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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만에 한일 정상회담 개최…셔틀 외교 본격 시작

박태진 기자I 2023.03.16 20:08:26

尹 “한일,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가장 가까운 이웃”
외교·경제 당국간 협의체 복원…NSC 차원 경제안보대화 출범
尹 “구상권 행사되면 모든 문제 원위치…상정 안해”
기시다 “김대중-오부치 선언 계승”…사과는 없어

[도쿄=이데일리 박태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한국 대통령으로는 12년 만에 일본을 찾아 한일 정상회담을 가지며 새 한일관계 구축을 천명했다. 그간 경색됐던 양국 관계를 되돌리는 것은 물론, 경제·외교·안보·문화 분야의 협력을 강조하며 ‘셔틀 외교(상대국을 오가며 정상회담을 하는 것)’ 재개를 알렸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도 셔틀 외교 재개를 반기며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계승하겠다고 했지만, 강제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한 직접적인 사과는 없었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6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열린 한일 정상 공동 기자회견을 마친 후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尹 “한일 간 협력의 새 시대 열어”

1박2일 일정으로 일본을 찾은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도쿄 총리관저에서 기시다 총리와 정상회담을 마친 뒤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올해는 과거를 직시하고 상호 이해와 신뢰에 기초한 관계를 발전시키고자 1998년 발표된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이 25주년되는 해”라며 “공동선언의 정신을 발전적으로 계승해 불행한 역사를 극복하고, ‘한일 간 협력의 새 시대’를 여는 첫걸음이 됐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한일 관계에 대해 “자유·인권·법치의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안보·경제 글로벌 어젠다에서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가장 가까운 이웃이자 협력해야 할 파트너”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저와 기시다 총리는 그간 얼어붙은 양국관계로 인해 양국 국민들이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입어왔다는데 공감하고, 한일관계를 조속히 회복시켜 나가자는데 뜻을 같이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안보, 경제, 인적·문화 교류 등 다양한 분야의 협력을 증진하는 논의를 가속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경제안보와 첨단과학뿐 아니라 금융·외환 분야에서도 머리를 맞대고 함께 고민해 나가기로 했다”며 “외교, 경제 당국 간 전략대화를 비롯해 양국의 공동 이익을 논의하는 협의체들을 조속히 복원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특히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차원의 ‘한일 경제안보대화’를 출범시킨다고 밝혔다.

이에 기시다 총리는 “일본 정부는 1994년 10월 발표했었던 한일 공동선언,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통한 역사 인식과 관련해 역대 내각의 인식을 앞으로도 계속해서 계승해 나갈 것을 확인했다”면서 “앞으로 양국 간의 정치, 경제, 문화 등의 분야에서 교류가 더욱더 활발히 확대해 나가길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윤 대통령은 강제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선 “우리 정부의 강제징용 해법 발표를 계기로 미래지향적 발전 방향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한국 재단이 일본 기업을 대신해서 배상금액을 지급한다고 했는데, 일본 기업에게 상당액의 변제를 요구하는 구상권 문제가 아직 남아 있다’는 일본 취재진의 질문에는 “만약에 구상권이 행사된다고 한다면 이것은 다시 모든 문제를 원위치로 돌려놓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 정부는 그런 구상권 행사라는 것을 판결 해법 발표한 것과 관련해서 상정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기시다 총리도 같은 질문에 대해 “윤 대통령의 강력한 리더십 아래 이번 한국의 재단이 판결금 등을 지급하기로 한 조치가 발표된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본 건 조치의 취지를 고려해 구상권 행사에 대해 가정하지 않고 있다고 알고 있다”며 “어찌 됐든 향후 조치의 실시와 함께 일본 정치, 경제, 문화 등 폭넓은 분야에서 교류가 강력하게 확대해 나갈 것, 이렇게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北 핵·미사일 도발 대응 한일공조도 강조

두 정상은 또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처하는 한일 공조를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대북 공조와 관련해선 “고도화되는 북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일·한일 공조가 매우 중요하고 앞으로 적극 협력해 나가자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면서 한일 각각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긴밀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우리 두 정상은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필요하면 수시로 만나는 셔틀 외교를 통해 적극 소통하고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앞서 열린 한일 확대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도 “오늘 아침 제가 도쿄로 출발하기 전 북한의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서 보듯이, 날로 고도화되고 있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동아시아뿐 아니라 국제사회 평화와 안전에도 큰 위협이 되고 있다”고 “한일 양국은 서로 긴밀히 공조하고 연대해 이러한 불법적인 위협과 국제사회의 난제에 슬기롭게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시다 총리도 “오늘 아침 북한에 의한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는 심각한 도발행위이며,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며 “이런 현재의 심각한 환경하에서 한일 그리고 한미일 공조를 더욱 강화해 나가는 데 대해서도 논의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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