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확대경]쌍용차 자구안 통과..이젠 정부가 화답할 때

이승현 기자I 2021.06.09 17:03:16

7~8일 조합원 투표 통해 인력 절반 무급휴업안 통과
'연봉 절반 감소' 희생 받아들여 인건비 부담 줄여
선 자구안 요구해 온 정부·산은의 지원 조건 충족
5~6개월 버틸 수 있는 운영자금 추가 대출 필요

기업 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쌍용자동차 노조가 무급휴직 시행 등이 담긴 사측의 자구 계획을 수용한 8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에서 직원들이 출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쌍용자동차(003620) 노동조합이 2년 무급휴업을 골자로 한 ‘쌍용차 경영 정상화를 위한 자구 계획’을 통과시키면서 회생을 위한 큰 고비를 넘었다. 쌍용차가 큰 결단을 내린 만큼 이제는 정부가 화답할 차례다. 정부와 쌍용차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쌍용차에 대한 지원 조건으로 선 자구안을 요구해왔는데, 그 조건을 충족했기 때문이다.

쌍용차 노조는 지난 7~8일 조합원 찬반투표를 진행, 참여조합원 3224명(참여율 98.5%) 중 52.1%(1681명) 찬성으로 자구안을 최종 가결했다.

이 자구안의 핵심은 기술직(생산직) 50%, 사무직 30%에 대해 무급휴직을 한다는 것이다. 전체 인력 절반가량이 무급휴직에 들어가면 인건비가 절반으로 줄어드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반면 인력감축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쌍용차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또 인력을 탄력적으로 배치할 수 있고 자연감소 인원에 대해 신규 채용을 하지 않을 수 있어 회생될 때까지 인건비 증가도 막을 수 있다.

자구안 통과로 쌍용차 노사는 생존에 대한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인력 절반이 무급휴직에 들어가는 결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방식은 향후 정해지겠지만 쌍용차 직원 입장에서는 연봉의 절반이 줄어드는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

이제는 정부가 나설 차례다. 쌍용차의 투표 결과를 보면 찬성률이 절반을 간신히 넘었다. 특히 평택공장 인원의 찬성률은 45.9%로 절반에도 못 미쳤다. 생산직을 중심으로 대거 반대표가 나왔기 때문이다. 향후 갈등의 불씨는 살아 있다는 얘기다. 여전히 많은 조합원이 자구안에 대해 반대하고 있고, 이는 회사와 정부에 대한 불신이 밑바탕에 깔려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반대한 조합원들이 자구안을 통한 회생을 반대한다기 보다는 회사가 얘기한 자구안에 따른 정부 지원과 인수합병 등의 절차가 잘 이뤄질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있는 것”이라며 “이같은 의심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정부의 지원이 조속히 이뤄져야 쌍용차의 회생작업이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동걸 산은 회장은 쌍용차 지원에 대한 선결 조건으로 ‘뼈를 깎는 노력’을 주문한 바 있다. 자구안이 나왔고 다음 달부터 실제 시행에 들어가게 된 만큼 쌍용차 지원에 대한 선결 조건은 충족된 셈이다.

또 정부도 쌍용차의 위기에 빌미를 제공한 만큼 일정부분 책임을 져야 한다. 쌍용차는 2018년 노노사정(쌍용자동차, 쌍용자동차 노동조합,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회,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 협의를 통해 2009년 쌍용차 구조조정 사태로 인한 해고자 119명를 복직시켰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인도 순방 중 아난드 마힌드라 마힌드라그룹 회장을 만나 쌍용차 해고자 복직 문제를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이때도 2017년부터 적자상태인 쌍용차가 해고자를 복직시키는 것이 무리하다는 지적이 나왔었다. 지금까지도 쌍용차는 적자상태를 벗어나지 못했고 결국 12년만에 다시 기업 회생절차에 돌입하게 됐다.

쌍용차는 지금 절차대로라면 10월이나 돼야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11, 12월에 매각이 이뤄지게 된다. 당장 5~6개월을 버틸 수 있는 자금이 필요하다. 산은은 쌍용차가 새주인을 찾기 전까지 버틸 수 있도록 신속한 추가대출을 통해 운영자금을 지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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