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이지스운용 해외 부동산 펀드 디폴트…투자 원금 날리나

지영의 기자I 2022.07.19 19:44:01

뉴욕 소재 '1551 브로드웨이 프로퍼티' 부실화
1년째 손실 구간…이자·원금 상환 막혀
후순위 대출금·에쿼티 수천억 날릴 가능성
"하반기 해외 대체투자 부실 속속 터질 듯"

[이데일리 지영의 기자] 이지스자산운용이 대주단을 꾸려 후순위 대출을 제공한 해외 오피스빌딩이 부실화되면서 투자자들이 대규모 원금 손실 위기에 놓였다. 1년째 원금과 이자 지급을 하지 못하는 상태로, 자산 가치가 폭락해 후순위 대출의 원금 회수 가능성이 극히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지스자산운용이 국내 차관단을 꾸려 후순위 대출을 제공한 ‘이지스글로벌사모부동산투자신탁141호’가 디폴트 상태에 들어갔다. 지난해 7월부터 1년여간 이자 지급이 중단된 상태로, 신디케이션론을 제공한 국내 차관단은 현재까지 각각 수백억대 손실이 누적된 것으로 파악됐다.

부실화된 대출 담보 자산은 뉴욕 소재 ‘1551 브로드웨이 프로퍼티(The 1551 Broadway Property)’다. 이 건물은 원래 1959년 문을 연 하워드 존슨 레스토랑이 있던 자리에 2009년 지어진 건물로 저층의 상가건물이다. 미국 의류 브랜드인 아메리칸 이글의 플래그십 스토어가 위치해 있다. 이 플래그십 스토어는 2만5000제곱피트 규모로 4개의 라운지와 데님 라이브러리를 갖추고 있다. 건물 외벽에는 대형 광고 스크린이 부착돼 있다.

뉴욕 타임스퀘어 인근에 위치한 1551 브로드웨이 프로퍼티. 1층에 아메리칸 이글 플래그십 스토어가 입점해 있다. [사진=구글 맵 스트리트 뷰]
타임스퀘어 인근으로 위치는 나쁘지 않지만, 대출 이후 최근 수년 사이 자산 가치가 크게 하락하면서 담보권 처분이 어려운 처지가 됐다. 해당 건물 인근으로 부실화된 오피스 물건이 쏟아져 시장에서 원매자를 찾기도 쉽지 않은 상황인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건물에 들어간 이지스자산운용의 후순위 대출을 포함, 에쿼티 투자금까지 수천억대 자금 전액을 날릴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한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선진국 물건이라 강조하더니 빛 좋은 개살구였다”며 “알아보니 부동산 호황기에도 몸값이 비쌌던 물건이다. 지금 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기다려도 가치가 오를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지적했다.

이지스자산운용 전경(사진=이데일리 DB)
이와 관련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이자 지급을 못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아직 손실이 확정된 상태는 아니다”라며 “코로나19가 지나가면서 현재 감정평가액이 상승하고 있다”라는 입장을 내놨다.

업계에서는 하반기부터 잠재적 부실에 빠진 부동산 자산이 속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수년 사이 국내 금융사 및 기관 투자자들이 공격적으로 쓸어 담았던 해외부동산 중 디폴트 상태가 된 건이 적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큰 폭으로 인상하면서 시중 유동성 옥죄기에 나선 가운데 부실로 누적된 채무를 감당하지 못하고 기한이익상실(EOD) 상태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쉬쉬하고 있어도 이자를 못 주고 있는 해외 오피스·호텔 자산이 한두 군데가 아닌 상황”이라며 “해외에서 팔리지도 않을 물건을 눈먼 조건으로 가져오고, 후순위가 많은 데다 메자닌 대출 구조를 불리하고 특이하게 설정한 곳이 수두룩하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감독원에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현황을 들여다보겠다고 하는데, 실제 대출 구조나 손실 상태를 보면 손질할 곳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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