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2년만에 인보사 두고 적으로 만난 식약처·코오롱생명과학

노희준 기자I 2019.07.22 18:21:12

뒤바뀐 신장유래세포 안정성 두고 양측 공방
이르면 26일 회수 폐기 명령 집행정지 여부 결정될듯

(이동훈 기자)
[대전=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안전성·효능성에 문제가 없는 인보사케이주(인보사)회수 폐기 명령의 효력이 발생하면 인보사는 회수 폐기돼야 할 약품이라는 낙인효과로 시장에서 퇴출이 불가피하다”(코오롱생명과학측)

“인보사에 포함된 신장유래세포는 의약품으로 신체에 투입된 사례가 없다. 집행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인보사 안정성에 대한 다른 신호로 받아들여질 우려가 있다”(식품의약품안전처측)

의약품 ‘성분 은폐’ 논란에 휩싸인 코오롱생명과학이 식약처의 ‘인보사 퇴출’ 행정처분 취소소송을 두고 기나긴 법적 다툼에 나섰다. 2년전 세계 최초로 유전자 골관절염 치료제 허가를 내주며 사실상 ‘동지’였던 식약처를 180도 달라진 적(敵)으로 맞이한 셈이다.

대전지방법원 행정2부(성기권 부장판사)는 22일 오후 3시부터 코오롱생명과학이 대전식약청장을 상대로 낸 인보사 회수·폐기 명령의 집행정지 사건의 심문기일을 열었다. 집행정지는 행정처분을 받은 법인이나 개인이 불복 소송을 낸 후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올 때까지 처분 집행을 정지해 달라고 요청하는 절차다. 행정처분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해 이를 막을 필요가 있을 경우 인정된다. 이날 양측은 오후 5시 35분까지 약 2시 반 동안 주로 인보사의 안정성을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인보사는 2017년 7월 세계 최초의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이자 국내 첫 유전자치료제로 허가받은 제품이다. 사람 연골세포가 담긴 1액과 연골세포 성장인자(TGF-β1)를 도입한 형질전환세포가 담긴 2액으로 구성된 주사액이다. 하지만 2액의 형질전환세포가 허가 당시 자료대로 연골세포가 아닌 종양 유발 우려가 있는 신장세포(293유래세포)로 드러나 2년여 만에 허가가 취소됐다. 식약처는 인보사를 품목 허가 취소하며 회수·폐기명령도 내렸다.

코오롱생명과학
코오롱생명과학 법률 대리인인 박재우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90페이지에 달하는 프리젠테이션 자료를 통해 “인보사의 안정성과 유효성을 인정해왔던 식약처가 갑자기 안정성을 부인하고 있다. 처분의 효력이 발생하면 본안 소송에서 승소하더라도 의약품 지위 회복이 불가능하다”며 “약사법상 특정한 성분(신장세포)이 사용됐다는 이유만으로 (의약품의 허가)취소 처분을 내릴 수 있는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박 변호사는 처분 효력 발생으로 인한 회사측이 입을 피해에 대해 “코오롱생명과학은 아직 해지되지 않은 1조원 가량의 기존 수출 계약 상당수가 파기돼 손실을 볼 것”이라며 “이미 인보사의 시중 유통은 중단돼 유통 중인 인보사가 전무하기 때문에 처분의 효력정지로 공공복리에 미칠 영향도 없다”고 역설했다.

반면 2년 전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로 ‘인보사 띄우기’에 나섰던 식약처는 인보사의 위험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식약처측 법률 대리인 이동국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는 “코오롱생명과학은 허가신청 당시에도 스스로 걸러 내려했던 신장유래세포가 사후적으로 문제가 없다며 안정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인보사를 투여한 사람들의 3000여명은 인보사 시판 이후 투여한 사람으로 2년 정도밖에 안 돼 안정성이 검증됐다고 볼 수 없다. 투약자들은 마루타 역할을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식약처에 따르면 인보사를 투여받은 환자는 3707명이다.

식약처 관계자 역시 “신장유래세포는 세포의 기원과 제조방법이 불명확하고 종양원성이 있다”며 “연구목적으로만 사용하고 인체에 사용 등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지 말라고 권고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코오롱생명과학은 행정절차법상 식약처 처분이 위법하다고도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식약처는)처분의 근거를 약사법 71조라고만 적고 처분 내용은 회수·폐기하라고 했다”며 “하지만 구체적인 처분 사유와 처분의 근거를 특정하지 않으면 절차법상 위법이라는 게 대법원 판례”라고 힘줘 말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재판부도 식약처에 해당 지적을 소명하라고 밝혔다. 하지만 식약처측은 구체적인 언급을 피한 채 추후 서면 보고를 통해 밝히겠다고만 했다.

이번 집행정지에 대한 법원 판단은 의미가 적지 않다. 비록 회수·폐기 명령 처분의 적법성에 대한 본안 판단은 아니지만 인보사 사태에 대한 첫번째 법원 판단이라는 점에서다. 코오롱생명과학은 행정소송 외에도 환자와 주주들로부터 손해배상 소송, 식약처의 고발 등으로 다른 법원 및 수사당국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대전지법은 이르면 오는 26일쯤 회수 폐기 명령의 집행정지 인용 여부에 대한 결정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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