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선상원 기자]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경선이 호남권 대의원대회 개최를 계기로 반환점을 돌았지만 여전히 판세는 안갯속이다. 추미애 이종걸 후보가 2강을 형성한 가운데 김상곤 후보가 바짝 뒤를 쫓았던 흐름이 오히려 더 예측불허의 접전양상으로 변했다. 27일 전당대회까지는 이제 1주일 가량 남았다. 20일 서울·인천 대의원대회와 21일 경기 대의원대회를 끝으로 시·도당 개편대회가 마무리돼야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현재 더민주 안팎의 여론을 종합해보면, ‘호남 며느리론’을 앞세운 추 후보의 대세론이 주춤해진 대신에 ‘호남 대표론’을 내세운 김 후보와 ‘야권통합 적임자론’을 들고 나온 이 후보가 선전하고 있다. 지난 주말 전후로 열린 전북·광주 대의원대회와 전남 대회의원대회를 기점으로 김 후보는 광주에서 바람을 일으키고 이 후보는 전남에서 예상 밖의 호응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추 후보는 광주와 전남에서 자신의 고정표를 다지는데 그쳤다고 한다. 광주 한 대의원은 “최근 지방의원들이 김 후보쪽으로 많이 기울었다. 광주는 김 후보쪽으로 세력이 붙는 것 같다. 다만 전남에서는 인지도가 많이 떨어지더라. 추 후보는 광주에서 더는 확장이 안되는 것 같다. 전남의 호응도 자기 표를 지키는 차원이다. 문재인 비토정서가 강한 전남에서 이 후보가 상당히 치고 올라온 것 같다”고 전했다.
추 후보의 대세론이 꺾이면서, 수도권과 영남권 당심도 요동치고 있다. 대구경북의 김부겸 의원, 부산의 최인호 의원이 김 후보를 돕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고 수도권의 호남출신 대의원과 권리당원을 중심으로 이 후보를 지원하는 흐름이 만들어졌다. 이 영향으로 인해 친노·친문계와 비노계가 나선 서울시당과 경기도당 위원장 선거도 불꽃튀는 대결이 펼쳐지고 있다. 서울시당 위원장에는 김영주 의원과 박홍근 의원이, 경기도당 위원장에는 전해철 의원과 이언주 의원이 나섰다. 한 서울시의원은 “이 후보가 예비경선을 통과하자, 비주류 성향과 호남 출신 대의원, 당원들을 중심으로 이 후보가 돼야 대선 경선판을 크게 만들고 그래야 대선에 이길 수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지역 어른들을 중심으로 이 후보 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고 했다.
여기에다 원혜영 의원이 주도한 ‘오더금지모임’에 원내·외 지역위원장 109명이 참여한 것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전체 원내·외 지역위원장 253명의 43.1%에 달한다. 이들 위원장들이 약속대로 대의원과 권리당원 줄세우기 금지를 실천하면 친노·친문계와 비노계에 의한 계파 줄세우기를 막을 수 있다.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 있는 것이다. 한 의원은 “당대표 경선이 바둑처럼 계가 싸움으로 흐르고 있는 것 같다. 어느 한 후보가 일방적으로 승리하는 것은 어려울 것 같다”고 전망했다.
각 후보들의 약점도 막판 표심을 흔들 변수 중 하나다. 당내에서는 추 후보는 당 비전에 대한 ‘콘텐츠 부재론’이, 김 후보는 일천한 정치경험으로 인한 ‘당대표직 역할에 대한 의구심’이, 이 후보는 분당사태에 대한 ‘책임론’이 거론되고 있다. 더민주 관계자는 “김 후보는 당 경험이 부족한 게 흠이다. 당의 수장을 맡아 잘 이끌고 갈수 있을까하는 불안이 있다. 추 후보는 당대표가 되면 당에 어떤 변화를 주겠다는 메시지가 없다. 다선 의원인데도 콘텐츠가 부족하다. 이 후보는 문재인 전 대표와 함께 당이 깨지는데 역할을 했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며 “판세는 아직 전망이 안된다. 다만 당내 선거는 흐름을 타면 쏠리는 경향이 있다. 상승세인 후보가 이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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