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인된 빙상계 성폭력만 6건"…은폐의혹 전명규 "모르는 일"(종합)

박기주 기자I 2019.01.21 16:23:23

젊은빙상인연대·손혜원 의원실 폭로
"확인된 피해 성폭력 사례만 6건"
전명규 교수 ''긴급기자회견'', "알지 못하는 일" 부인

손혜원(가운데) 무소속 의원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젊은 빙상인연대와 빙상계 성폭력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여준형 젊은 빙상인연대 대표. (사진=노진환 기자)


[이데일리 박기주 손의연 기자] 전명규 한국체육대 교수가 빙상계 성폭력 사건을 알고도 은폐해 왔다는 폭로가 나왔다. 하지만 전 교수는 이에 대해 “알지 못하는 일”이라며 의혹에 대해 부인했다.

◇“전명규 교수, 성폭력 사실 알면서도 은폐”

젊은빙상인연대(빙상연대)와 손혜원 무소속 의원은 2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자의 적극적 증언과 간접적 인정을 통해 확인한 피해 사례는 심석희 선수를 포함해 총 6건”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이 같은 폭로와 함께 △정부의 체육계 성폭력에 대한 전수조사 △한체대에 대한 강도 높은 감사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을 비롯한 수뇌부의 총사퇴 등을 요구했다. 특히 손 의원은 빙상계의 추가 성추행 피해 사례를 공개하면서 전 교수의 사전 은폐 의혹을 제기했다.

손 의원실에 따르면 빙상선수 A씨는 10대 때 한체대 빙상장에서 강습을 받던 중 한 코치로부터 수차례 성추행을 당했다. 이 코치는 A씨에게 자세를 교정해주겠다는 명목으로 포옹을 하고 입을 맞추는 등 추행을 일삼았다. A씨가 이를 거부하자 해당 코치는 폭언을 퍼붓고 국가대표 선발과정에서 경기력에 지장을 줄 수 있는 행동을 의도적으로 했다는 것이 손 의원실의 설명이다. 이 사건으로 A씨는 스케이트를 그만뒀지만 코치는 여전히 빙상계에서 활동 중이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한 후 A씨는 전 교수에게 “무슨 일을 겪었는지 말하고 싶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지만 전 교수는 “네가 빨리 벗어나길 바라. 그것이 우선이야”라고 답신했다. 손 의원은 전 교수가 A씨에게 보낸 메시지를 공개하며 “전 교수가 피해자로부터 피해 사실을 듣고 성폭력 사건에 대해 인지했음에도 가해자가 활동 중인 걸 봐서는 전 교수가 사전 은폐에 가담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라며 “빙상 선수들은 그가 측근의 성폭력 사건을 은폐하는 데 관여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전 교수는 빙상계 대부라 불릴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선수들은 두려워 나서기 힘든 상황”이라며 “빙상계 적폐를 뿌리 뽑기 위해 전 교수에 대한 적극 수사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빙상연대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 특정감사 결과 전명규 한체대 교수의 전횡이 드러났음에도 교수는 고작 감봉 3개월의 징계만 받았다”며 “전 교수가 총책임으로 있던 한체대 빙상장에서 폭행과 폭언을 가한 코치나 당한 선수는 한체대와 관련된 이들이었다”고 꼬집었다.

빙상연대는 이어 “전 교수의 막강한 영향력은 빙상계, 체육계, 일부 정치인이 비호해 가능했다”고 비판했다.

◇“나는 알지 못하는 일” 진화 나선 전명규 교수

이 같은 빙상연대와 손혜원 의원실의 폭로가 이어진 이후 전 교수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그는 “국민들께 아픔을 드린 데 대해 고개 숙여 용서를 구한다”면서도 “성폭력과 관련해서는 알지 못했다”고 선을 그었다.

전 교수는 성폭력 은폐 의혹과 관련해 “성폭력과 관련해 난 전부 알 수 없고, 알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며 “조재범 전 코치가 심석희를 상습 폭행했다는 사실도 몰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그런 상황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없었다. 책임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심석희에게 미안하고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의혹을 제기한 빙상연대의 진정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그 분들(빙상연대)이 어떤 말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르고, 제 의견과 생각을 말하고 있는 것일 뿐”이라면서도 “그 사람들(빙상연대)이 진심으로 빙상 발전을 위해 활동하는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고 반박했다.

다만 특정 선수 밀어주기 의혹 등에 대해선 “그런 적 없다”며 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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