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일 데이터연구소 카이즈유에 따르면 지난해 전기차 신차등록 대수는 10만402대로 전년(4만6677대)에 비해 115.1% 증가했다. 전기차 보급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2022년 전기차 보조금 업무처리지침 개편안을 행정예고했다. 차종별 최대보조금액을 인하하는 대신 차종별 보급물량을 대폭 확대하는 내용이 골자다. 전기차 대중화를 위한 취지라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전기차 보조금 100% 지급 상한액은 차량 가격 기존 6000만원에서 5500만원으로 하향 조정된다. 보조금 50%를 받을 수 있는 가격 구간도 기존 6000만~9000만원에서 5500만~8500만원으로 변경된다. 지난해에는 차량 가격이 9000만원 이상이면 보조금을 받지 못했지만 올해는 8500만원 이상으로 기준이 낮아졌다. 정부 보조금은 차종(승용차 기준)에 따라 329만~800만원이 지급된다. 지방자치단체는 별도로 보조금을 지급한다.
업계는 올해 반도체 수급 부족 여파 등으로 가격 상승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하향된 보조금 기준을 맞추기 위한 묘수를 찾는 데 고심하고 있다. 보조금 지원 물량이 확대되면 전기차를 구매하려는 수요도 덩달아 증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올해 전기 승용차 보조금 지급 대상을 기존 7만5000대에서 16만4500대로 대폭 늘렸다.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인 곳은 스웨덴 전기차업체인 폴스타다. 폴스타는 지난 18일 ‘폴스타 2’를 출시하면서 싱글모터 트림 5490만원, 듀얼모터 트림 5790만원으로 각각 가격을 책정했다. 폴스타가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임에도 싱글모터의 가격을 5500만원 이하로 맞춘 것은 정부의 보조금 개편안을 염두에 뒀다는 해석이다. 파일럿 팩 등 패키지 옵션을 둬 소비자가 유연하게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파일럿 팩(350만원)은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사각지대 경고 시스템 △후방 충돌 경고·제동 시스템 등을 지원한다. 플러스 팩(450만원)은 △하만카돈 프리미엄 오디오 △위브테크(WeaveTech) 전동 시트 △뒷좌석 열선 시트 및 열선 스티어링 휠 △스마트폰용 15W 무선 충전기능 등을 제공한다. 퍼포먼스 팩(550만원)은 △조정 가능한 올린스 듀얼플로 밸브 서스펜션 △골드 브렘포 4핀 알루미늄 프런트 캘리퍼 등이 특징이다. 패키지 옵션 중 하나라도 선택하면 차량 가격이 5500만원을 웃돌지만 옵션 비용은 보조금 지급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폴스타가 옵션 조정으로 물꼬를 튼 만큼 다른 완성차업체들도 옵션 조정을 통해 차량 가격을 보조금 지급 기준에 맞출 것으로 점쳐진다.
|
국내 소비자가 전기차 구매를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이 보조금인 만큼 업계는 신차뿐 아니라 기존에 출시된 모델의 가격도 인하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테슬라는 보조금 상한액(6000만원)을 고려해 ‘모델 3’의 가격을 5999만원으로 내렸다. 아울러 테슬라는 ‘모델 Y’의 최소 가격도 5999만원으로 맞췄다.
지난해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 ‘아이오닉 5’(2만2603대)와 작년 하반기 출시돼 선전한 ‘EV6’(1만888대)는 대부분 트림 가격이 5500만원을 넘지 않아 올해도 보조금 100%를 받는다. 올해 출시될 쌍용차 ‘코란도 이모션’과 한국지엠의 ‘볼트 EV’, ‘볼트 EUV’도 100% 보조금 기준을 무난하게 맞출 것으로 보인다. 볼보 ‘XC40 리차지’, 아우디 ‘Q4 e-트론’, 폭스바겐 ‘ID4’ 등 수입차 브랜드의 전기차도 5500만원 아래로 가격을 책정할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전용 플랫폼을 바탕으로 한 전기차가 본격적으로 출시되고 있는 만큼 정부가 전기차 대중화를 위해 가격을 더 낮추도록 유도하고 있다”며 “아직 보조금이 없으면 전기차를 사지 않으려는 소비자 심리가 팽배해 업계로서는 보조금을 기준으로 가격을 책정할 수밖에 없다. 업계는 일부 기능을 옵션으로 빼거나 프로모션 실시 등 다양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