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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꼼꼼한 연금개혁 과제 설정에 속도를 내야 하는 상황에서 여러 잡음이 발생하자 연금 개혁을 둘러싼 우려 섞인 견해가 나오고 있다. 내달 초 발표하는 국정 과제에서 인수위가 여러 우려를 딛고 강력한 의지를 피력할 것인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 꼬리 무는 의혹에 희미해진 연금개혁
인수위 초반만 해도 연금개혁 의지는 어느 때보다 높았다. 윤 당선인이 대선 후보 시절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대통령 직속 연금개혁 위원회’를 설치해 연금개혁을 추진하겠다는 구상을 밝히면서 기대감을 높였다. 안 위원장도 대선 후보 시절 ‘연금개혁을 이번에 끝장내야 한다’며 주장했던 점을 비춰 봤을 때 여느 때와는 다른 태도가 엿보였다.
그런데 인수위 출범 한 달째 접어든 현재 기대만큼의 적극 행보는 보이지 않고 있다. 설익은 정책에 대한 인수위 내 입단속은 차치하더라도 정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이 예상치 못한 변수가 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정 후보자는 과거 “결혼과 출산이 애국”이라는 내용의 칼럼으로 논란을 빚더니 자녀들의 의대 편입 ‘아빠 찬스’ 의혹이 더해지며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 후보자 본인이 지난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자녀 문제에 대해 부당행위는 없었으며 인사청문회에서 진실을 밝히겠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논란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는 모습이다.
윤 당선인 측도 정 후보자와 관련해 “청문회에서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적임자인지 판단해주면 좋을 것 같다”며 중립적인 입장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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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현진 당선인 대변인은 18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브리핑에서 “정 후보자가 ‘문제가 발생하면 수사를 의뢰한다’고 얘기했다”며 “청문회 검증을 지켜봐 주면 좋겠다”고 밝혔다. 복지부 최대 과제로 꼽히는 연금개혁에 대한 계획이나 의지를 묻기에도 벅찬 시간에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 해명에만 적잖은 시간을 보낼 처지에 놓인 셈이다.
◇ 연금개혁 선 그은 安 …국정과제 발표 주목
연금개혁 의지를 보였던 안 위원장마저 자신의 역할에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안 위원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해 관계자들이 모두 모이는 연금개혁 위원회 구성까지가 인수위가 할 몫”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안 위원장은 연금개혁에 대한 구체적 아젠다(의제)가 보이지 않는다는 질문에 “연금 보험료율을 올리는 문제라든지, 소득 대체율 어떻게 할지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을 가지고는 있다”면서도 “(인수위원장으로서) 그걸 말하기 시작하면 그 자체가 굉장히 논란이 되고 이해관계 다른 사람들이 타협 안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른 시간 내 연금개혁 사회적 대통합기구를 만들고 관계자들이 모여 논의를 시작하는 것까지가 인수위 역할이다”며 “(그 통합기구에서) 연금보험료는 어떻게 할지, 지속 가능한 대안일지, 소득 대체율이 도대체 어느 정도로 설정해야 어르신들이 생활고에 시달리지 않을지, 소득대체율이 너무 낮아서 안 되는 것은 그 밑단을 어느 정도로 바로 잡을지 등에 대해 여러 방안에 대해서 논의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안 위원장 발언은 본인이 직접 나서 연금개혁 드라이브를 거는 것이 적절치 않음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안 위원장이 내각에도 참여하지 않기로 선언한 상황에서 인수위 이후 이렇다 할 의지를 피력할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가 나온다.
관심은 새 정부가 약속한 ‘공적연금 개혁위원회’의 향후 역할에 쏠린다. 새 정부가 내달 초 세 차례에 걸쳐 엄선한 국정과제를 발표하기로 한 상황에서 앞선 우려를 딛고 강한 의지를 피력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학계에서는 용두사미(龍頭蛇尾) 성격의 조직 구성에만 신경 쓸 게 아니라 새로 구성될 위원회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과거 정권에도 연금발전위원회를 구성하기는 했지만 요식행위에 그쳤던 게 사실”이라며 “연금개혁위원회가 설립된다면 실효적인 방법 도출을 위해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