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 부장은 노 전 대통령의 ‘논두렁 시계 수수 의혹’을 재판에 증거로 제출되기 전에 언론에 흘린 당사자로 지목 받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관련 보도가 공중파 방송을 통해 나간 후 얼마 안 돼 2009년 5월 23일 서거했다. 이 전 부장은 노 전 대통령의 수사와 관련해 검찰 요청이 있으면 조사를 받겠다고 해놓고 미국으로 출국해 ‘도피성 출국’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이 전 부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보도자료를 통해 “노 전 대통령의 고가 시계 수수 관련 보도는 저를 포함한 검찰 누구도 보도를 의도적으로 계획하거나 개입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원세훈 원장은 저에게 직원을 보낸 것 이외에 임채진 검찰총장에게도 직접 전화를 걸어 ‘노 전 대통령의 시계 수수 사실을 언론에 흘려 망신을 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가 거절을 당한 적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 전 부장에 따르면 이런 제안을 받은 후 일주일쯤 지난 2009년 4월 22일 KBS는 저녁 9시 뉴스에서 ‘노 전 대통령 시계수수 사실’을 보도했다. 이 전 부장은 KBS 보도 당시 종로구 한 중국집에서 김영호 당시 행정안전부 차관 등 고위 공무원 등 5명과 함께 식사를 하고 있다 대검에서 관련 보고를 받고 화를 냈다고 회상했다. 자신이 개입하지 않은 것을 입증해줄 만한 증인들이 있다는 주장이다. 또한 SBS에서는 같은해 5월 13일 ‘(권양숙 여사가) 논두렁에 시계를 버렸다’고 보도했다.
이 전 부장은 이와 관련, “국정원의 소행임을 의심하고 여러 경로를 통해 보도 경위를 확인해봤다”며 “그 결과 KBS 9시 뉴스 보도는 국정원 대변인실이 개입해 이뤄진 것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간 국정원의 행태와 SBS의 보도 내용, 원세훈 원장과 SBS와의 개인적 인연 등을 고려해 볼 때 SBS 보도의 배후에도 국정원이 있다는 심증을 굳히게 됐다”고 덧붙였다.
앞서 그는 지난해 11월에도 노 전 대통령의 ‘논두렁 시계 수수’ 의혹을 흘린자로 지목된 것과 관련, “노 전 대통령 수사 중인 2009년 4월 14일 퇴근 무렵 국정원 전 직원 강 모 국장 등 2명이 사무실로 저를 찾아와 원세훈 원장의 뜻이라며 시계 수수 사실을 언론에 흘려 노 전 대통령에게 도덕적 타격을 가하는 것이 좋겠다’는 취지로 말했지만 거절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는 지난해 10월 원 전 국정원장의 측근인 국정원 간부가 2009년 4월 21일 이 전 부장을 만나 “고가시계 수수 건은 중요 사안이 아니니 언론에 흘려서 적당히 망신 주는 선에서 활용하라”고 말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다만 언론플레이를 구체적으로 지시하거나 실행한 사실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