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트코인 대장` 노리던 리플, 엿새만에 반토막…추세 꺾였다

이정훈 기자I 2018.01.10 17:51:03

[이정훈의 암호화폐 톺아보기]엿새만에 4.84→1.70달러
시가총액도 45% 날아가…시가총액 3위로 후퇴
단기 급등후 차익매물 봇물…상장불발에 韓악재까지
"가격조정 과하다" 반등 기대감은 여전해

최근 석 달간 리플 가격 및 시가총액 추이 (그래픽=코인마켓캡)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올들어 비트코인에 이어 암호화폐 시가총액에서 2위까지 뛰어 오르며 `알트코인 대장` 자리를 굳히려던 리플(XRP)에 비상이 걸렸다.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 상장이 일단 불발되면서 대규모 차익매물이 쏟아졌고 이 때문에 1주일도 채 안돼 가격이 반토막 나 버린 것. 이미 기존 상승추세가 완전히 꺾이면서 추가 조정도 우려해야할 상황이 됐다. 다만 이익실현용 매물 부담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악재가 없는 만큼 반등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10일 전세계 주요 거래소들에서 거래되는 암호화폐의 평균 가격을 보여주는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30분 현재 리플의 평균 가격은 1.70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4일 역대 최고가인 3.84달러에 비해서는 56%나 추락한 수준이다. 불과 엿새 전까지만 해도 1200억달러에 이르며 이더리움을 앞질렀던 리플 시가총액도 659억달러까지 45%나 급감했다. 이렇다보니 이더리움에 다시 시가총액 2위 자리를 넘겨주고 3위로 주저 앉은 상황이다.

이같은 리플의 가파른 가격 조정은 그동안 상승세가 너무 급했던데 따른 반작용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12월20일 전까지 1달러에도 못미쳤던 리플 가격은 그 달 21일에 역대 처음으로 1달러를 넘어섰고 단 8일만인 29일에 2달러 고지를 넘었다. 비트코인 가격이 1500% 상승한 지난 한 해동안 리플 가격은 무려 3만5000% 급등했다. 새해 들어서도 상승세가 식지 않았다. 닷새만인 1월3일에 3달러를 넘었고 바로 다음날인 4일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그러다 이후 리플 가격은 하락세로 돌아섰다.

실리콘밸리 큰손 투자자로 300달러 수준일 때부터 비트코인을 사모았던 빌 밀러 밀러밸류파트너스 창업주는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리플 상승랠리는 과도했던 것 같다”며 차익매물이 쏟아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임을 시사했다. 암호화폐에 집중 투자하는 헤지펀드인 셔틀펀드어드바이저 브래드 천 최고투자책임자(CIO) 역시 “최근 한 달동안에만 가격이 1000% 이상 뛰었다보니 큰손들이 이익 실현에 나서고 있는 것이 조정의 가장 큰 이유”라며 이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며 이미 예견됐던 일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리플이 코인베이스에 조만간 상장될 것이라는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면서 차익매물을 더욱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리플 가격 조정이 본격화한 지난 5일 코인베이스측은 “현 시점에서는 추가로 어떤 암호화폐를 상장할지 결정하지 못했다. 이와 반대되는 어떤 얘기도 사실이 아니며 회사측의 공식 입장도 아니다”라며 리플 상장 가능성을 일축했다. 코인베이스는 작년말 현재 1300만명이 거래하는 초대형 거래소로, 현재 비트코인과 비트코인 캐시, 이더리움, 라이트코인만 거래하고 있다. 또 달러대비 51% 이상 `김치 프리미엄`이 붙던 리플 가격에서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3곳의 시세가 제외되면서 가격 하락을 압박하기도 했다. 다만 리플측은 자사 트위터에서 “이같은 한국 거래소 가격 제외는 리플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모든 암호화폐에 다 적용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리플은 비트코인에 비해 기업 친화적이면서도 발행주체가 따로 있어 상대적으로 중앙 집중화돼 있는 모델이라 기업이나 금융회사들이 선호하고 있다. 회사측에 따르면 현재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산탄데르 등 기존 은행들이 자금 이체 및 송금시스템을 구축하는데 리플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등 100곳 이상의 금융회사들이 리플 네트워크에 참여하고 있다. 이같이 높은 활용성이 시장 참가자들의 기대를 부풀린 측면이 있는데다 회사 역시 이를 적극 홍보해왔다. 이렇다보니 리플측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캐너코드 제뉴이티의 마이클 그레이엄 애널리스트는 “리플은 다른 암호화폐들과 달리 실제 활용도가 매우 높을 것으로 믿는다”면서도 “너무 높게 올라온 현재 가격이 정당화되기 위해서는 리플이 만들어낼 생태계가 지금보다 훨씬 더 커지는 모습을 보여야할 것”이라며 성과에 비해 가격이 성급하게 올랐음을 지적했다. 암호화폐 거래소인 셰이프시프트 최고경영자(CEO)인 에릭 보르헤스는 “리플은 대형 은행들로부터 받은 지지를 이용해 시장에서 가격을 끌어 올리면서 스스로 투기적인 거품을 만들어냈다”고 꼬집었다.

다만 일정 부분 매물이 소화되고 나면 가격이 다시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도 여전하다. 360블렉체인USA 제프 코엔 CEO는 “현재 암호화폐 전반적으로 조정국면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유독 리플의 가격 조정이 더 큰데 조정폭은 과도해 보인다”며 머지 않아 반발 매수세가 유입되며 반등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코인베이스 상장이 완전히 불발되지 않았다는 시각도 있다. 지난 2015년 브라이언 암스트롱 코인베이스 CEO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알트코인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시간낭비”라는 비판적 글을 남겼지만 1년 반 정도 시간이 흐른 지난해 8월부터 이더리움, 라이트코인 등 알트코인들을 상장하기 시작했다. 이를 계기로 암호화폐시장에서 시가총액의 81%를 차지하던 비트코인은 33% 수준까지 쪼그라 들었다. 실제 암스트롱 CEO는 지난해 12월15일 역시 트위터상에서 “현재 우리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라이트코인을 거래하고 있지만 내년에는 더 많은 알트코인들이 거래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해 추가 상장 가능성을 열어뒀다.

시장 전문가들은 앞서 비트코인 캐시는 지난해 12월 중순 코인베이스 상장 발표 이후에만 45% 이상 급등한 바 있는 만큼 코인베이스가 리플 상장을 결정할 경우 주가는 급반등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가상화폐 광풍

- 앤드어스체인, 초기 채굴자 ‘앤드어스체이너’ 모집 성황리 마감 - 마이클조던, NBA스타 카드 블록체인 토큰사에 투자 - 한국블록체인협회, ‘가상자산 AML·CFT 실무과정’개최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