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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에 따르면 이날 외환시장에서 달러·엔 환율은 160.85엔까지 오르며 엔화 가치가 급락했다. 전날 159.89엔에서 심리적인 저항선인 160엔을 뚫은 것이다. 전날 밤 미국 뉴욕 외환시장에서는 160.80엔대까지 치솟으면서 지난 1986년 12월 이후 38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일본 당국은 지난 4~5월 약 10조엔(약 87조원)을 풀어 외환시장 개입에 나섰지만 2개월 만에 ‘약발’이 떨어진 모습이다.
이날 엔화가치가 급락한 것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위원이 매파(통화긴축 선호)적 발언을 하면서 미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시기가 더 늦춰질 것이라는 관측에 엔화를 팔고 달러화를 사들이는 움직임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미국이 금리를 내리기 전까지 시장개입을 통해 환율을 방어하고자 했던 일본 외환 당국의 계산이 완전히 빗나간 셈이다.
미국과 일본간 금리 격차가 엔화 약세의 주된 요인인 만큼 미국이 금리를 내리고, 일본이 금리를 올리지 않는 한 ‘엔저 탈출’은 당분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스미토모 미쓰이 DS 자산운용과 미즈호 은행은 “수익률이 높은 달러화를 선호하는 현상이 지속되면서 엔화 환율이 달러당 170엔까지 치솟을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에서는 일본이 미 국채 등 해외 자산 매각을 통해 환율 방어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엔저가 장기화할 경우 물가압력 확대, 소비심리 위축, 정부의 부채 부담 확대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일본 당국이 지난 4~5월과 같은 직접적인 외환시장 개입이 불가피하다는 게 중론이다. 문제는 일본이 미 국채 매각에 나설 경우 금리가 오르는 등 글로벌 금융 시장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미 국채 금리가 오르면 대출 등 다른 시장 금리도 따라 오르기 때문에 결국 연준이 기준금리를 내리기 더 어려워지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씨티그룹 자료를 인용해 “일본이 추가 시장개입에 동원할 수 있는 실탄은 2000억~3000억 달러(278조~417조원)로 추정된다”며 “보유중인 미국 달러와 다른국가 통화, 전 세계 국채까지 매각할 수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