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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료 ‘검침일 선택제' 도입 하세월…소비자만 피해본다

김상윤 기자I 2018.08.02 17:09:46

1115만 가구 대상 시행했지만
작년말 47.4만가구 도입에 그쳐
카드사 결제일 선택과 차이나
누진제 문제로 결제일 더욱 중요
부당한 약관 여전히 유지하기도

[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한국전력(015760)이 도입하기로 한 ‘전기요금 검침일 선택제’ 도입이 지지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가 전기사용 패턴에 따라 전기요금 검침일을 선택해서 ‘누진제 요금 폭탄’ 우려를 줄일 수 있지만 한전은 인력·예산 등을 이유로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2일 한국전력에 따르면 지난 2016년 9월 도입하기로 한 ‘희망 검침일제’를 활용한 가구는 지난해말 기준 47만4000호에 불과하다. 한전 측이 당시 전체 2200만 가구 중 약 50%에 해당하는 1115만 가구(주택용 저압:230만 가구, 고압: 885만 가구)를 대상으로 시행하겠다고 밝힌 것에 비해 상당히 더딘 상황이다.

현재 검침일은 매월 △1~5일 △8~12일 △15~17일 등으로 총 7차례로 분리돼 있다. 한정된 검침원을 활용해 전력사용량을 검침해야 하다보니 기간을 나눠 놓은 셈이다. 검침일은 소비자가 의사와 무관하게 한전이 지정한다. 카드사의 경우 소비자가 결제일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과 차이가 있다.

문제는 검침일이 15일 전후인 고객의 경우 7~8월 전기료 부담이 커진다는 점이다. 통상 여름 온도가 7월15일부터 올라가는 데 15일이 검침일일 경우 한달 전기요금이 다른 검침일 적용 구간보다 배로 늘어난다. 가정용 전기료는 많이 쓸수록 요금을 더 내는 누진제 구조를 띠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결국 검침일에 따라 요금이 적거나 더 나올 수 있는 ‘복불복’인 시스템이다.

한전은 적극적으로 희망 검침일제를 확대한다고 하지만 인력·예산 문제를 거론하고 있다. 검침일이 특정 시일에 몰릴 경우 검침원이 부족하고 예산도 훨씬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이유다. 실시간 전기소비량 측정이 가능한 전자식 스마트계량기(AMI)를 설치할 경우 ‘희망 검침일제’를 더 빨리 확대할 수 있지만 이 역시 더딘 상황이다.

한국전력의 부당한 약관도 문제가 있다. 한전 약관에는 검침은 각 고객에 대해 한전이 미리 정한 날에 실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기검침일이 휴일이거나 비상재해 등 부득이한 경우에는 검침일을 변경할 수 있다는 단서는 있지만,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다는 단서는 없어 부당한 약관 혐의가 크다. 한전이 적극적으로 ‘희망 검침일제’ 도입에 나서지 않고 있다는 점을 방증하는 사례다.

산업통상자원부도 검침일 선택제 확대를 포함해 기초생활수급자나 장애인 등 취약계층에 대한 전기요금 인하 등 다양한 카드를 검토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누진제를 풀 경우 저소득층의 전기요금이 오히려 올라가는 문제가 발생해 형평성 우려가 있고, 전기수급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여러 카드를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검침일 선택제를 보다 확대되면 전기요금 인하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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