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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 경영"…이재용 ‘뉴삼성’ 시대 막 올랐다

이준기 기자I 2022.10.27 16:47:15

인재-기술 중시 선친 계승…미래 위한 비전 곧 공개
"기회 될 수도"…비메모리·바이오 등 대형 M&A 임박
뉴삼성 바탕은 사회적 책임 '동행'…무보수 경영 지속
취약한 지배구조 개선+컨트롤타워 복원 등도 숙제

[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이재용(사진)의 ‘뉴 삼성 시대’가 공식적으로 막을 올렸다. 삼성전자 이사회는 27일 이 회장의 승진을 의결했고, 이 회장은 별도의 취임식·취임사 없이 곧바로 업무에 돌입했다. 1991년 삼성전자 입사 이후 31년 만이자, 부회장 승진 이후 10년만, 선친인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 별세 이후 2년만, 공정거래위원회의 총수 지정 이후 4년 만이다. 인재·기술 중시 경영으로 삼성을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시킨 이건희 회장의 가치를 계승하되, 초격차 확보를 위한 미래비전·경영전략 마련, 사회적 책임 강화 등을 더해 ‘뉴 삼성’을 완성시키겠다는 게 이 회장의 복안이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조만간 이재용발(發) 뉴삼성 비전을 공개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이 회장 앞엔 숱한 난관들이 봉착해 있다. “절박하다”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은 엄중하고 시장은 냉혹하다”는 취임사를 갈음해 내놓은 사내 게시판 글에서 묻어나듯, 국가 간 패권경쟁 시대 개막과 심각한 경기침체, 대외여건 악화 등 복합 위기에 대한 비장함을 넘어, 이 회장의 고뇌까지 느껴진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삼성전자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10조8520억원으로 1년 전보다 31.39% 줄었다는 실적 발표가 이뤄진 날이기도 하다. 이날 실적 발표에서 반도체(DS) 부문의 영업익은 반 토막(5조1200억원) 났고, 글로벌 반도체 왕좌의 자리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인 대만 TSMC에 내줬다. 초격차 기술로 주력인 메모리반도체의 아성을 확고히 해 미국 인텔 등 후발주자들과 격차를 벌리는 가운데 파운드리를 포함한 비메모리(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도 TSMC를 따라잡아야 하는 절체절명의 시기라는 점에서 이 회장의 어깨는 그 어느 때보다 무겁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리더십이 절실했던 상황”이라고 했다. 경제계는 일제히 “경영 안전성을 높이는 결정”(대한상의) “기대되는 삼성전자의 활약을 기대한다”(경총) 등의 환영입장을 냈다.

따라서 이 회장의 뉴삼성 시대에는 비메모리 분야는 물론 바이오, 신재생에너지, 통신장비 분야에 대한 대형 인수·합병(M&A)을 비롯한 대규모 투자가 이어질 공산이 크다. 이 회장은 “돌이켜 보면 위기가 아닌 적이 없다.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지금은 더 과감하고 도전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고 했다. 이를 위해 이 회장의 광범위한 글로벌 네트워크가 적극 동원될 것이라는 게 삼성 측의 설명이다.

‘뉴삼성’의 바탕은 ‘동행’으로 불리는 사회적 책임·역할 강화다. 준법경영의 상징인 삼성 준법경영위원회의 위상 강화, 무노조 경영 폐기 및 화합·상생, 사회공헌활동(CSR)의 방향성 재정립 등도 뒤따른 전망이다. 이 회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제 어깨가 많이 무거워 졌다”며 “국민에게 조금이라도 더 신뢰받고 사랑받는 기업을 만들어보겠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이고자 이 회장은 앞으로도 ‘무보수’ 경영을 이어갈 방침이다.

삼성의 취약한 지배구조 개선 작업과 거대 삼성을 이끌 이 회장을 보좌할 새 컨트롤타워 복원도 남은 숙제들이다. 삼성은 2018년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냈지만, 총수 일가→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상대적으로 취약한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이 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1.63%에 불과해 외부 공격에 흔들릴 수 있는 데다, 아직 금산분리 문제도 해결한 건 아니기 때문이다. 사업지원(삼성전자)·금융경쟁력제고(삼성생명), EPC(설계·조달·시공) 경쟁력강화(삼성물산) 등 사업부문별로 쪼개진 3개 태스크포스(TF) 체제로 운영 중인 컨트롤타워도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 적잖다. 뉴삼성으로의 혁신이 발 빠르게 이뤄지려면 보다 슬림한 의사결정 조직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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