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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전원합의체는 A씨가 B씨 등 2명을 상대로 낸 토지인도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전주지방법으로 돌려보냈다.
갑은 자신 소유의 땅에 건물을 지은 뒤 사망했다. 아내인 을과 자녀인 피고들이 땅과 건물을 공동상속받는 과정에서 땅은 을의 단독 소유로 한다는 상속재산분할협의를 했다. 이후 을은 이 땅을 자녀 중 1명인 B씨에게 증여했고 이후 땅이 임의경매에 넘어가 원고 A씨가 땅을 취득했다.
땅을 취득한 A씨는 피고들에게 건물을 철거하고 땅을 넘겨줄 것을 요구했다. 피고들은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을 취득해 보유하고 있으므로 A씨의 요구에 응할 수 없다고 다퉜다.
건물 소유자에게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토지와 건물의 소유자가 동일인이었다가 변경된 경우여야 한다. 원심은 을이 B씨에게 땅을 증여할 당시 을은 건물의 공유자 중 1명에 불과해 동일인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피고들이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을 취득하지 못했다고 판단하고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땅을 소유한 사람이 그 땅 위의 건물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면서 땅만을 타인에게 매도한 경우도 건물 공유자들이 대지 전부에 대해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을 취득한다. 따라서 을이 피고들과 건물을 공유하면서 땅만 증여한 경우에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들이 법정지상권을 취득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원심은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의 다른 성립 요건이 갖춰졌는지 등을 심리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대법관 13명 중 12명은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에 관한 관습법이 지금도 법적 규범으로서의 효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봤다. 노태악·이흥구 대법관은 “현재 시점에서 관습법상 법적지상권의 법적 효력을 부정한다면 법적 안정성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보충의견을 냈다.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은 대법원이 지난 1960년 처음으로 인정한 이래 지금까지 법적 규범으로서의 효력을 유지하고 있다. 대법원은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은 토지와 그 지상 건물의 소유자가 분리될 때 건물의 철거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을 방지할 공익상 필요에서 인정해 온 관습법상 법적지상권이 현재에도 여전히 유효함을 확인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유일하게 관습법상 법적지상권에 대해 반대의견을 낸 김재형 대법관은 “관습법상 법적지상권은 관습법의 성립 요건을 갖춘 것이라고 볼 수 없고, 이에 대한 사회 구성원들의 법적 확신도 없으며, 전체 법질서에도 부합하지 않으므로 법적 규범으로서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