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롯데계열사, 오후엔 "아니다"…法 서미경 소유 3개사 엇갈린 판결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과 그와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씨 (사진=뉴스1)

[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신격호(96) 롯데그룹 명예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59)씨 모녀 소유 회사를 롯데그룹 계열사로 분류한 공정거래위원회 처분은 위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날 오전 신 명예회장이 이와 관련해 공정위에 대한 허위 신고로 유죄 판결을 받은 것과 배치되는 결과다.

22일 서울고법 행정6부(재판장 박형남)는 롯데쇼핑과 서씨 소유의 유기개발 등 3개사가 공정위를 상대로 “유기개발 등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롯데 소속으로 편입시킨 처분은 위법하다”며 제기한 편입의제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공정위가 4개사를 롯데 계열사에 편입한 시기에는 신 명예회장이 4개사에 지배력을 행사했다고 볼 수 없다. 처분 사유를 뒷받침하는 자료도 없다”는 롯데와 서씨 측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앞서 공정위는 2016년 8월 서씨와 딸 신유미(34)씨가 100% 소유한 유기개발 등 4개사를 대기업집단 롯데 계열사에 포함하는 처분을 내렸다. 이들 회사의 2대 주주인 신씨가 신 명예회장의 자녀인 만큼 동일인(총수) 관련 회사로 봐야한다는 것이었다. 공정위는 이와 함께 이들 회사들에 대한 계열사 신고 누락을 이유로 신 명예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위는 이들 4개사가 롯데 계열사인 이유로 △서씨 모녀가 4개사 이사와 감사를 맡고 있는 점 △신 명예회장이 4개사 중 유니플렉스에 200억원, 유기개발에 202억원의 자금을 대여해준 사실 △유니플렉스 대표이사 채용을 위한 면접에서 롯데 고위임원들이 면접에 참여한 사실 등을 들었다. 하지만 유기개발, 유원실업, 유기인터내셔널 등 3개사와 롯데쇼핑은 공정위 처분이 위법하다며 같은달 법원에 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한편 이와 관련해 공정위로부터 고발당한 신 명예회장은 이날 오전 유죄가 인정돼 벌금 1억원을 선고받았다. 서미경씨 소유 회사가 롯데계열사임을 인정하는 판결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6단독 조아라 판사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신 명예회장에 대해 “공정거래법상 동일인 지위에서 대리인에 대한 감독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