 아직은 한국 만큼의 상황은 아니다”면서 “K팝, K드라마, K시네마는 ‘예’라고 말하자. 하지만 K파이낸스는 ‘노’라고 하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