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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현지시간)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따르면 자가면역질환 바이오시밀러 ‘임랄디’는 지난해 4분기 출시 이후 올해 1분기까지 5230만 달러(약 580억원)의 누적매출을 달성했다. 이에 힘입어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올해 1분기 사상 처음으로 영업이익 흑자(370억원)를 기록했다. 임랄디는 세계 최대 매출 의약품인 휴미라(애브비·성분명 아달리무맙)의 바이오시밀러다. 휴미라의 지난해 글로벌 매출은 20조원이 넘는다.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 경쟁 이력은 레미케이드(얀센), 엔브렐(화이자) 등 다른 자가면역질환 바이오의약품들의 바이오시밀러 경쟁과 양상이 조금 다르다. 이들 약의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램시마(셀트리온), 베네팔리(삼성바이오에피스)가 단독으로 출시하면서 ‘퍼스트 시밀러’의 이점을 충분히 누렸다. 하지만 휴미라는 지난 10월 바이오시밀러가 출시할 당시 이미 4종이 경쟁체제를 구축한 상황이었다. 일부에서는 램시마와 베네팔리가 누렸던 ‘화양연화’는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는 불가능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을 정도다.
하지만 출시 8개월 차에 접어든 현재 유럽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시장의 1위는 임랄디로 굳어지는 양상이다. 임랄디는 유럽 아달리무맙 바이오시밀러 시장 중 46%, 전체 유럽 아달리무맙 시장에서는 점유율 7%를 달성하며 빠르게 시장을 넓히고 있다. 이에 대해 박상진 삼성바이오에피스 커머셜본부장(전무)는 “오리지널 시장의 10%도 못 차지한 상황에서의 자화자찬이 아니다”라며 “출시 8개월 만에 이뤄진 성과라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램시마, 베네팔리 등 퍼스트 바이오시밀러는 시장 출시 후 점유율 50%를 달성하는데 평균 45개월(약 4년)이 걸렸다. 박 전무는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신뢰가 쌓이는 등 인식이 개선된 측면도 있지만 임랄디의 점유율 곡선은 이들보다 가파르다”며 “이런 추세라면 1년 안에 25%, 2~3년 안에 50%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0월 휴미라 바이오시밀러들이 출시할 당시 임랄디의 경쟁품들은 물량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 일부 병원에서는 수급 문제가 불거졌다. 박 전무는 “이미 베네팔리, 플릭사비 등 바이오시밀러를 유럽에 출시한 경험을 바탕으로 각 나라 별 예상 수요 등을 정밀하게 파악해 원활한 공급이 가능했다”며 “원활한 시장 안착 덕에 지속적으로 1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랄디가 물량만 원활하게 공급한 게 아니다. 임랄디는 오리지널인 휴미라의 한계점을 개선해 편의성을 높였다. 대표적인 게 약물 주입 장치와 보관기간이다. 펜형(주사기 대신 펜 모양의 장치에 약이 충전된 형태) 휴미라의 경우 환자가 쓰기 위해서는 앞 뒤 안전장치를 제거하고 바늘로 찌른 뒤 바늘에 다시 안전장치를 장착하기까지 네 단계의 움직임이 필요하다. 하지만 임랄디는 바늘로 찌르기만 하면 약성분이 자동으로 주입되는 오토인젝션 방식이라 환자의 움직임을 두 단계로 줄였다. 박 전무는 “손가락 움직임이 자유로운 사람들이라면 두 단계 줄인 것이 무의미해 보일 수 있지만 류머티스 환자들은 손가락 관절에 이상이 있어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하다”라며 “환자들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편의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셈”이라고 말했다.
또 하나의 개선 포인트는 보관성이다. 휴미라는 섭씨 25도의 상온에서 14일까지 보관할 수 있다. 하지만 임랄디의 보관기간은 휴미라의 2배인 28일이다. 그래서 환자가 약을 가지고 여행을 떠나는 것도 가능하다. 박 전무는 “이런 특성을 고려해 ‘냉장고를 멀리하자’는 인식 개선 캠페인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경쟁력에 의구심을 표한다. 바이오젠과 공동개발해 바이오젠이 만들어 바이오젠이 판매하는 상황에서 이름만 올린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박 전무는 “허가에 이르는 모든 개발단계를 자사가 맡았고 생산은 회사가 바이오젠에 위탁생산을 맡기는 형태라 제조책임은 전적으로 자사에 있다”며 “디바이스 편의성, 장기 보관 등 품질을 높이는 모든 작업을 자사가 개발해 모든 과정이 자사의 컨트롤 하에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바이오젠은 마케팅 파트너로서 판매전략 수립 등에서 밀접하게 협조하고 있는 관계”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