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中 수출통제 기정사실화…"정부 외교력 더 중요해졌다"

김소연 기자I 2024.09.11 18:40:45

美 AI 첨단 반도체 수출 통제 강화 추세
삼성·SK 당장 영향은 미미…장기적으론 부담
"韓, 외교력 통해 기업 부담 줄여줘야"

[이데일리 김소연 기자] 미국 정부가 한국 기업에 인공지능(AI) 가속기 핵심 반도체인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중국이 아닌 미국과 동맹국에 공급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국내 메모리 기업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당장 수익과 매출에 타격이 크지는 않겠지만, 만에 하나 수출 통제 강도가 거셀 경우 실적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무역 정책에서 예측가능성을 키우기 위해 정부가 역할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래픽=게티이미지뱅크)
◇ HBM 등 AI 반도체 통제 확대에 어려움 가속

앨런 에스테베스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차관은 지난 10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열린 한미 경제안보 콘퍼런스에서 “중국이 미국과 동맹의 안보를 위협하는 첨단기술을 확보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며 “HBM을 중국이 아닌 미국과 동맹에 공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미국 상무부 산하 산업안보국(BIS)은 양자 컴퓨팅과 차세대 반도체 등 최첨단 기술의 수출 통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이 같은 수출 통제 조치에 한국이 동참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AI 반도체 수출통제가 확대됨에 따라 HBM도 통제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005930)의 올해 상반기 중국 매출은 8조 6061억원에 달한다. SK하이닉스(000660)는 중국 매출이 8조 6061억원으로 집계됐다. 중국향 매출은 지난해와 비교해 두 기업 모두 증가하는 추세다. 다만 현재로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대중 HBM 수출량은 많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기업들은 HBM 수출물량이나 비중을 국가별로 공개하진 않는다. SK하이닉스가 생산하는 HBM은 엔비디아로 대부분은 공급되기 때문에 중국 물량은 크지 않을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만약 미국이 엔비디아의 중국향 AI 가속기까지 막아서면 삼성전자의 HBM3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삼성전자의 HBM3는 엔비디아 중국 수출용 제품인 H20에 탑재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 HBM3는 H100에, HBM3E는 H200에 탑재된다.

이규복 한국전자기술연구원(KETI) 연구부원장은 “HBM 전반적으로 엔비디아 상황에 따른 변수가 생기는 것”이라며 “중국 중저가 칩에 대한 미국 제재가 심화할수록 어려움이 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 정확한 규제 범위 파악 필요…“결국 정부 외교력”

미국의 통제 강화가 당장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수익이나 매출 실적에 큰 영향을 줄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해 보인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미국 통제 탓에 엔비디아가 중국향 AI 가속기를 수출하지 못하게 된다고 해도 국내 기업 HBM 물량에 크게 문제가 되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엔비디아향 매출이 줄어드는 염려는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통제 강도가 강해질수록 정부의 역할의 중요성은 함께 높아질 전망이다. 미국의 통제는 주로 일상 범용 제품이 아닌 첨단 차세대 기술 영역에서의 통제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그에 맞는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

김혁중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부연구위원은 “정확한 규제 범위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질지에 대한 파악이 중요하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이를 제대로 파악하고 (미국이 요구하는) 의무를 최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미국의 이런 통제가 실제로 이뤄지기까지 유예기간을 확보하는 등의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시간을 벌어주면 그 사이 기업들도 대응책을 마련해야 해서다.

아울러 중국은 AI 반도체 통제가 강해지면서 HBM 자급자족을 위한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이에 김 부연구위원은 “당장 중국은 HBM을 개발하려 할 텐데 기술 탈취에 대한 대응도 중요해질 것”이라며 “합작회사를 세워서 기술을 빼 가는 시도들이 있을 것이기 때문에 기업들이 이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양팽 전문연구원은 “미국이 통제하는 제품은 주로 첨단 기술·첨단 제품 쪽”이라며 “결국 정부의 외교력이 중요하다. 미국 정부와 타협해서 어느 수준까지는 용인할 수 있도록 이끌어 내는 부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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